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뉴스프리존] 김일환 기자= 대전시교육청이 올해 처음 추진한 전자칠판 통합발주 사업을 놓고 업체 선정 심사 과정에서 불공정 심사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조달청이 정한 기준을 무시한 업체가 선정됐다는 뒷말까지 나오면서 ‘심각한 입찰 비리’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1일 대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전자칠판 발주 규모는 일괄구매 1763대, 자체구매 447대 등 2210대다.
일괄구매 가격은 대당 550만 원으로 96억9650만 원이다.
지난해까지는 각 학교에서 자체구매로 이뤄진 방식을 조달청 나라장터 경쟁입찰을 통해 일괄구매 방식으로 변경해 진행했다. 대량발주에 의한 원가인하(구매비용 절감)와 각 학교에서 부담하는 절차와 소요시간을 줄이자는 판단에서다.
대전교육청은 전체 학교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통해 일괄구매와 자체구매의 의견을 받아 희망하지 않는 학교는 자체구매 방식을 수용했다.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7개 업체지만, 다수공급자 2단계 경쟁 프레젠테이션에는 6개 업체가 참여했다.
전자칠판 선정을 위한 ‘정성 평가표’는 ▲기능 및 성능의 우수성 30점 ▲편의 및 활용성 30점 ▲사후관리 30점 ▲전반적 만족도 10점 등이다.
하지만 이 업체 선정 과정에 잡음이 발생했다.
탈락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최종 선정된 업체가 PT 당시 조달청이 규정한 ‘무상수리 AS 2년’ 지침을 넘어서는 ‘딜’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대 7년을 약속하면서 대전교육청이 점수를 더 줬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여기에 낙찰된 제품이 전자칠판의 고유 기능인 미러링도 안 된다는 억측까지 나왔다.
대전교육청의 해명도 ‘뒷말’을 키웠다.
선정의 공정성을 위해 17명의 심사위원(초·중·고교 각 4명 + 전산직 1명 + 타 시·도 장학사 3명 등)을 구성해 엄정한 심사와 투명성 확보를 위해 녹화까지 진행한 만큼 의혹과 비리는 있을 수 없다던 대전교육청은 이후 영상이 없다고 해명했다.
업체당 15분 분량의 영상을 촬영했는데, 5개 업체에 대한 영상은 있고, 공교롭게도 선정된 업체만 영상이 기록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영상을 촬영한 직원 간 교체 과정에서 실수가 났다는 것이다.
공정성을 위해 촬영한 PT영상을 컴퓨터에 옮기지도 않고 직원 개인 핸드폰으로만 보관했다는 것인데, 이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해명에 대해 탈락한 업체 관계자는 “그동안 의혹 해명을 위해 영상을 보여달라고 두차례나 행정정보공개를 요청했는데 거절 당했고, 최근 행정심판 청구 끝에 ‘업체의 영업비밀이 새어 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비공개한다’는 식의 답변을 받았다”면서 “일부 업체는 영상이 없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 PT 시연 업체들에게 영상을 다 찍는다고 고지까지 한 상황에서 영상이 없다는 식의 답변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영상을 없앴다는 의혹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전지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대전시교육청은 97억 규모의 전자칠판 일괄 구매를 추진하면서 특정 업체를 밀어주기 위해 심사를 불공정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면서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심각한 입찰 비리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공교롭게도 낙찰받은 A사 영상은 촬영하지 못했다는 대전교육청의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며 “더구나 직원 교체 과정에서 영상 촬영이 누락된 것은 실수일 뿐 고의가 아니라는 교육청의 주장은 매우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취재원과의 통화내용도 공개하며 설동호 교육감 선거 캠프 관계자와의 연관 의혹도 제기했다.
이 취재원에 따르면 정보공개 청구에 이어 행정심판에서도 ‘영상 정보 비공개’ 결정을 받았다.
또 낙찰받은 A사는 서울에 있고, 대전의 B사가 설치 작업한다고 알고 있다는 것과, B사에는 설동호 교육감 선거 캠프 관계자가 들어 있다고 한다는 말, B사가 A사를 대신해 전자칠판 조합을 찾아가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는 게 전교조 대전지부의 설명이다.
취재원은 여기에 교육청 과학직업정보과에서 조달청에 문의한 결과 전자칠판에 미러링 기능이 없거나 AS 7년을 조건으로 내세운 경우 ‘계약 파기’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통상 무상 AS는 1년마다 5%씩 가격 인하 요인이 발생한다고 한다. 즉, PT 시연 과정에서 A사가 ‘AS 7년’을 제시했다면 35% 정도 저렴한 가격에 납품할 수 있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감사관실이 나서야 한다. 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해당 업체가 ‘무상 AS 7년’을 약속했는지, 그게 평가 점수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조사해 진상을 밝히면 될 일”이라며 “위원마다 진술이 엇갈리거나, 물증에 해당하는 (고의로 삭제한 의혹이 있는)영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어물쩍 넘어가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민권익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 교육감도 이 사안을 잘 알고 있다. 감사관실에 즉각적인 조사와 경찰 수사 의뢰를 지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