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프리존] 김일환 기자= 대전시 공무원 구속과 대전교육청 공무원 부동산 투기 연루 등 대전 도안2-1지구와 2-2지구 인허가 비리 의혹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은 학생과 학부모들이다.
오는 11월 입주를 앞두고 있는 도안2-1지구 대전아이파크시티 입주민 자녀들이 입학할 초등학교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다.
◆ 복용초 도안2-1지구서 도안2-2지구로… 첫단추부터 잘못 뀄다
(가칭)대전복용초는 도시개발법 및 학교용지 확보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도안2-1지구 개발계획에 포함됐어야 했다. 사업시행자인 ㈜유토개발1차가 학교용지를 조성해 대전교육청에 기부채납하는 것을 조건으로 실시계획 인가를 얻었고, 대전아이파크시티 1, 2차 2560세대 분양이 가능했다.
실제로 도안2-1지구 실시계획 인허가를 위해 대전교육청이 복용초 건립용 학교용지와 관련해 제시한 협의의견에 대해 사업시행자인 ㈜유토개발1차가 제출한 조치계획에는 “유토개발1차가 직접 해당 학교용지 확보를 완료(도시관리계획 변경, 교육환경평가 등 관련 절차 포함)해 적기에 학교설립이 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음”이라고 돼 있다.
또 유토개발 측이 “도안2-1지구 사업 실시계획 인가 시까지 특별계획구역 15, 16블록에 대한 개발계획이 수립되지 않을 경우 당 사업자가 직접 학교용지를 확보해 도시개발사업 준공 전 학교 설립이 가능하도록 무상공급하겠음”이라는 계획을 제출함으로써 해당 사항 이행을 조건으로 실시계획 인가를 받게 됐다.
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도안2-1지구 실시계획 인가 조건에 포함됐던 복용초 부지가 도안2-2지구 개발계획에 포함되는 어처구니 없는 계획이 승인됐다.
전교조 대전지부와 대전경실련 등은 이 과정에서 비리 의혹을 제기했다. 대전교육청 A사무관이 개입해 사업시행자의 편리를 봐 주고, 그 대가로 사업지 내 하천부지를 A사무관이 싸게 매입한 뒤 사업시행자가 협의보상이라는 명목으로 다시 매입해 주면서 수억원의 차익을 남기게 했다는 주장이다.
도안2-1지구 실시계획 인가 시점(2018년 6월 26일)에는 해당 지역이 포함된 특별계획구역 16블럭에 어떠한 개발계획도 수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유토개발은 실시계획 인가 조건인 학교용지에 대한 토지소유권 확보는 물론 해당 부지에 대한 도시관리계획 결정(변경) 및 교육환경평가 등을 선행하지도 않았다.
대전시의 지정승인부터 유성구의 실시계획 인가, 그리고 주택사업 승인까지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특히 대전시가 도안2-1지구 사업시행자인 유토개발1차와 도안2-2지구 사업시행자인 유토개발2차의 출자자(주주관계)가 동일하다는 점을 명분으로 유토개발의 요청에 의해 도안2-1지구에 포함시켜야 할 복용초등학교 조성 및 개발계획을 별건 사업인 도안2-2지구 포함된 특별계획구역 16블럭에 조성할 수 있도록 한 것은 편법을 동원해 사업시행자의 편리를 봐 준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도안2지구를 둘러싼 인허가 비리 의혹은 봉업회사법인 밴티지개발이 대전시를 상대로 제기한 도안2-2지구 도시개발구역 지정 및 개발계획 수립 고시 무효확인 등 청구 소송 1심에서 대전시가 패소하고 법원의 집행정지까지 받아 들여지면서 도안2-2지구 개발계획에 포함된 복용초 부지와 관련된 일체의 행정행위까지 중단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
복용초 개교 시기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미궁에 빠지는 순간이다.
◆ 대전교육청도 이해 못하는 학교부지 변경… 시 행정의 무리한 강행?
대전교육청 학생배치담당 부서 관계자들도 학교부지가 변경된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복수의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사업시행자인 유토개발이 학교용지 확보와 관련된 법 규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는데도 대전시가 실시계획 인가 처분을 해주면서 첫단추부터 잘못 꿰졌다”며 “법령 규정 절차에 전면 배치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대전시가 무리한 행정처분을 강행한 이유가 뭔지 물어보고 싶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대전교육청의 또다른 관계자는 “X은 대전시가 싸 놓고 교육청에게 다 떠넘기고 있다”며 “최근 대전시가 학교시설사업촉진법을 근거로 민간사업자(유토개발)의 학교시설사업 시행자 지정을 위해 선례를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학교 개교가 다급한 교육청에게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전시가 ‘학교시설사업 촉진법’을 근거로 도시개발사업 민간사업자를 학교시설사업 시행자로 지정한 뒤 도안2-2지구에 복용초를 짓겠다는 구상이지만 실제 사례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 전북교육청, 제주도교육청 등은 해당 법령을 근거로 하더라도 시행사를 학교시설사업자로 지정을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교육청은 결국 도안2-1지구에 계획대로 학교 건립을 추진했다면 문제가 없었던 것을 대전시와 개발업체가 부지 변경을 추진하면서 모든 상황을 꼬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 “누구에 책임을 물어야 하나” 시민·학부모들 시선 싸늘
하지만 대전시교육청이 억울함을 호소해도 시민들과 학부모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애초에 도안2-2지구 변경에 동의한 것도 대전교육청 아니냐” “떡고물을 얻어 먹으려고 교육공무원이 하천부지까지 사는 동안 설동호 대전교육감은 뭐 했느냐” “사업이 시작된 게 언제인데 이제와서 책임공방을 운운하느냐” 등의 날선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입주시기인 2021년 11월보다 10개월이나 늦게 복용초 개교 시기가 지연됐던 것에 대해 이미 불만을 품고 있던 학부모들은 법적 소송과 이에 따른 부지 미확보 등으로 복용초 개교 장기 지연이 불가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민원 제기 등 집단행동에 돌입한 상태다.
시교육청은 2023년 3월 개교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자칫 법정 다툼이 장기화할 경우 2023년 개교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불안감은 더욱더 확산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대전교육청의 주장에 동의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학교용지와 관련한 실시계획 인가 조건을 제시한 대전교육청이 복용초의 정상적인 개교를 위해 해당 부지를 최소 언제까지 기부채납을 받아야 하는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주무관청이기 때문이다.
사업시행자로부터 기부채납이 지연돼 복용초 정상개교가 어렵다고 판단된 해당 시점에 대전교육청의 실시계획 인가조건 불이행 등을 사유로 대전시에게 ‘공사중지’ 또는 ‘실시계획 인가 취소’ 요청 등 인가 조건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면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결국 대전교육청의 주장은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도시개발사업 인가권자 및 학교설립 주무관청의 관리·감독만 있었더라도 복용초 개교 지연은 충분히 방지할 될 수 있는 사항이었다. 그럼에도 행정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어서 단순 개교의 지연이 아닌 별건 소송에 연루돼 개교 시기조차 가늠히기 힘들게 된 사상초유의 사태는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은다.
◆ ‘예견된 인재(人災)’… 공무원 인허가 비리의 화수분 비아냥도
부동산 전문가들은 잘못된 행정절차를 조목조목 비판했다.
▲도시개발구역 지정권자인 대전시가 도안2-1지구 개발계획에 학교시설계획 포함 여부에 따라 지정승인의 가부를 결정했어야 했고 ▲학교용지 확보 및 학교설립 주무관청인 대전시교육청은 학교시설계획에 대한 사업시행자의 조치계획의 이행 여부를 확인하여 미진할 경우 공사중지, 실시계획 인가 취소 요청 등 강력한 이행촉구를 해야 했으며 ▲도안2-1지구 실시계획 인가권과 주택사업 승인권을 갖는 유성구청도 실시계획 인가 조건의 이행 여부를 관리·감독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이유인지 대전시와 대전교육청, 유성구청 어느 누구도 사업시행자의 조치계획 이행 여부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았고, 복용초 개교 지연이라는 인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도안2-1지구와 2-2지구 인허가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금품수수, 교수들의 인허가 편의 제공 등이 드러나 실형이 확정됐고, 최근에는 대전교육청 공무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도안지구 2단계 개발사업’은 대전지역 공무원들의 인허가 비리의 화수분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총체적인 행정 난맥상의 현주소인 동시에 공무원이 낀 권력형 비리 게이트가 의심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