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19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기간 일본을 방문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대해 지지를 표명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마지막까지 양국의 발전적 관계 형성을 위해 힘썼던 우리 정부의 노력을 사실상 거부한 일본 정부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고 수석대변인은 "경솔한 언론 플레이, 총괄공사의 망언, 독도 표기까지 일본 정부는 한일관계 개선에 어떠한 노력도 보이지 않았다"며 "진심으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원한다면 반성 없는 태도부터 바꾸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강병원 최고위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정부의 현명한 선택을 존중한다"며 "일본은 무성의한 자세가 아니라 양국 역사와 전통에 뿌리를 둔 사려 깊은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권 주자들도 문 대통령 결정에 힘을 실으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일본의 태도 변화를 일제히 요구했다.
이재명 후보 캠프의 최지은 국제대변인은 논평에서 "한일관계 발전을 위한 대통령의 노력을 알기에 합리적이고 신중한 결단을 존중한다"며 "이 후보는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한 바 있다. 일본의 지속적인 역사 왜곡이 관계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대표는 페이스북에 "문 대통령의 결단을 지지한다"며 "전쟁범죄를 저지르고 잔혹한 인권유린을 한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욱일기를 흔드는 반역사적이며 기만적인 일본의 행태를 개탄한다"고 썼다.
박용진 의원은 문 대통령의 결정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한일관계 경색국면이 지속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 한일 정상회담을 위한 양국 간 협의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정의당은 이동영 수석대변인 명의의 논평에서 "한일 정상회담이 잘 성사되기를 모든 국민이 기대했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다"라며 "일본이 선린우호 관계를 원한다면 주한 일본 총괄공사의 외교적 망언에 대해 공식 사과와 책임있는 후속조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의지를 보여온 도쿄올림픽 계기 한일 대면 정상회담이 끝내 무산됐다. 양국 정부가 정상회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협의를 했고 상당한 이해 접근이 있었지만,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그러면서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했다. 그 밖의 제반 상황은 일본이 최근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을 주장한 데 이어 도쿄올림픽 선수촌 내 현수막 논란이 있었고, 주한 일본대사관의 소마 히로히사 총괄공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성적 표현을 동원해 폄훼한 일 등을 뜻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쿄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터진 소마 공사의 막말 파장과 일본 정부의 미온적인 사후 태도가 막판 정상회담 무산에 영향을 준 분위기다.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정부는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 관방장관의 입을 통해 막말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경질 등 책임 있는 후속 조치 이행에는 머뭇거렸다. 스가 정부가 한일 정상회담을 의례적, 형식적인 수준으로 국한하려고 해서 그러잖아도 회담 성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여기에 일본이 고위 외교관 막말로 악재를 더 얹은 모양새다. 일본 정부는 처음부터 핵심 현안을 제대로 다루는 한일 정상회담이 되도록 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특별한 현안이 없는 국가의 정상을 대하듯 문 대통령을 상대로 15분 정도의 회담에 그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자국 언론 매체들에 관련 정보를 잇달아 흘려 우리 외교부 당국자가 '언론 플레이'라며 강한 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19일에도 유력 매체인 요미우리 신문이 23일 한일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보도하면서 회담 장소까지 언급했다. 양국에 모두 민감한 시기라서 매우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결정해야 할 사안인데도 언론 매체에 정보를 연거푸 흘리며 탐색전을 펼쳤다. 정부 간 물밑 협상 이면에서 자국에 유리하게 국면을 이끌어 가려는 수를 부린다는 의심을 살만하다. 최대한 신중하게 협상해도 정상회담이 성사될까 말까 한 살얼음 국면에 자국 외교관의 막말 파문까지 겹친 시기인데도 말이다. 한일은 과거사 문제로 촉발된 장기 교착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 올림픽 덕담만 하고 헤어져도 될 정도로 관계가 한가하지 않다. 우리 정부가 일정 성과가 예견된 정상회담을 줄곧 요구한 이유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과거사 갈등에 대한 해법을 한국이 먼저 내놓으라는 고압적인 자세를 견지하며 현안을 논의할 회담 자리를 피해왔다. 한일 정상회담 성사를 막는 일차적인 걸림돌이었다. 소마 공사의 거취에 대해 일본 정부는 "적재적소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란 언급 정도로 그쳤다. 한국 매체 취재진과의 비공식 간담회 자리였다고 해도 심각한 수준으로 주재국 국가원수 폄훼 발언을 해 파장을 불러일으킨 것에 비하면 이해가 안 되는 대처다. 단순 실수로 치부하기 어려운 이 정도의 사안이라면 신속한 사과와 함께 책임에 상응하는 인사 조처가 뒤따라야 상식적인 결정이 아닌가 싶다. 문 대통령의 방일과 정상회담이 무산돼도 아쉬울 게 없다는 고압적인 태도로 볼 수밖에 없다. 스가 정부가 견지하는 한일 관계에 대한 완고한 인식의 현주소를 재확인해주는 처사다. 청와대는 마지막까지 문 대통령의 방일 가능성에 문을 열어 놨다. 여론이 반대해도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면 일본을 방문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까지 나온 바 있다. 스가 정부는 막말 외교관에 대해 일벌백계의 책임 있는 조치로 상대국에 진정성을 보여주고 국가관계 훼손 행위에 경종을 울려야 마땅했다. 하지만 그 길을 택하지 않음으로써 한일 관계 개선의 기회를 외면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