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도형래 기자= 법원이 13일 북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회고록 ‘세기와 더불어’의 판매·배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기각했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박병태)는 결정문을 통해 “신청인들의 주장 및 제출 자료만으로는 이 사건 신청을 구할 피보전 권리나 그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되었다고 볼 수 없다”며 “사건 신청은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신청인들 자신보다는 대한민국 국민 일반인들의 인격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음을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인격권은 전속적 권리로서 이들이 임의로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하여 이와 같은 신청을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사단법인 법치와자유민주주의연대(NPK) 등 단체 개인 22명은 지난달 23일 김일성 주석의 항일회고록의 판매가 국가보안법의 원리를 침해한다며 법원에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가처분 신청을 대리한 도태우 변호사는 “김일성은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도달해야 하는 한반도 이북을 강점한 뒤 6·25전쟁을 도발해 한반도 전체에 비합법적 비자유민주체제를 수립하려 한 전쟁범죄자이자 헌법 파괴의 수괴”라며 “반인도 범죄자인 김일성을 조작·미화한 책을 제한 없이 판매·배포하는 것은 헌법과 국가보안법의 원리를 침해한다”고 밝혔다.
책 ‘세기와 더불어’는 1912년 4월부터 1945년 8월까지 김일성 주석의 출생부터 해방 전 항일무장투쟁 기간을 다룬 책이다. 김 주석 생전에 5권, 사후에 3권이 북한 조선노동당출판사에 의해 출간됐다. 우리나라에는 지난달 1일 도서출판 민족사랑방이 출판했고 한국출판협동조합을 통해 출간 다음날인 2일 온오프라인 서점에 배포됐다.
지난달 25일 교보문고는 책 ‘세기와 더불어’ 판매를 중단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적표현물을 구매했을 경우 국가보안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상황에서 고객 보호 차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면서 “간행물 윤리위원회의 판단이 내려지면 이에 따라 추후 신규 주문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책 ‘세기와 더불어’는 현재 온·오프라인 서점 뿐 아니라 이북 형태로 온라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