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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 개신교 정신은 어디 있는가..
문화

한국 기독교, 개신교 정신은 어디 있는가

김경재 / 한신대 신학과 명예교수 기자 입력 2018/01/13 14:04 수정 2018.01.13 19:40

인간은 종교적 동물(homo religiosus)이라고 할 만큼 역사적으로 종교가 없는 시대가 없었으며 대한민국에서도 인구의 절반이 종교를 가지고 있다. 본 기획에서는 종교가 한국 사회에 끼쳤던 영향에 대해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살펴보고, 한국 종교의 정신적 가치와 사회·문화적 현상과의 관계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한국 기독교, 개신교 정신은 어디 있는가

[김경재 / 한신대 신학과 명예교수] 한국 기독교는 요즘 일반사회인과 지식인들에게 거의 기피종교가 되어 있다. 한국 기독교의 경직된 배타성, 지도자들의 도덕적 타락, 시대착오적인 문화의식 퇴행이 근본원인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한국 기독교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에서 부정할 수 없는 빛과 그림자 양면을 지니고 있다. 한국 기독교의 실패는 특정 종교의 실패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오늘과 미래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다.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현황과 정체성, 그리고 그 계보를 지식인들이라면 분명하게 알아야 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한국 기독교의 계보

이 글에서 한국 기독교라 함은 1885년 개화기에 전래되어 130여 년 동안 이 땅에 뿌리를 내린 프로테스탄티즘(protestantism)을 말한다. 그리스도교의 또 다른 큰 가지들 곧 가톨릭교회와 동방 정교회와 구별된 것으로, 소위 16세기 종교개혁 운동 이후 주로 미국을 거쳐서 들어온 개신교의 다양한 교파를 총칭한다. 장로교·감리교·성결교·침례교·오순절 계통의 교세가 강하다. 정부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한국 기독교의 교인 총수는 약 890만 명이다.

19세기 말, 소위 개화의 물결을 타고 이 땅에 들어온 기독교의 130년 동안을 크게 보면 3시기로 구별된다. 제1기 계몽활동과 독립운동기(1885-1940), 제2기 교파 분열기(1940-1965), 제3기 주체적 토착화 시기(1965-2015)로 대별된다. 제1기 동안 한국 기독교는 교육, 의료, 선교활동에 집중하였다. 숭실, 이화, 연희 등 고등교육기관과 오늘날 연세의료원을 비롯한 의료기관들, 그리고 각 지역의 보육, 복지, 종교시설 등의 규모와 공헌은 참으로 컸다.

제2기는 일본의 신사참배 강요에 저항과 투항, 해방 후 교파들의 교권 투쟁, 1950년 한국전쟁의 비극 중에도 역사의식에 눈이 어둡고 교파 분열을 하던 시기이다. 현재 한국 기독교는 크게 2대 진영으로 나뉘는데 정치-종교적 색채가 보수적인 계열을 ‘복음주의 계열(기독교의 65%)’이라 부르고, 진보적 계열을 ‘에큐메니칼 계열(35%)’이라 부른다.

제3기는 ‘복음주의 계열’과 ‘에큐메니칼 계열’의 신앙 유형적 특징이 현실과의 관계에서 분명히 나타나던 시기이다. 전자는 반공, 친미, 타종교 배타, 보수정권 지지, 개인 영혼 구원 강조, 교회의 양적 성장에 두드러진 특징을 나타냈다. 후자는 군사정권 비판, 역사 참여, 민중 신학과 토착화 신학 형성, 사회구원 강조, 타문화 타종교 화해 협력, 남북화해와 평화통일 지향 등을 특징으로 나타낸다.

개신교 정신에서 본 한국 기독교

오늘의 한국 기독교에서 빛과 그림자의 양면성은 어디에서부터 유래하는가. 본래의 프로테스탄티즘 안에 있던 종교개혁의 근본정신이 어떻게 변질되어 오늘의 한국 기독교의 피해로 나타나는가. 피상적 종교현상 비판을 넘어서서 심층적 개신교 원리에 대한 성찰이 요청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마틴 루터와 존 칼빈으로 대표되는 종교개혁(reformation)은 단순히 서양 그리스도교 종파 안에서의 교파 분열이나 교회개혁 차원의 운동을 넘어서 근대 서구 시민사회 출현 및 변동과 유기적 관련이 있는 것이다. 개인의 존엄성 자각, 양심과 신앙의 자유, 학문 연구와 비판적 자유, 정치와 종교의 분리, 사회적 신분 차별 철폐, 노동윤리와 노동의 신성성, 근대국가 개념의 출현 등은 종교개혁자들의 개혁정신이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종교적 교리 측면에서 보면, 종교개혁운동은 3가지 기본 원리를 핵심으로 주장했다. 이는 3가지 모토로서 표현되곤 하는데 ‘오직 믿음만’ ‘오직 성서만’ ‘오직 은총만’이라는 기본정신을 강조한다.

‘오직 믿음만’의 원리는 신앙자와 신앙 대상과의 직접적이고 인격적인 전적 신뢰와 의탁(commitment)을 의미했다. 그런데 점차 ‘오직 믿음만’의 원리는 각종 교리 신조를 충실히 받아들이는 교리 수용이라는 의미로 변질해 갔다. ‘오직 성서만’의 원리도 중세기 교황청이 강조하는 ‘교회 공의회’ 결의문이나 교황권을 성경과 동일한 권위로 인정할 것을 거부하고, 신앙의 최종 규범을 성서로 삼겠다는 의미였다. 이 또한 ‘성경책’을 절대 무오의 계시 책으로 절대시하는 ‘책 종교’로 변질해갔다. ‘오직 은총만’의 원리도 행위 공적주의가 가져오는 양심의 가책과 도덕적 부담에서 해방시키는 ‘사랑과 구원의 감격’을 강조하는 동기였다. 그러나 이 역시 실천이 동반되지 않는 앉은뱅이 “싸구려 은총 신앙”으로 변질해 갔다.

계몽주의 운동 이후 서구 기독교에 불어닥친 문헌 비평적 성서연구 방법과 찰스 다윈의 진화론 수용 여부 견해 차이로 말미암아, 19-20세기 초 미국 개신교는 보수와 진보로 크게 양분되었다. 한국에 파견된 초창기 선교사들은 경건한 기독교의 헌신적 ‘사랑의 종교’로 가슴이 뜨거운 사람들이었지만, 신학적으로는 보수 계통의 신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그것이 한국 기독교의 ‘보수적 복음주의 계열’이 왜 오늘까지 다수를 이루어 가면서 보수적 기독교가 되었는가를 설명해주는 역사계보인 것이다.

한국 기독교의 개혁과제와 미래비전

내년은 종교개혁(1517)이 일어난 지 500주년이 되는 해다. 개신교는 근세가 동트던 근세 시민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발전해온 종교운동이다. 개신교는 중세기 봉건주의 잔재를 청산하고 근세 시민사회 형성에 큰 공헌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양성이 존중되고 학제 간 연구가 활발한 포스트모던 시대이다. 종교개혁정신(protestant spirit)은 ‘우상 타파’ 정신으로서 지켜가되, 21세기 지구촌과 한국의 정치-문화-사회적 상황에 적응하여 한국 기독교는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경직된 교리적 독단에 불과한 ‘성경 문자 무오설’, 타종교를 폄하하는 배타적인 ‘기독교 우월주의’, 진화론 등 현대 과학 지식을 부정하는 교리적 도그마, 반공 숭미주의 등 지나친 이념 편향적 기독교, 윤리적 실천과 종교적 상징을 잃어버린 과잉 언어의 남발 등을 극복하지 않으면 한국 기독교의 미래는 어둡다.

그러나 비관하기엔 한국 기독교는 귀중한 세계적 우주 종교의 한국 역사 속에서의 결실물이다. 안창호, 조만식, 김약연, 이동휘, 김규식, 김구, 이승훈 등 독립 운동가들을 비롯하여 현대 민주화 운동기에 ‘행동하는 양심’으로 살았던 함석헌, 김재준, 문익환, 장준하, 안병무, 장기려, 이우정 등 수많은 인권-노동운동가들, 오늘의 생태환경운동 남녀지도자들 상당수가 한국 기독교계 인물들이라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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