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이준화기자] 조선일보는 자타가 공인하는 1등신문이다. 이에 기사의 내용이 좋고 편파가 없는 정론지라 1등신문이 아니라 발행부수 판매부수가 많아서 1등신문이라고 하면 조선일보나 조선일보 옹호자들은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은 가장 인기가 있다는 것 아닌가고 말한다. 일견 맞다. 어떻든 그 신문이 지금 가장 많이 판매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1등신문은 1등신문으로서 그 가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신문이 전혀 1등신문으로 가치를 하지 못한다고 본다. 최소한의 자신들 보도에 대한 책임의식도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15일 남북회담을 보도하면서 북한측 회담대표로 나온 현송월에 대해 유독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물론 이 관심은 조선만이 아니다. 그러나 조선은 유독 더했다.
15일 조선은 “현송월 '악어가죽백'은 2500만원짜리 에르메스 제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부터 “현송월의 '협상 이미지' 전략, 2015년 중국 때와는 달랐다”, “북한판 걸그룹' 이끄는 현송월, 엷은 미소에 강렬한 눈빛 눈웃음” "北 현송월, 관현악단 단장으로 오후 회담 참가" "현송월의 '협상 패션' 전략, 앳되지만 카리스마?"까지 현송월을 타이틀로 한 기사만 무려 5꼭지나 보도했다.
그리고 남북간 평창올림픽 북축 참가협의를 위한 실무자 회담이 합의된 지난 13일에도 조선일보는 “‘김정은 옛 애인' 현송월, 평창올림픽 예술단파견 실무접촉 대표단에 포함”까지라는 제목을 붙이므로 ‘현송월’을 김정은과 연계하는 뉴스키워드로 쓰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속보이는 클릭장사다.
그런데 나는 오늘 조선일보의 클릭장사를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최소한의 언로 양심도 버리고 있음을 보았기에 이를 비판하는 것이다. 자타가 공인하는 1등신문이라면서 최소한의 스크린도 하지 않는 것인지 조선일보는 정말로 낯이 두껍다.
지난 13일 자 ‘현송월’ 키워드의 기사는 분명하게 ‘김정은 옛애인 현송월’이다. 하지만 눈을 잠시만 뒤로 돌리면 지난 2015년 1`2월 24일자 조선일보는 "현송월은 김정은 옛 애인 아닌 김정일의 마지막 애첩"이런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의 소스는 <데일리NK>다.(이하 링크 참조)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24/2015122402375.html
더 한심한 것은 눈을 몇 년 뒤로 더 돌리면 나온다. 조선일보는 현송월에 대하여 2012년 3월 24일 처음 보도한다. 당시 현송월은 김정은과 내연관계란 보도였다. 당시 기사의 소스도 <데일리NK>...
"北 김정은, 유부녀 성악가수 현송월과 내연관계" (2012년 3월 24일 조선일보)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3/23/2012032300905.html
그런데 이랬던 조선일보는 2013년 8월 29일 현송월의 처형소식을 단독을 붙여 보도했다.
"[단독] 김정은 옛 애인(보천보 전자악단 소속 가수 현송월) 등 10여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29/2013082900247.html
당시 기사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연인으로 알려진 가수 현송월을 포함해 북한 유명 예술인 10여명이 김정은의 지시를 어기고 음란물을 제작·판매한 혐의로 지난 20일 공개 총살된 것으로 28일 밝혀졌다.”로 시작된다. 소스는 ‘중국 내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으로 하고 “가수 현송월과 은하수 관현악단장 문경진 등은 지난 6월 김정은의 '성(性) 녹화물을 보지 말 것에 대하여'란 지시를 어긴 혐의로 지난 17일 체포됐으며 3일 만에 전격 처형됐다.”고 보도했다.
이후 아래의 링크대로 조선은 현송월 처형 소식을 계속 보도했다. 8월 29일 단독을 붙인 보도 이후 그해 12월까지 아래 링크의 기사들을 연이어 보도했다.
이에 국내 언론들은 이런 보도들을 소스로 하여 또 받아쓰기를 전개, 김정은의 애인이었던 현송월은 김정일 부인 리설주의 음란물 공개과 관련 처형된 인물로 우리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아래는 당시 조선일보에 보도된 현송월 처형소식 관련 기사들이다.
김정은 옛애인, 현송월 포르노 찍어 유출 돼 공개처형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29/2013082901301.html
김정은 옛애인 현송월, 음란물 제작 혐의‥가족 지켜보는 데서 공개 총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8/29/2013082901531.html
김정은 옛 애인 현송월, 음란물 제작·취급 혐의로 공개 총살 '충격'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01/2013090101220.html
"현송월,김정은과 '고려호텔' 밀회 몰카 들통나 '기관총처형'"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9/08/2013090800945.html
"김정은, '포르노추문' 옛 애인 현송월 기관총으로 공개총살"…국정원 확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10/2013121001948.html
특히 조선은 북한이 현송월을 처단한 것이 리설주의 음란물과 관계가 있다는 식으로 보도, 김정은 리설주 현송월을 성생활 문란자들로 묘사하는데 혈안이 되었었다. 소스는 거의가 <데일리NK>이거나 대북 소식통이란 익명이다. 즉 현송월 처형 기사 후에도 '음란물' 키워드 기사를 내놓은 것이다.
리설주 음란 추문, 北 김정은의 '예술인 9명 총살' 원인으로 밝혀져(2013.9.21)
리설주 루머 막으려 예술단원 9명 공개처형…무슨 루머길래?(2013.9.21)
[루머의 진상] 김정은 부인 리설주의 음란물 동영상 진실은?(2013.11.5.)
현송월 만이 아니다 은하수 악단원들을 기관총과 화염방사기로 죽였다고도 했다. 출처는 자유아시아방송으로 된 2013년 12월 12일 기사다.
"리설주 추문 화난 김정은, 은하수악단 기관총·화염방사기로 '잔혹처형'…김정일 능가 폭군"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2/12/2013121201662.html
그런데 2014년 5월 16일 북한의 조선중앙TV에 현송월이 등장하자, 다음날인 17일 이전 기사에 대한 해명은 없이 “지난해 총살 처형설이 나돌았던 북한 모란봉악단 단장이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애인으로 알려진 현송월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16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5/17/2014051701544.html
그리고 2018년 1월 15일 조선일보는 그 현송월이 2500만원짜리 에르메스 '악어가죽백'을 들고 엷은 미소에 강렬한 눈빛 눈웃음을 가진 채 부드러운 협상전략을 구사, 2015년과는 달라졌다고 보도한 것이다. 과연 이런 보도행태가 1등신문 조선일보인가?
이 같은 언론사의 가시만 접하는 사람들은 과연 현송월이 다시 부활한 것으로 맏으란 얘기인지, 아니면 북한 TV에 등장할 때 죽지 않았다고 썼으니 잘못은 없다는 것인지, 김정일의 애첩이라고 했다가 김정은의 내연녀라고 쓴 것은 북한 지도자가 여자까지 세습을 받았다고 믿게 하려는 것인지...
국내 대형 포털들은 영세한 인터넷 매체들의 포털 진입을 막는 가장 큰 이유로 ‘어뷰징’을 든다. 즉 영세한 소형매체가 인기 검색어를 기사나 제목으로 사용, 포털에 송고하므로 검색어가 뜨면 자동으로 기사가 노출되도록 하여 유저들의 클릭을 유도하므로 이를 방지키 위해 진입장벽을 높힌 것이다.
그러나 실제 이 어뷰징은 대형매체가 수시로 한다. 반면 영세한 매체는 하기가 힘들다. 어뷰징을 하려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서 포털을 띄워놓고 수시로 바뀌는 실시간 검색어를 넣은 기사를 써서 송고해야 하는데 영세한 매체는 인건비 부담 때문에라도 이런 인력을 쓸 수가 없는 것이다.
반면 종이신문을 발행하는 언론사의 인터넷판은 일정규모의 인력을 '아르바이트' 또는 '인턴기자'라는 이름으로 채용, 고정배치하면서 이 같은 검색어 장사를 계속하여 클릭을 유도한다. 오늘 조선일보의 현송월 키워드가 남북회담 기사에서 유독 많이 노출된 것이 바로 그 증거다. 데스크에서 뉴스를 검색하면서 드는 이 씁쓸함이 오래 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