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노제(路祭)는 고인의 유언대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조촐하게 치러졌다.
30일 오전 9시 정각 고인을 실은 8인승 링컨 리무진이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출발했다. 운구차는 약 8.8㎞를 달려 연희동 자택까지 도착했다.
오전 9시 18분 고인의 대형 영정사진을 담은 차량과 함께 국화꽃을 두른 운구차가 연희동 자택 골목 어귀에 등장했다.
노 전 대통령의 맏손주인 노재헌 변호사의 아들 장호씨가 영정 사진을 들고 운구차에서 내렸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노 변호사를 비롯한 유족들도 차량에서 내려 대문 앞에서 잠시 시간을 가졌다.
박철언 전 의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 등 사흘 내리 빈소를 지킨 '6공 측근'들도 유족의 뒤를 따랐다.
반쪽만 열린 대문 사이로 보인 잔디 마당에는 흰색 천을 두른 테이블이 보였다. 테이블 위에는 '제6공화국 실록' 책 4권에 고인의 영정 사진을 기대어 놓고 한쪽에는 생수 한 병과 물그릇 하나, 향이 놓여 있었다.'
유족들은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들고 약 5분간 천천히 집안을 돌며 고인과 자택에서의 마지막 이별을 나눴다.
집안에서 부인 김옥숙 여사가 고인이 된 남편을 맞았다. 1959년 결혼 이후 62년간 고락을 함께한 김 여사는 말없이 담담했다.
김 여사를 비롯한 유족들은 이내 마당으로 나와 영정이 놓인 제단으로 향했다.
몸이 불편해 주변의 부축을 받은 김 여사는 제단 바로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남편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들 노 변호사, 딸 노 관장, 손주들과 6공 인사들도 차례로 영정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노제는 25분여 만에 끝났다. 유족들은 고인의 뜻대로 물 한 병과 향만 놓고 고인과 조용한 인사를 나눴다.
노 변호사는 이날 노제에 앞서 서울대병원 빈소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노제도 선친 뜻대로 길거리가 아닌 댁 안에서 최대한 간소하게 한다"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치러지는 30일 빈소부터 임시 유골 안치 장소까지 운구 행렬을 따라 교통이 통제되면서 도심에서 일부 혼잡이 빚어지고 있다.
다음 달 1일 단계적 일상 회복을 앞두고 주말 나들이객이 나오고 있는 데다 영결식으로 인한 통제가 겹친 탓으로 보인다.
이날 서울청 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오전 9시부터 빈소인 서울대병원 장례식장부터 노제가 치러진 연희동 사저까지, 오전 9시 30분부터 10시까지는 연희동 사저부터 모래내고가→성산대교 북단→강변북로→잠실대교를 거쳐 영결식장인 올림픽공원까지 통제돼 주변이 다소 혼잡한 상황이다.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는 영결식장인 올림픽공원부터 잠실역→잠실대교 남단→올림픽대로→경부선(양재IC)→화물터미널→서울추모공원까지 차례대로 통제될 예정이다.
오후 1시 50분부터 3시 30분까지는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이 이뤄지고 오후 3시 30분 이후부터 추모공원→양재IC→잠원고가→올림픽대로→가양대교 남·북→강변북로→난지시계 구간이 통제된다.
마지막으로 오후 5시께부터는 파주 검단사 주변을 위주로 통제된다. 통제 구간은 난지시계→남고양IC→북로JC→행주IC→자유로JC→킨텍스IC→성동IC→검단사다.
경찰은 "현재까지 심한 정체는 없이 관리되고 있지만 운구 행렬이 시속 40km 내외로 운행하고 있어 동선별로 혼잡이 예상되는 만큼 이동 구간 내 차량 운행을 자제하고 차량 이용 시 원거리로 우회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