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김소영 기자= 올해로 76세를 맞은 해산 최수식 화백,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시대의 풍파를 온몸으로 부딪히며 이겨낸 흔적이 역력하다.
만석꾼 집안의 자손으로 태어났으면, 유복히 지냈을 법도 한데 최수식 화백의 가족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나도 강력했다. 전 재산을 독립운동에 쏟아 부은 것.
어렸을 때부터 그림 소질을 보였으나, 일제강점기의 그늘 아래 그는 독학으로 공부했다. 10세 때 의제 허백련 선생에게, 학창시절에는 이당 김은호 화백에게 사사받으면서 동양화의 양대산맥인 남종화와 북종화를 두루 섭렵했다.
어린 시절 그림을 좀더 구체적으로 그림을 알고 싶어, 스승 이당의 주선으로 서울대 서양학과에 입학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서슬퍼런 군사독재는 그를 외국으로 내몰았다.
프랑스 파리 소르본대학에서 서양화를 배우며 실력을 연마한 최수식 화백은, 자신의 몸에서 피를 뽑아 어머니의 한복 속 치마 인견에 생명력 충일한 말을 형상화한 작품을 선보인다.
현대 미술사에 미증유(未曾有)의 전설이 된 이 작품은, 현재 생존화가 중 유일하게 파리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돼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고국을 떠난지 11년만에 귀국한 그는, 프랑스에서 공부했던 서양화와 16세까지 그렸던 동양화를 우리 소재인 광목에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해내며 세계 최초 '동서접목화'의 탄생을 알렸다.
다사다난했던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아픔은 최수식 화백의 인생 항로를 거친 파도 속으로 인도했다. 그러했던 그의 인생모습은 그림에도 나타난다. 최수식 화백의 창작 공간은 제한된 시공간을 넘어 소재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흐르며 꺼지지 않는 강인한 기백으로 차고 넘친다.
세계미술계 31개 장르 중 7장르를 추가한 세계적인 화가로 우리나라 화가 가운데 유일하게 세계 5대 박물관에서 ▲불란서 루브르박물관 '혈마도' ▲영국 대영박물관 '미녀와 소' ▲스페인 피카소 박물관 '호랑이' ▲일본 우에노 박물관 '악녀' ▲미국 카네기 홀 '악녀' 등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