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5일 임기 8개월여를 남기고 지사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이재명호 경기도정 3년'과 향후 도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지사의 중도 사퇴는 공직선거법상 대선 후보자의 사퇴 시한(대선 90일 전인 12월 9일)보다 한 달여 이른 것이다.
공직선거법상 남은 임기가 1년 미만이면 선거위원회 결정에 따라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을 수 있다.
보궐선거를 치르지 않으면 남은 8개월여 민선 7기 경기도정은 내년 6월 지방선거로 7월에 새 지사가 취임할 때까지 오병권 행정1부지사가 권한 대행을 맡아 운영하게 된다.'
◇ 3년 4개월 도정 수행…'이재명표 정책' 전국화 토대 만들어
2018년 7월 취임한 이 지사는 3년 4개월 동안(25일 기준 1천213일) 도정을 수행하면서 '이재명표 정책'을 차근차근 도입해 이를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었다.
특히 핵심 대선공약인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등 '기본시리즈' 정책은 경기도에서 이미 시행 중이거나 본격적으로 시행에 나설 채비를 마쳤다.
이 정책들에 대한 찬반 논쟁은 제쳐두고라도 전례 없는 이재명표 정책은 이 지사의 대권 도전을 계기로 경기도 모델을 발판삼아 전국적 시행의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2015년 성남시장 재임 때 '청년배당' 정책을 입안하면서 기본소득 개념을 처음으로 들고나왔다.
도지사로 취임한 후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공론화를 시도했지만 재원 확보, 외국의 실험 사례 등으로 반대 여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지지부진하던 기본소득 논의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주목을 받았다.
이 지사는 지난해 2월 지역화폐형 재난기본소득 지급 방안을 '경제 방역' 해법으로 제시했지만, 지원 범위를 둘러싼 논쟁으로 전국 시행이 지연되자 지난해 4월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지급을 밀어붙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올해 2월(2차), 10월(3차) 두 차례 더 지급했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도 눈에 띄는 이재명표 사업 중 하나다.
경기도는 2018년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하고 2019년엔 도내 공공의료원 6곳으로 확대했다.
2019년 5월엔 국회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지사는 지난해 7월과 지난 8월 여야 의원 전원에게 수술실 CCTV 설치법 입법을 요청하는 서한도 보냈다.
그 결과 올해 8월 말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수술실 CCTV 설치 법제화가 이뤄졌다.
이밖에 이 지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근로 감독권의 공유 및 공정거래 감독권의 이양, 공공개발 이익 환수제 입법화, 청정계곡 관리를 위한 법령 개정 등도 앞으로 전국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또 논란 속에 추진해 온 도내 공공기관 이전, 일산대교 무료화 등도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 개인 신상과 관련한 많은 논란·갈등은 '그늘'
이러한 성과 뒤에는 그늘도 있었다.
이 지사는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불거진 '형님 강제 입원' 의혹 사건으로 취임과 동시에 수십차례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867일 만에 무죄가 확정돼 그간 자신을 묶어온 사법 족쇄에서 벗어났다.
3년여 전 경기지사 선거 TV 토론회에서 한 발언이 발단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으로 고발된 뒤 '수사-기소-무죄-유죄-무죄'를 거듭해 피 말리는 롤러코스터 여정을 경험했다.
재임 기간 3년여 중 2년여를 자신의 신상 관련 문제로 수사 기관과 법정을 오갔고, 이어 1년여는 대선 행보를 병행해 왔다는 점, 주어진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했다는 점 등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인구 1천380만 명의 경기도청을 책임진 도백으로서 온전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성남시장 때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특혜 의혹으로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 역시 이 지사의 관련성 여부를 떠나 당분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유병욱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사무국장은 "3년을 되짚어봤을 때 경기도의 정책과 사업에 대한 사회적 논의보다 이 지사의 신상과 관련한 문제로 소모된 시간과 비용이 많았던 부분은 비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기본주택·기본소득·기본대출 등 '기본 시리즈' 정책에 대한 선의는 인정하지만, 경기도가 이들 정책을 현실화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논의를 진척시켜 왔는지도 의문"이라고 평가를 유보했다.'
◇ 이재명표 시책의 앞날은…"관리형 대행 체제로 큰 영향 없을 듯"
앞으로 8개월여 경기도정은 도백 없는 오병권 행정1부지사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다.
이 지사의 중도 사퇴로 도청과 산하기관에 남아 있던 정무 라인 직원들도 동반 사직할 것으로 보여 이들이 주도적으로 추진, 관리해 온 일부 도 시책 사업들의 추진 동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표 사업으로 불리며 이미 시행 중인 기본소득(재난기본소득 3회), 청년기본소득(3년차), 공공배달앱(2년차) 사업과 기본소득박람회(3년차)는 물론 내년에 추진 예정인 농촌기본소득, 기본대출, 기본주택 등이 대표적이다.
앞서 오 부지사는 지난 13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행정안전부, 경기도, 부천시에서 근무한 경험을 토대로 권한 대행을 맡게 되면 책임을 갖고 도정이 잘 진행될 수 있게 챙기겠다"고 밝힌 바 있다.
도청 안팎에서는 민선 7기 잔여 임기가 관리행정 중심의 대행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이 큰 만큼 해당 시책들 추진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말한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권한대행 체제가 되면 남은 민선 7기 도정은 관리행정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며 "이 지사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까지 마무리했기 때문에 이후 임기를 채우지 못한 8개월여 동안 이재명표 정책이 변동되거나 추진 동력이 상실되는 등의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승진 경기도통합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권한대행을 맡을 오병권 부지사는 경기도에서 경제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바 있어 안정적으로 도정을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유병욱 경실련 경기도협의회 사무국장은 "아무래도 이 지사가 떠나면 공무원들이 느슨해질 수 있어 기강해이를 경계해야 한다"며 "권한 대행을 맡을 부지사는 경기도정의 일상 업무가 잘 돌아가도록 이런 점을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