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명종?)가 몸이 괴로워 점이라도 쳐볼까 하고 당시 조선에서 가장 용하다는 점쟁이를 불렀다. 우선 이 자가 정말 점을 잘 보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 상자 속에 쥐 한 마리를 넣고 “이 안에 무엇이 있는고?” 알아맞춰 보라고 했다. 점쟁이는 쥐 세 마리가 있다고 했다. 임금은 “이 놈이 시원찮은 실력으로 혹세무민하는 놈이로구나!” 화가 나서 점쟁이를 처형한 뒤 상자 안에 있던 쥐의 배를 갈라보니 새끼 쥐 두 마리가 있더라는 이야기.
나는 오래 전부터 오늘날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대판 점쟁이라고 생각해 왔다. 다만 옛날 점쟁이들이 사주나 관상, 손금 등으로 점을 봤다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통계학이나 사회학, 심리학 등으로 무장한 차이가 있을 뿐. 옛날의 정치인들이 점쟁이에게 자신의 정치운명을 점쳤던 만큼 오늘날 정치인들은 여론조사 전문가들에게 많이 의존한다. (그래도 김건희-윤석열 부부는 여전히 점쟁이 의존도가 더 큰 모양이다)
대통령선거 여론조사를 어떻게 하는지, 불만스럽기도 하고, 의아하기도 한 점이 한둘이 아니던 차에 마침 「열린공감TV」에서 ‘심층취재! 여론조사인가, 여론조작인가!’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10~15분 이상 유튜브는 거의 보지 않는 내가 무려 1시간 20여 분을 지켜보고 나서 여론조사에 대한 많은 의문이 풀렸다.
옛날 점쟁이들이 그랬듯 여론조사 전문가들(이라고 자칭하는 자들) 사이에도 실력없는 사이비, 심지어 혹세무민하는 사기꾼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고객의 요구에 따라 조작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ARS(자동응답방식)와 전화면접방식은 점쟁이가 관상으로 보느냐, 좀 고급스럽게 주역을 들춰가며 사주로 보느냐의 차이 정도로 알았는데 ①ARS가 훨씬 더 조작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여기에다 ②유선전화 비중을 최대한 높이고 ③질문내용까지 손보면 윤석열 후보에게 실제보다 훨씬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밖에 제4의 조작방법으로 전화를 오전에 더 많이 거느냐, 오후에 더 많이 거느냐, 전화 거는 시간을 조정하기도 한다는 말까지 들은 바 있다)
언론사가 이런 부실한 여론조사를 즐겨 의뢰하는 것은 1회 5백만 원 정도 드는 저렴한 비용으로 클릭수(수입) 올리고 만만치 않은 홍보효과를 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여론몰이를 하는 등 다른 정치적 노림수도 있겠지. 정치적 노림수 중에서 가장 두려운 것이 실제 선거에서 투표 및 개표 조작 등 부정선거로 승패를 바꾸고 나서 그 결과를 정당화하는데 조작된 여론조사를 이용하는 상황이다.
간단히 말해 선거에 패한 후보를 이긴 것으로 조작해 놓고 그동안 패한 후보에게 일관되게 유리하게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대며 “봐라! 개표 결과가 여론조사와 같지 않으냐!” 윽박지르는 상황이다.
이런 우려는 돈과 조직이 일방적으로 수구세력에게 몰려있고, 부정선거를 수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인 검찰이 중립성을 잃어버리고, 급기야 선거판에 AI까지 등장한 상황에서 더욱 심각할 수 밖에 없다. 좋은 점쟁이라는 것은 원래 미래를 잘 맞추는 점쟁이이지 손님 비위를 잘 맞추는 점쟁이가 아니다.
세조(명종?) 때의 점쟁이는 자기 운명은 보지 못하고 제 눈에 비친 진실을 말하다가 죽음을 당했지만 현대 선거판의 점쟁이들은 돈과 조직과 세력에 굴복해 오히려 사실을 왜곡까지 한다.
혹세무민한 것은 세조(명종?) 때 점쟁이가 아니라 오늘날 몇몇 여론조사 업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