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뉴스프리존]박용 기자=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달 7일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을 발표하면서 미술관 입지를 수도권으로 확정하기 전 지역공모 배제라는 가이드라인을 이미 확정하고 추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은 문체부로부터 받은 이건희 미술관 관련 회의 자료를 언급하며 “문체부가 개최한 9번의 회의 중 3차 회의 당시 이미 문체부 공무원 중심으로 이건희 미술관 지역공모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리고 진행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건희 컬렉션 기증품 활용방안 마련을 위해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를 운영해왔고, 10여 차례 논의를 했다고 했지만, 당시 전문가 위원 참석도 2명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승수 의원은 이에 대해 "지방을 철저히 배제하고 결정 내린 ‘답정너’식으로 유치전에 뛰어든 전국 40여곳의 지자체와 지방에 사는 국민들을 우롱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날 회의에서 문체부가 지자체 과열을 우려하며 2016년 국립한국문학관 지방 공모 실패사례를 언급한 것은, 미술관 건립부지 논의시 ‘지방은 철저히 배제해야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사전에 제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지만 문체부가 김승수 의원실에 제출한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방안 회의’자료에는 회의수는 총 9회로 명시되어 있으며, 1회에서 4회까지는 전체 전문가 위원회가 구성된 것이 아니라 전문가 위원 2명과 문체부 담당 공무원 중심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문제가 된 3차 회의(5월 14일)에서는 문체부 해당 부서의 실장, 국장, 과장 뿐 아니라 이례적으로 실무진까지 모두 참석해 "건립 부지선정은 모든 가능성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지역 요구를 감안해서 선정 공모할 경우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부정적 의견을 못 박았다.
3차 회의록에서 문체부로 추정되는 한 관계자는‘2016년 국립한국문학관 건립 추진 시 지자체 과열경쟁으로 공모가 한 달 만에 중단된 바 있음’ ‘유족측이 지역 맥락에 따라 별도로 5개 지역 미술관에 기증한 바 있어 특정지역에 건립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문체부가 사실상 지방배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해당 발언자의 이름은 회의록에 표시되지 않았다.
김 의원은 “정부가 애초부터 이건희 미술관의 지방 건립은 불가하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추진한 수도권 중심의 문화예술 정책 실상에 강한 분노와 허탈감을 느낀다”며 “문재인 정부가 전국의 불균형적 문화향유기회를 해소하기 위한 조금의 노력이나, 정권차원에서 지방분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없다는 것을 재확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이건희 미술관의 서울 건립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수도권을 배제한 모든 지자체가 공정한 공모를 통해 건립이 결정될 수 있도록 원점에서 재검토해야할 것”이라고 강력히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