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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칼럼]영혼까지 앗아버린 제천시 화재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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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칼럼]영혼까지 앗아버린 제천시 화재참사

김병호 선임 기자 입력 2017/12/30 20:31 수정 2018.01.08 09:43
김병호 부회장.

쓰나미처럼 밀려온 슬픔이 한 지역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리고 유족의 통곡이 도시를 덮었다. 화재참사현장을 찾은 정치인들은 만시지탄(晩時之歎)하는 소리만 한마디씩 내 뱉고 자리를 떠났다.

언제였던가, 세월호 참사 때는 그리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촛불도 제천 화재현장에는 나타나지 않았다. 29명의 사망자 위패가 모셔진 제천 체육관 합동분향소 입구에 유가족과 조문객들이 화이트보드에 붙인 포스트잇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소녀 같은 우리엄마 사랑해” 란 포스트잇에 쓰인 글을 보고 한 조문객은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고 말을 잇지 못했다. 또 어느 며느리 되시는 분이 쓴 글 중에 “어머니 너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해요. 편히 잠드세요”란 글을 본 조문객들도 눈물을 흘리고 참혹했던 참사를 추모하며 명복을 빌었다.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창고 화재 시 40명이 사망한 이후 9년 만에 가장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화재참사다. 소방당국은 백드래프트 현상 때문에 2층 목욕탕 창문을 깨지 못했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유족측은 이점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도시면적 883㎢에 인구 약 14만 명인데 소방대상물만 2160여곳이나 된다. 제천소방서 구조대원 13명이 전부다. 그것도 3교대이고 보니 사고당시 4명만 근무 중인 상태였다. 부족한 인력과 장비로 대형 화재진압은 사실상 어려움에 봉착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남의 허물을 물고 뜯을 때는 굶주린 이리 때가 되더니 자신에게 닥친 일에는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고 수준미달의 형편없는 행태를 보여준다고 제천시민들은 아우성이다. 유족들은 정치인들의 눈물과 립서비스를 원하는 것이 아니라 화재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감정가 52억짜리 건물이 경매에 27억1100만원에 낙찰됐다. 모 은행에서 25억 5000만원을 대출받고 건물주는 1억 6100만원을 달랑 들고 화재건물을 매입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시민들에겐 상상하기 어려운 방법이 노출됐을 뿐만 아니라 원금 상환말고 취득세등을 어떻게 감당해 냈나?

건물주는 15년째 1억짜리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제천시내에서 작은 빵집을 운영한다고 전해졌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이상한 거래에 시민들은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건물주는 경찰조사과정에서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왜 묵비권을 행사하는 지도 의문이 앞선다. 건물주 자금으로 매입했다면 묵비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지 않나?

혹여나 건물주가 바지라면 정부나 제천시가 유족에게 보상을 충분히 해주고 추후 조사과정에서 실 소유주가 밝혀질 경우 구상권을 행사하더라도 선 보상이 유족들의 심신을 위로해 주는데 최선책이 아니겠나. 유족들은 포스트잇에 하루속히 진실규명을 요구하는 글을 올려놓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24일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관계자처벌을 강력히 시사했다. 세월호 사망 시에는 7~8억씩 보상해주고 왜 제천화재참사는 아직까지 일언반구도 없느냐고 시민들은 항변하고 있다.

제천시민들이 선량해서 그냥 쓰다듬어주고 넘어가서 될 일이 아니지 않나? 18세 학생이 “아빠” 구해달라고 절규 했던 목소리를 정치인들은 망각해서는 안 된다. 비통하고 너무 처절한 현실앞에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보이지 않느냐. 국민이 있어야 국가가 있는 법. 국민이 우선이 되고 국민이 최고 권위자가 되는 나라를 우리는 갈망해 왔다.

화재참사현장에서 눈물짓고 이틀도 지나지 않아 음악회 참석해서 환한 웃음을 선사하는 이중인격 소유자를 우리는 바라지 않았다. 달도 차면 기운다. 권력 무상이라 했던가? 누구든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이다. 영원한 것은 지구상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운명을 달리한 29인 영전(靈前)에 삼가 명복을 빌며 유족의 슬픔이 하루속히 안정되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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