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가 구속됐다. 범죄 혐의가 소명됐고, 또 증거를 없앨 우려가 있다는 것이 법원 판단이다. 정민용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이미 재판에 넘겨진 유동규 전 본부장을 비롯해 핵심 인물 3명이 구속됐다. 그동안 수사 의지와 능력을 의심받던 검찰로서는 한숨도 돌리면서 윗선 개입과 로비 의혹 수사에도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는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배임과 뇌물 제공 혐의를 받고 있다. 대장동 설계자를 자처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연루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김씨는 그제 영장실질심사 전 배임 혐의를 부인하면서 “그분의 행정지침이나 시가 내놓은 정책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가 하라는 대로 했을 뿐 자신의 잘못은 아니라는 뜻이다. 김씨는 정영학 회계사 녹취록에서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했는데 두 발언에 언급된 ‘그분’이 동일인이란 의심을 떨칠 수 없다. 앞서 성남도개공 윤정수 사장도 이달 초 공개한 대장동 보고서에서 “공사에 1793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쳐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한다”며 “시장에게 별도의 보고가 있었는지는 수사기관에서 밝힐 사항”이라고 했다.
김 씨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뒤 검찰이 보강 수사를 통해 다시 구성한 배임 혐의의 윤곽을 법원이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미국 도피 당시에도 남 변호사와 김 씨가 여러 차례 통화를 했고, 조사를 받던 두 사람이 검찰청사 안에서 수신호를 주고 받는 모습이 포착된 것도 증거 인멸 우려 주장에 힘을 더했다.
대장동 4인방 중 3명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넘어 그 윗선으로의 수사 동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초과 이익 환수 조항 삭제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윗선 수사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정민용 변호사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은 수사팀으로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의 최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선대위 부실장이 검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기 직전 유동규 전 본부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 부실장은 통화 사실을 시인하며 잘못이 있다면 감추지 말 것과 충실히 수사에 임하라고 당부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5분 가량의 통화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조사를 통한 확인이 불가피해졌다.
화천대유 측의 전방위 로비 의혹 수사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로비 대상인 성남시의회 인물 중에는 대장동 사업자들과 유 전 본부장을 연결해준 최윤길 전 의장이 우선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곽상도 의원은 물론, 거액의 고문료를 받은 권순일 전 대법관 등 호화 법조인 고문단 조사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이날 남편에 이어 고문료를 받아온 원유철 전 대표 부인도 불러 조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