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가 4일 구속된 데는 그간 여러 증거인멸 정황이 드러난 사실이 결정적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 전담 부장판사와 문성관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며 각각 김씨와 남 변호사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대장동 개발에 참여하며 돈독한 사업 파트너로서 지내다가 비용 분담 문제 등으로 틀어진 두 사람이 수사 과정에서 일부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고, 법원이 이를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검찰은 전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사진 자료 등을 제시하며 두 사람이 대질조사 이후 서로 말 맞추기를 한 정황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를 마친 남 변호사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대기실에 있던 김씨가 남 변호사 쪽으로 다가와 손가락으로 숫자 4를 표시하는 장면이 청사 내 폐쇄회로(CC)TV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김씨가 뇌물 5억원 중 수표 4억원 부분에 관해 남 변호사와 의사소통을 한 게 아니냐고 추정한다.
검찰은 이 4억원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거쳐 정민용 변호사, 남 변호사에게 전달됐다고 파악하고 있지만 김씨는 유 전 본부장에게 수표를 준 적이 없고 남 변호사에게 차용금 변제 용도로 줬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질 무렵 김씨가 미국에 체류 중인 남 변호사에게 전화한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두 사람에 대한 수사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공모관계인 이들의 연락 정황은 증거인멸 시도일 수 있다는 의심을 샀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휴대전화에 전자 정보를 완전히 삭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설치해 통화기록 등을 삭제했고, 기존에 쓰던 휴대전화는 일부러 파기한 것으로 파악했다.
남 변호사는 기존 휴대전화는 바닷가를 거닐다가 분실했다고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씨가 남 변호사의 휴대전화에 해당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도와줬다는 내용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지난 1일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를 작성한 정 변호사를 35억원대 사기 혐의로 갑자기 고소한 것도 처벌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고 의심한다.
남 변호사는 정 변호사에게 준 35억원이 사업 투자금일뿐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는데, 이를 뒷받침할 외형을 만들기 위해 고소장을 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이 고소 사건은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에 배당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