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도형래 기자= 9일 남산 예장공원과 이회영기념관 개관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행사를 주최한 서울시도, 우당 이회영 선생의 유족들도 아니었다. 바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예장공원개장식 행사 자리에서 "내가 서울시장이 된 이후 이렇게 취재진이 많이 몰린 행사는 처음"이라며 "자주 행사에 윤석열 총장님을 모셔야겠다"고 말했다.
이날 취재진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게 쏠렸다. 여기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자들까지 몰렸다. 빨간 우산을 쓰거나 혹은 유튜브 방송을 하는 이들은 행사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을 연호했다. 또 일부 지지자들은 "대통령 대하듯 경호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과 윤석열 지지자·유튜버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다. 소란이 커지자 윤석열 전 총장이 직접 나서 지지자들을 향해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윤석열 전 총장에 쏠린 관심은 행사의 주인과 손님의 자리를 바꿨다. 윤석열 전 총장이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는 취재진들과 유튜버, 지지자들이 몰렸다. 반면 이회영 선생의 유가족인 이종찬, 이종걸 전 의원, 예장공원과 이회영기념관을 만든 서울시는 취재 열기와는 거리가 멀었다.
윤석열 전 총장과 같이 있는 자리가 불편했던지 초대된 이들 가운데는 자리를 먼저 뜨는 사람도 있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행사 시작과 함께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떠났다.
윤석열 전 총장은 행사 말미까지 남아 이회영기념관을 둘러보고 자리를 떠났다. 윤석열 전 총장은 오래도록 기다리던 정치부 기자들 앞에서 "내가 걸어가는 길을 보면 차차 알게 되지 않나. 지켜봐 주기를 부탁드린다"며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염려를 경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사퇴 후 윤석열 전 총장의 첫 정치적 발언이다.
당초 자신이 주도한 행사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입장표명이나 정견 발표가 없었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발언이었다. 이날 행사 시작 전 이 자리에 초청받은 한 인사는 윤석열 전 총장에게 ‘이회영 선생 기념관이 다시 문을 여는 자리인 만큼 정견이나 입장 발표를 이 자리에서 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같은 당부는 결국 무시됐다.
윤석열 전 총장은 우당 이회영 선생을 이용해 보수적인 가치와 이미지를 챙기면서 본격적인 정치 행보의 시작을 알렸다. 다만 이회영 선생의 유족과 행사를 준비한 서울시 등 주최자들은 몰려든 기자들과 윤석열 전 총장의 지지자들로 본 뜻과 거리가 먼 소란스러운 행사를 치러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