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프리존] 김일환 기자= 대전시 공무원이 구속된데 이어 대전시교육청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터지면서 대전 도안2지구 개발에 대한 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개발업자와 공무원, 지역 언론까지 가담한 대형 개발 비리 게이트로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권력형 토착 비리’… 연이은 도안 2지구 개발 비리 의혹
지난해 대전시 공무원 구속까지 부른 도안 2지구 개발을 둘러싼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이 비리 의혹은 지난해 3월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촉발됐다.
대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전경실련)은 도안 2-1지구 사업에 대한 각종 특혜 의혹을 ‘권력형 토착 비리’로 규정해 관련 공무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애초 도안 2-1지구 개발사업 특혜 의혹을 수사 중이던 검찰은 공무원과 사업체 간 금품이 오간 정황을 포착, 도안 2-6지구 관련 뇌물공여 등 개인 비위 행위에 초점을 맞춰 수사 범위 확대를 예고했다.
도안지구 도시개발사업은 2018년 2월 9일 도안 2-1지구 도시개발구역 고시 이후 2-6지구까지 고시 개발계획을 수립해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은 첫 사업 진행부터 도시개발구역 위법 지정 의혹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전경실련은 2019년 3월 도안2-1지구 도시개발사업과 관련, 위법 소지가 있음에도 개발구역으로 지정했다며 관련 공무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토지주들도 일부 공무원이 도시관리계획 정보를 사전 유출했다는 의혹과 함께, 사업 추진이 도시개발법 규정에 어긋난다며 대전지법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도안 2-6지구 사업은 유성구 용계동에 있는 도안 2단계 특별 계획구역 9·30·39블록으로 한 개발업체가 15만7673㎡ 부지에 아파트 1171세대와 단독주택(필지형 15세대, 블록형 56세대) 등 모두 1242세대를 조성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 측은 지난해 2월 24일 유성구청에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서를 냈고, 구는 검토 끝에 4월 도시개발구역 지정권자인 대전시로 서류를 넘겼다.
◆ 고위직 공무원 낀 ‘권력형 비리’… 교수 등 6명 입건
이 과정에서 뇌물·향응 의혹이 불거졌다.
검찰은 업체 측이 유성구청에 도시개발구역 지정 제안서를 내고, 유성구가 도시개발구역 지정권자인 대전시에 서류를 넘기는 과정에서 인허가 공무원과 도시계획위원들에게 상품권 등 뇌물과 향응 접대를 한 정황을 잡아냈다.
검찰은 대전시 도시재생주택본부 도시계획상임기획단 A씨와 택지개발 관련 업무를 봐온 공무원을 비롯해 외부 도시계획위원과 교통영향평가위원으로 참여한 대학교수 등 6명을 입건했다.
공무원A씨는 최근 항소심에서 뇌물수수·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죄로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2000만원이 유지됐고,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4-8월에 집행유예 1-2년형이 각각 선고된 공무원 2명과 교수 2명의 항소도 기각됐다.
공무원이었던 A씨는 2017~2019년 도안2지구 개발 정보를 사업 인허가 대행업체에 알려주고, 업체 관계자 B(50)씨로부터 600만원과 투기성 정보 등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다른 공무원과 시 도시계획위원을 지낸 교수 등은 B씨로부터 100만∼170만원 상당 상품권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또 A씨 등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특정 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등)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형을 받은 업체관계자 B씨는 원심보다 감형된 징역 2년형이 선고됐다.
사정기관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도안2지구의 개발 비리 의혹은 말끔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사업 승인 과정에서 개발업자에게 특혜를 준 게 아니라 공무원 개인 비위 행위로 보인다고 선을 근 대전시지만, 시정에 대한 신뢰는 떨어지고 시민의 공분과 불신을 샀다.
◆ 도안 2-2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취소 결정’… 난항 계속
도안 2-2지구 도시개발구역도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대전고법 행정1부(재판장 문광섭 수석부장판사)는 농업회사법인 밴티지개발이 대전시장을 상대로 낸 도안 2-2지구 개발 관련 고시의 집행정지 신청 항고 사건에서 원고 신청을 기각한 1심 결정을 취소하면서 이 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앞서 지난 2월 밴티지개발은 “도안 2-2지구 도시개발구역 용도 지역 지정 등에 하자가 있다”며 대전시의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고시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을 대전지법에 냈다.
‘본안 소송 판결 확정 때까지 고시 처분 효력을 멈춰달라’는 집행정지 신청도 함께 했다.
대전 유성구 도안2단계 지역에서 진행 중이던 ㈜유토개발2차의 대규모 개발 사업인 도안2-2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수립고시 취소가 올해 2월 결정됐다.
대전지법 제2행정부(오영표 부장판사)는 농업회사법인 밴티지개발이 대전시장을 상대로 도시개발구역 지정 위법 사항을 근거로 제출한 도안2-2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수립고시 무효 확인 등의 소송에 대해 원고 신청을 받아 들여 해당 행정처분에 대한 취소 판결을 했다.
원고측이 주장한 ‘도안2-2지구 개발구역 중 생산녹지지역이 62%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피고 대전시장이 생산녹지지역 30%를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용도지역 변경선행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도시개발구역을 지정한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을 재판부가 인정한 것이다.
또 재판부는 공원녹지법에 따라 확보해야 하는 도시공원 또는 녹지를 확보할 경우 이 사건 A구역(공동주택용지 16, 20, 21, 22, 23, 24, 25블럭)의 사업성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이 사건 B구역(단독주택 12, 13블럭 및 공원용지)를 결합 개발 방식을 적용한 것은 ‘사업성이 열악한 지역에 대한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다양한 도시공간을 창출하려는 결합 개발 목적 및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 또 도안 2지구 개발 비리 의혹… 대전시교육청에서도 터져
도안 2지구 개발 비리 의혹은 올 7월에 또 한번 터졌다. 대전시 공무원 구속까지 부른 공직자의 투기 의혹이 대전시교육청으로 번졌다.
대전교육청 공무원이 해당 지역의 하천부지를 지분으로 사들인뒤 수억원의 시세 차익을 낸 것이 적발됐다.
내부 정보를 활용한 부동산 투기 의혹이 불거졌고, 애초 2-1지구에 설립될 예정이던 복용초등학교 부지가 2-2지구로 변경된 것과 맞물리면서 대전교육청 전체에 의심의 눈초리가 이어졌다.
대전교육청과 대전시는 사업 승인 과정에서 개발업자에게 특혜를 준 게 아니라 교육공무원 개인의 비위 행위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행정에 대한 신뢰는 땅바닥에 떨어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이하 전교조)와 대전경실련 대전지부(이하 경실련)가 지난 7일 대전교육청 5급 A공무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했다.
전교조와 대전경실련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9월 16일 학하동 하천부지 836m㎡의 60% 지분에 해당하는 땅을 사들였다. 2023년 3월 개교 예정인 (가칭)복용초등학교 인근 하천부지인 이 땅은 일반인이 투자를 꺼리는 곳으로 현재 도로로 사용 중이며 재산권 행사에 제약이 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토지는 2020년 1월 28일 주변 아파트 사업시행사인 유토개발(2차)에 다시 매각됐다. A씨가 평당 약 95만원에 구입한 이 땅의 거래가격은 2.6배나 높은 평당 250만원 가량이었다.
전교조와 대전경실련은 이런 거래가 가능했던 배경으로 A씨가 당시 시교육청 행정과 소속으로 학교설립 총괄 업무 담당자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A씨가 당초 다른 곳이었던 학교 설립 예정지를 유토개발이 원하는 곳으로 옮기는 과정에 관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사업시행사는 막대한 이익을 얻었고, A씨는 그 대가로 하천부지 매도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얻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시교육청은 경찰조사와 별도로 해당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혐의에 대해 사실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도안 2지구 개발 둘러싼 비리 의혹 ‘도안 2지구 비리 의혹 시즌Ⅱ’ 될까
시행사인 유토개발은 명예훼손으로 고발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등 발빠른 조치에 나섰는데, 이를 두고 시민단체가 의혹을 던지며 반반 입장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을 예고, 이번 사건을 키우고 있다.
도안 2지구 개발 둘러싼 비리 의혹이 시교육청으로 확산되며 ‘도안 2지구 비리 의혹 시즌Ⅱ’가 될지 주목된다.
여기에 더해 도안지구 도시개발사업에서 절반 이상에서 잇단 의혹과 잡음이 일면서 사업 전체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다른 지구에서도 의혹 제기가 이어지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권력형 대형 개발 비리 게이트로 비화할 조짐에 후폭풍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