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도형래 기자= 지난 23일 정일용 연합뉴스 사장 공모 후보자를 만났다. 정일용 후보자는 연합뉴스에서 34년간 재직한 연합뉴스 맨이다. 재직 중 한국기자협회장,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최근 연합뉴스는 기계적 중립성, 일부 기사의 편파성 논란에서부터 광고 기사의 포털 송출까지 다양한 비판에 직면해 있다. 연합뉴스 사장 후보자로 나선 정일용 전 한국기자협회장에게 바람직한 연합뉴스의 위상과 나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정일용 연합뉴스 사장 후보자는 "우리나라 정보 주권을 지키고 국민의 정보접근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연합뉴스의 혁신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가 다른 유수의 국가들의 통신사와 경쟁해 정보 주권을 지키며, 정보로부터 소외된 국민이 없도록 정보 격차를 줄이고 정보접근권을 보장하는 국가기간통신사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일용 후보자는 "97년 IMF 체제 때를 생각해 보면 국제 저널리즘 시장에서 국가기간통신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면서 "당시 만약 우리나라에 국제적으로 ‘신뢰가 있는 언론사’가 있어서 해외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나 전망에 대응할 수 있었더라면 IMF 체제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일용 후보자는 "사실 국제 저널리즘 시장은 정보전쟁터와 같다"며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인지도가 있는 언론사가 필요하다. 연합뉴스는 세계 10위 내 경제권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일용 후보자는 "연합뉴스가 정보복지 차원에서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데 앞장설 수 있다"면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뉴스를 편성할 수 있고,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방송 역시 연합뉴스는 쉽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일용 후보자는 "아나운서가 있고 기자가 있고 편집자가 있다. 심지어 연합뉴스 아나운서는 다른 부서 일에 배치돼 있다"며 "그동안 적극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없어서 하지 않는 게 많다"고 말했다.
정일용 후보자는 그동안의 연합뉴스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비판에 대해서도 "수용자권익위원회 같은 옴부즈만 제도가 없는 게 아니다"라며 "문제는 면피용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다소 형식적으로 치러내고 있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제도를 실효성 있게 운영하려는 의지가 없었다"며 "기존의 수용자권익위를 확대 개편해 민원이 제기된 기사가 있다면 제작 책임자가 직접 출석해서 적극 소명하고 소통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정일용 연합뉴스 사장 후보자는 지난 1987년 연합뉴스에 입사해 올해 2월 정년퇴직했다. 34년간 연합뉴스 기자로 재직하면서 1997년 연합뉴스 노조위원장, 2006년 한국기자협회장을 역임했다. 1997년 노조위원장 때 ‘연합 위상 바로세우기’ 운동을 펼치며 프랑스 AFP법을 참조해 ‘연합통신사법’을 최초 제안한 당사자이기도 하다. 이는 2003년 뉴스통신진흥법 제정과 2009년 상시법 개정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현재의 국가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의 토대를 쌓은 주역인 셈이다.
정일용 사장 후보자는 또한 통일언론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2005년 6·15남측위원회 언론본부를 구성하는 데 누구보다 앞장섰고 2006년부터 상임공동대표를 맡았다. 그 이전부터 북한 관련 보도에서 정일용 기자의 역할이 컸다. 그는 90년대 초반부터 연합뉴스 북한부 기자를 맡아 활동했고 1998년 기자협회, 전국언론노조, PD연합회가 수여하는 언론3단체 ‘통일언론대상’을 받았다. 「안기부, ‘북한 원전(原典) 인용보도 문제없다’」 기사로 받은 상이다. 정일용 후보자는 이 기사에서 ‘언론이 북한 원전을 자유로이 인용·보도할 수 있다’는 안기부의 대답을 이끌어냈다. 북한이 출처인 서적, 언론을 보는 것조차도 국가보안법과 특수자료취급지침 등에 의해 금기시돼 왔던 것을 뒤엎는 보도였다.
정일용 후보자는 지난 2018년에 연합뉴스 사장에 앞서 도전한 바 있다. 개혁성이 강한 정일용 후보자가 두 번째 도전이 성공할지 언론계 안팎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한편 25일 현재 연합뉴스 사장 5배수 후보자에 압축된 인물은 정일용 후보자 외에 권영석 통일언론연구소장, 김경석 전 편집총국장, 성기홍 연합뉴스TV 보도국장, 이우탁 북한뉴스에디터 등이다. 이들 5명의 후보자는 오는 28일 연합뉴스 사추위와 100명의 시민평가단이 참여하는 심사를 통해 2차 후보자 3명으로 다시 줄여진다.
다음은 정일용 연합뉴스 사장 후보자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문)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해마다 350억 원에 달하는 뉴스구독료를 정부로부터 일괄 지원받고 있다. 이런 연합뉴스의 뉴스신뢰도에 대한 비판이 많다. 연합뉴스가 편파적이라는 국민의 불신도 있다. 연합뉴스에 대한 불신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정일용= 연합뉴스를 ‘언론다운 언론’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론 전반의 신뢰도가 낮다. 저널리즘 가치를 복원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 연합뉴스라고 하면 신뢰할 수 있도록 하고, 장기적으로 연합뉴스가 언론 전반의 개혁을 추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람이다.
연합뉴스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방안이 있나? 연합뉴스에 대한 신뢰도도 그리 높지 않은 것 같다.
= 먼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저널리즘 연구소’를 만들려고 한다. 말은 연구소지만 여기서 연합 기자들의 교육과 재교육을 담당하고, 연합뉴스 기사를 모니터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국민에게 공유하고자 한다. 사실 연합뉴스는 큰 규모에 비해서 기자를 교육하는 시스템이 취약하다. 기자들 사이에 공유하는 원칙이나 가치도 크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저널리즘 연구소’를 통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고 싶다. ‘좋은 기사가 어떤 거냐’, ‘어떻게 써야 좋은 기사냐’, ‘연합은 어떻게 써야 하나’ 등등.
사실 지금도 ‘콘텐츠평가실’이 연합뉴스 내부조직으로 있다. 하지만 ‘콘텐츠평가실’에 하는 일이 고작 ‘1보가 빨랐나’, ‘오탈자가 있나 없나’ 등을 지적하는 수준이다.
‘저널리즘 연구소’는 기존의 콘텐츠평가실을 확대·개편해서 상시적인 기사 모니터링과 함께 기자들의 교육프로그램을 짜고 이를 담당하게 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연합뉴스의 기사에 ‘저널리즘’ 가치를 담도록 하겠다.
국민의 비판에 연합뉴스가 너무 무감각하다는 지적이 있다. 국민들의 비판을 수용하고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나?
= 연합뉴스는 독자와 국민의 의견을 듣고 이를 반영하는 제도가 있다. 수용자권익위원회가 연합뉴스의 옴부즈만 제도다. 국민의 비판이 연합뉴스에 반영이 안 되는 건 옴부즈만 제도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수용자권익위원회가 면피용으로 한 달에 한 번 치러내고 있는 게 문제다.
그동안 제대로 하려는 의지가 없었다. 수용자위원회를 제대로 구성하고 제대로 운영하면 국민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다는 얘기를 들을 이유가 없다. 확대·개편해서 실질적으로 운영하고 여기에 기사와 관련 제기된 민원을 연합뉴스에 반영하면 된다.
문제가 된 기사가 있으면 제작 책임자가 직접 수용자권익위원회에 출석해서 소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자는 자신의 이름으로 기사를 쓴다. 기사에 기자의 바이라인을 명기하는 이유는 기사에 대한 비판이나 독자들의 의견을 듣고 소통하라는 의미도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제작 책임자가 수용자권익위원회에 직접 출석해 독자와 소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또 국민 신문고 같은 채널을 통해 연합뉴스에 직접 공개적으로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 소통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정한 숫자의 독자들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 연합뉴스의 책임 있는 직책에 있는 사람이 직접 해명하고 그 개선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본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이기 때문에 더 열린 소통, 열린 경영을 해야 한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소통 경영, 혁신 경영이 필요하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얘기가 나왔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가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생각하는 연합뉴스 혁신 구상이 있다면?
= 법에서 연합뉴스에 부여된 책무가 있다. 외적으로 ‘정보 주권을 지킨다’는 것이고 우리나라 내적으로 ‘정보 복지’다. 정보 주권 지키고 국민들의 정보 접근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연합뉴스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아야 한다.
‘정보 주권을 지킨다’는 의미는 국제 저널리즘 시장에서 97년 IMF 체제 때를 생각해 보면 된다. 국제 저널리즘 시장에서 국가기간통신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당시 만약 우리나라에 국제적으로 ‘신뢰가 있는 언론사’가 있어서 해외 언론의 부정적인 보도나 전망에 대응할 수 있었더라면 IMF 체제의 양상이 달라질 수 있었다.
국제 저널리즘 시장은 정보전쟁터와 같다. 국익을 수호하기 위한 인지도가 있는 언론사가 필요하다. 연합뉴스가 세계 10위 경제권에 걸맞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돼야 한다.
연합뉴스가 정보복지 차원에서 정보 격차를 해소하는 데 앞장설 수 있다. 음성 서비스를 확대하여 시각 장애인을 위한 오디오 뉴스를 편성할 수 있고,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 방송 역시 연합뉴스는 쉽게 만들 수 있다. 기존의 인력을 활용하기 때문에 큰 비용도 들지 않는다. 할 수 있는 데 하지 않고 있는 게 많다. 연합뉴스에는 아나운서가 있고 기자가 있고 편집자가 있다. 심지어 연합뉴스 아나운서는 다른 부서 일에 배치돼 있다. 적극적으로 하려는 의지가 없어서 하지 않는 게 많다.
연합뉴스가 매년 ‘연합연감’을 발행하는 데 오디오북을 병행해 발간할 수 있다. 하려는 의지가 있으면 정보격차 해소, 정보접근권의 확대를 위해 연합이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예전에는 연합이 언론사나 기관을 상대로 B2B에 집중했는데 지금은 기술의 발달로 B2C가 된다. 수용자·독자를 직접 만나기 때문에 정보격차해소를 위해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할 수 있는 일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평양에 연합뉴스 지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남북 언론교류, 통일을 위한 언론의 역할, 연합뉴스의 역할은 어떠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고 생각한다. ‘북한을 믿을 수 있나’, ‘북한 입장에서는 남한을 믿을 수 있느냐’는 문제의 해결은 평화 통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다. 신뢰의 바탕이 되는 게 바로 ‘이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어야 신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언론의 역할은 바로 여기에 있다. 언론이 북한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이바지해야 한다. 언론인이 먼저 북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남북 언론교류의 중요성을 평소 강조해야 왔다.
평양에 연합뉴스 지국을 만든다는 건 이것은 바로 ‘북한 이해’를 위한 방편이다. 기자가 직접 보고, 취재해야지 남이 본 것만, 남이 보도한 것만 인용해서는 이해를 넓힐 수 없다. 반대로 조선중앙통신의 서울지국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한편 연합뉴스 평양지국의 의미는 한반도 정보주권의 실현이라는 측면도 있다. 남쪽 대한민국의 정보주권에서 이제는 한반도 전체를 연합뉴스의 활동 영역으로 하는 정보주권의 실현으로 나아가야 한다.
연합뉴스 평양지국은 국가보안법 같은 현행법에 대한 개정도 필요해 보인다.
= 물론 과정에 다양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통일을 위해 ‘평양지국’은 국가기간뉴스통신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합목적적’으로 실현해야 하는 일이라는 얘기다. 남북의 대표적인 뉴스통신사의 취재·교류가 이루어진다면 다른 언론사의 대북 취재·교류의 길도 열릴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뉴스통신진흥법 개정, 신문법 개정 등도 필요하다면 강구해 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