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뉴스프리존] 김태훈 기자=100만 이상 기초자치단체의 특례시 지정 내용을 담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 내년 1월 13일자로 고양 특례시가 출범하게 되면서 고양시가 더욱 빛나게 될 전망이다.
특례시란, 기존과 같은 ‘일반 시’를 유지하면서 인구 100만 이상 도시에 걸맞은 ‘특례’를 둘 수 있는 시다.
고양시 뿐 아니라 수원·용인·창원 역시 100만 인구로서 특례시 출범을 확정했다. 앞으로 4개 특례시는 공동 협력관계를 구축해 내년 1월 출범까지 준(準) 광역시급 권한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특례시 되면 시민에겐 어떤 혜택이?
지방재정 분야에서는 늘어난 예산으로 교통·문화·교육·복지시설 등 도시 인프라 확충이 가능하다. 복지혜택으로는 기초연금과 국민기초생활보장 등 혜택이 확대되고 교육환경이 개선된다. 자치권한을 부여받아 각종 인허가 처리시간이 단축되고 이를 통해 행정서비스가 개선되며 자주적 사업추진이 가능해진다. 또, 첨단 관광산업 기반 확충으로 일자리는 늘고 부가가치 창출 기회가 확대돼 지역경제가 살아나고 도시경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특례’라는 이름만 주어졌을 뿐, 32년 만인 지난해 전면 개정된 지방자치법에는 구체적인 특례시 권한이 담겨있지 않다.
고양·수원·용인·창원은 ‘4개 특례시 실무 대책위원회(TF)’와 ‘4개 특례시 시정연구원 대책위원회(TF)’를 구성해 특례사무를 발굴하고 있다. 당초 800여개에서 출발했던 예비 특례 사무 목록은 검토·분류 작업 등을 거쳐 대략 430여개로 간추려졌다. 4개 시는 특례 사무 조항 추가 등 특례시 권한 법제화를 위해 지방자치법 시행령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방 일괄이양법 제정이나 지방분권법 개정, 개별법 개정을 통한 방안도 모색 중이다.
특례시에서 권한을 넘겨받기 원하는 굵직한 사무로는 ▲도시 기본계획의 승인 ▲광역교통개선대책 수립 ▲공원녹지기본계획 승인 ▲관광지 지정 및 조성계획 승인 등이 있다. 현재 도지사(광역단체)에 권한이 있어, 처리 시간이 지연되고 그 지역 실정을 정확히 반영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무들이다.
시민이 체감 가능한 사무로는 ▲평생교육이용권의 제공(전국단위 사업운영으로 활성화 미진) ▲문화관광해설사 양성 교육과정 개설·운영(지역 실정에 맞는 관광 교육 및 해설사 양성 한계) ▲질서위반행위에 대한 과태료 부과·징수(부당한 과태료 부과 시에도 취소의 법적 근거 부재)에 대한 권한을 ‘국가나 도’로부터 넘겨받기를 원하고 있다.
▲발달 및 장애인 가족센터 설치(고양시 장애인 인구 경기도 2위, 전국3위) ▲동물복지종합계획 수립(시민 건의사항에 대한 적극 반영) ▲감염병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 및 역학조사관 운영(자체 역학조사관 배치로 선제적 감염병 관리업무 강화) 업무도 마찬가지다.
4개 특례시...특례 권한 확보에 발 벗고 나서
현재 4개 특례시는 특례권한 이양 법제화 방안에 대한 공동 연구용역을 추진 중이다. 실질적인 권한확보를 위해서는 특례시가 단순 사무중심이 아닌 기능사무 위주의 포괄적 사무가 이양돼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4개 시의 입장이다.
특례시 출범과 동시에 시행되는 지방자치법 11조(사무배분의 기본원칙) 2항에 의하면, ‘지역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무는 원칙적으로 시·군과 자치구 사무로, 시·도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사무는 국가의 사무로 각각 배분해야’ 한다. 또, 같은 법 3항에 의거, ‘사무를 배분받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사무를 자기의 책임 하에 종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관련 사무를 포괄적으로 배분해야’ 한다.
이 외에도, 4개 특례시는 중앙정부, 도(광역단체) 간 사무 이양과 행·재정 권한 확보 등 문제에 관해 조율을 맡아 줄 전담기구 설치를 요청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나 세종특별자치시 출범 때는 정부 차원의 기구가 설치돼 10년 넘게 갈등 조정과 제도 정착을 도왔다. 이제 8개월밖에 남지 않은 특례시에는 범정부 차원의 전담 기구가 없는 실정이다.
4개 시는 특례시 권한 법제화와 전담기구 설치에 대한 건의문을 작성해 지난 3월 자치분권위원회 김순은 위원장에게 전달한 바 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최재성 전 정무수석과도 면담해 같은 내용을 건의했다. 지난달 23일에는 창원에서 ‘전국특례시시장협의회’ 출범식을 갖고 특례시 권한 확보의 컨트롤 타워를 본격 가동했다.
지역 간 균형발전 못지않게 지역 내 균형발전 중요해
9개월여 출범을 앞두고 권한 확보에도 갈 길이 바쁜 마당에, 일부 우려의 견해도 있어 4개 특례시 준비가 평탄치만은 않다. 4개 대도시가 특례시가 되면 지자체간 부익부 빈익빈이 가속화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그것이다.
(사)한국행정학회에서 작성한 「인구 100만 특례시 권한발굴 공동연구」에는 ‘수도권 규제가 국가 균형발전의 핵심 축이기는 하나 지역 간 균형발전 못지않게 지역 내 균형발전 역시 무시할 수 없다’고 나와 있다.
고양시 관계자는 “현행 복지대상자 선정 기준처럼, 대도시에만 혜택이 큰 것이라면 누구나 대도시로 나가 살기를 원할 것” 이라며 “전 국민의 형평성을 위해서는 도시에서든 농어촌에서든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지방소멸 등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양시가 특례시가 돼야 하는 것도 100만 인구 대도시에 맞지 않은 복지혜택으로 ‘역차별과 불평등’ 문제가 지속 발생하는 것에 대한 대처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지방자치법’ 개정 시 ‘다른 자치단체의 재원 감소를 유발하는 특례를 두어서는 안된다’는 국회 행안위 부대의견이 있어 행·재정 권한 확보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고양시장은 “광역자치단체로서의 업무는 대부분 받아올 수 있도록 노력은 하되, 도의 재정은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정부의 재정을 많이 받아올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준비된 고양시...특례 권한만 확보되면 날개 달 것
주민이 주체인 ‘자치분권 2.0시대’로 도약하기 위해, 지방은 능동적이고 자율적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장 상황에 맞는 발 빠른 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작년 한해, 코로나19로 인한 전대미문의 혼란에서 고양시는 기초자치단체가 가진 역량만으로 K-방역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지자체 최초로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 방식의 ‘고양 안심카(car) 선별진료소’는 CNN등 외신을 통해 세계 29개국에 널리 보도됐다.
전화만 한 통 걸면 돼 편리한 ‘고양시 안심콜 출입관리시스템’은 전국 최초로 시작, 서울시 포함 전국 137개 지자체에서 이를 도입해 사용 중이다.
고양시는 고양군에서 시로 승격된 지 30년 만에 특례시로 도약하게 됐다. 현재 109만 인구인 고양시는 창릉·대곡 등 택지개발 완료시 인구 120만을 내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일산테크노밸리, 킨텍스제3전시장, CJ라이브시티 등 초대형 사업의 연내 착공으로 ‘자족도시’ 경제 지도를 완성하고 있다. 여기에 특례시의 옷을 입게 되면 고양시는 명실상부 살기 좋은 품격 도시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몸은 광역시 급인데 처우는 기초단체라 그동안 109만 고양시민이 감내해야 할 불편과 역차별이 많았다”면서 “이름뿐인 영광이 아닌 실속 가득 고양특례시가 될 수 있도록 남은 8개월간 권한 법제화 등에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