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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준 선물 '망각'을 기억하다 : 김환일 희곡전 성료 ..
기획

신이 준 선물 '망각'을 기억하다 : 김환일 희곡전 성료 ②

이준석 기자 입력 2021/04/14 22:28 수정 2021.04.15 09:14
삶에 대한 인간의 선택을 바라보다- 김환일 작가를 만나다
작가 김환일

[서울=뉴스프리존]이준석 기자= 최근 자신의 이름을 건 희곡전을 개최한 김환일 작가를 만나 소감을 연작 인터뷰에 담았다.

1973년 서울 출생의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수료한 김환일 작가는, 2019년 <고해(告解), 고해(苦海)>라는 작품으로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경상일보) 되며 두각을 나타냈다.

얼마되지 않은 짧은 기간임에도 불구하고도 많은 수의 희곡들을 발표하며, 모두 무대에 올려질 정도로 예술단체들에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거기에 최근 자신의 희곡들을 모아 2021. 3.16~4.11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위치한 '후암스테이지1관' 에서 열린 이번 김환일 희곡전은 "신이 준 선물 '망각'을 기억하다"라는 주제로 개최하며 주목을 받았다.

그의 여러 작품 중 <고해(告解), 고해(苦海)>를 '극단 수평선에'서, <2인실>을 '극단 창작집단지성'에서, <2인실>과<무간도>를 '극단 무대그리고나'에서 그리고 '고온문화예술'에서 <무간도>를 마지막 주에 공연하였다.

사실, 김환일 작가는 최근 등장한 신인이 아니다. 소설가로서 '김탄' 이라는 필명으로 2014년에 이미 등단했던 프로작가로 방송드라마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 자신의 이름을 건 희곡들로 연이어 공연하게 된 김환일 작가를 만나 소감을 연작 인터뷰에 담았다.

 

-----------------------인터뷰 ②

2인실&무간도-포스터
2인실&무간도-포스터

기자: 평소 좋아하는 작품들이 어떻게 되세요?

환일: 옛날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고등학교 때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을 보며 시나리오 작가를 꿈꿨으며, 더 옛날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군대에서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읽고 극작가를 희망한 적 있습니다. 2007년 방영된 <하얀 거탑>을 보며 드라마 작가라는 직업에 관심도 생겼고요. 그나마 요즘 사람처럼 보일지 모르겠네요.
사실 소설, 영화, 연극, 드라마 등등 별다른 취향은 없습니다. 특별히 좋아하거나 반드시 찾아 읽는 작가도 없어요. 아! 딱 한 사람. 무협 소설의 대가 김용만 빼고요. (웃음). 이 세상의 모든 작가를 존중하고 존경합니다.

기자: 네, 자신의 작품에 잘 반영되는 특정 소재나 장르가 있으신가요?

환일: 굳이 선호하는 장르가 있다면 극적인 이야기를 좋아해요. 극한의 상황에 몰렸을 때 비로소 인간의 본성이 드러난다고 믿습니다.

기자: 에피소드, 뒷이야기 등이 궁금합니다.

환일: (한숨) 사실 가장 힘들었던 건 시놉시스와 작가 의도를 쓰는 것이었어요. 작품을 쓰는 것보다 더 힘들었을 정도니까요. 전 생각을 정리하고 작품을 쓰는 것보다, 일단 쓰면서 생각하는 편이라서요. 그러니 작가 의도라는 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작품을 완성한 후 뭔가 심오한 게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끼워 맞춘 변명에 가깝습니다.

번잡한 걸 싫어하고 술도 담배도 하지 않기 때문인지 극단 구성원들과 교류는 거의 없는 편이었는데요. 심지어 어떤 연출과는 전화 통화만 하다가 공연 끝나고 처음 인사를 나눴을 정도였어요. 대사를 수정하고 내용이 바뀌었다며 양해를 구하는 분도 계셨고요.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셰익스피어의 작품도 재해석하고 해체하는 마당에요. 그런 부분에서는 오히려 활짝 열어둔 채 마음껏 재해석할 것을 요청합니다.

 

극단수평선_고해고해-포스터
극단수평선_고해고해-포스터

기자: 이번 희곡전의 기획의도가 무엇인가요?

환일: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화려한 시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과연 얼마나 행복을 느끼고 있을까? 우리에게 과연 희망을 꿈꿀 수 있는 미래는 허락될 것인가? 그런 면에서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은 너무나 가혹해요. 이념 대립, 빈부 격차, 부동산 폭등, 입시지옥, 갑질 천국, 육아 전투, 환경오염, 세대 갈등, 젠더 폭력, 유전무죄 무전유죄. 게다가 코로나19라니! 도무지 끝을 알 수 없는 무저갱(無低坑) 속으로 날마다 추락하는 기분입니다.

내게만 유독 불운이 찾아오는 것 같고, 내 고통이 가장 아프게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는 행복의 노래를 부르는데, 나는 매일 지옥에서 허우적거리는 기분이죠. "미치도록 바꾸고 싶다. 저들과 내 처지를 바꿀 수만 있다면 이 지긋지긋한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나도 희망이란 걸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이번 희곡전에서 공연될 작품들은 절망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고 그들의 선택에 관한 이야기 입니다. ‘바꿀까? 차라리 잊을까?’

관객 여러분들도 그들과 함께 선택해보기를 권한다. 물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또 다른 후회가 남겠지만요.

기자: 지금껏 함께 해 온 단체들을 통해 본 작품의 자신의 희곡적인 발전 가능성과 방향.

환일: 2년이란 짧은 시간이었지만 10여 편의 희곡을 20여 개의 단체에서 공연으로 올려주셨어요. 부끄럽기도 하고, 영광스럽기도 하고요. 공연의 완성도나 결과를 떠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을 포함해 가장 듣고 싶은 말은 ‘김환일답다.’입니다. 장막이든 단막이든, 희극이든 비극이든 관계없이 나만의 정체성이 드러나기를 바라죠.

근래 대학로에서 보기 힘든 작품(소재, 주제, 작품성, 완성도 등등)을 쓰는 작가라는 평가를 기대하는 건 지나친 욕심일까요? (웃음)

전에 코믹 장막극도 무대에 올렸고 앞으로 공연을 계획 중인 장막도 몇 편 있지만, 2인극 단막 희곡을 주로 썼어요. 다만 지금까지 공연했던 작품 대부분이 단막 2인극이었고 어두운 분위기 일색이었다는 지적도 알고 있습니다.

또한 등장인물 대부분이 편향된 사고를 가진 사이코패스처럼 느껴지는 점, 지나치게 빠른 호흡으로 철학적 깊이가 부족하게 느껴진다는 점 역시 제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기자: 현재 준비 중인, 또는 앞으로 쓰고 싶은 희곡들. 장르 등

환일: 5월 말 부산 형제복지원 문제를 다룬 장막극 <반성문, 살인 기억> 공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국가 폭력의 희생자이면서도 본인을 가해자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인물의 비극적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추석 즈음엔 <추석, 난 찜질방에 산다>가 공연될 예정인데요, 철거를 앞둔 찜질방을 배경으로 소시민들의 삶의 애환을 다룬 코믹 장막극입니다. 그 외 현재 집필 중인 작품들은 대체로 희극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울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웃음을 전달하고 싶네요.

기자: 희곡 외 다른 활동들은요?

환일: 2020년 12월 비대면 공연을 펼쳤던 뮤지컬 <별이 쏟아진다> 각색을 맡았고, 현재 드라마 제작사 한 곳과 계약을 맺고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집필 중이에요.
공포 영화 시나리오 각색을 의뢰받은 상태고, 희곡 <무간도>를 단편 영화로 제작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창작집단지성_2인실-포스터
창작집단지성_2인실-포스터

기자: 네, 앞으로도 많은 활동을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환일: 이념의 대립, 빈부 격차, 부동산 가격 폭등, 입시지옥, 갑질 천국, 육아 전투, 환경오염, 세대 갈등, 젠더 폭력, 유전무죄 무전유죄. 게다가 코로나 19라니요! 2021년 대한민국의 현실은 희망을 꿈꾸기엔 너무 가혹합니다.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넘어 우울감과 불안이 분노로 폭발하는 ‘코로나 레드’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 위기를 극복할 힘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문학의 힘, 예술의 힘으로 시대의 절망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반만년 전부터 우리의 DNA 속엔 신명과 멋이 각인되어 있으니까요. 힘들 때일수록 더 많은 사람이 공연장을 찾아주길 기원합니다. 창작자들이 힘을 내고, 예술인들이 힘을 낼수록 관객 여러분께 더 많은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침체된 대한민국 문화예술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고온문화예술_무간도-포스터
고온문화예술_무간도-포스터

 

<김환일 작가의 주요 작품 및 선정작>
2019년 01월 <고해(告解), 고해(苦海)> 신춘문예 희곡부문 당선 (경상일보)
2019년 03월 <레테, 망각의 강> 인하극예술연구회 제80회 정기공연 
2019년 03월 제28회 신춘문예 단막극전 <고해(告解), 고해(苦海)> 공연 
2019년 04월 제1회 딜레마극장 <2인실>, <양팔저울> 낭독공연 
2019년 06월 무작정 페스티벌 <양팔저울>, <고해(告解), 고해(苦海)> 공연 
2019년 08월 <반성문, 살인 기억> 낭독공연 
2019년 08월 제19회 밀양공연예술축제 <양팔저울> 공연
2019년 08월 제3회 극장 동국 연출가전 <레테, 망각의 강>, <도금의 시대> 공연
2019년 10월 제9회 서울미래연극제 <양팔저울> 공연
2019년 11월 제19회 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 <양팔저울> 공연 (희곡상 수상)
2020년 01월 <그분이 오셨다> 공연
2020년 11월 <인형의 집> 공연
2020년 11월 <고해(告解), 고해(苦海)> 공연
2020년 12월 뮤지컬 <별이 쏟아진다> 공연 (각색)
2021년 02월 제2회 딜레마극장 <레테, 망각의 강>,<2인실>,<무간도>,<인형의 집> 공연
2021년 03월 김환일 희곡전 <2인실>, <무간도>, <고해(告解), 고해(苦海)>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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