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정병기기자] 26일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사망자는 대부분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었다. 병실에 있던 고령에다 거동마저 불편했던 환자가 대다수였다. 의료진도 세 명이나 숨졌다.
대피할 여유도 없이 유독가스가 급속히 퍼지면서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유독가스를 흡입해 중태에 빠진 상황에서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진 경우가 늘면서 화재 현장 구조 후 사망자 수가 순식간에 늘어났다. 병원에는 초기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관련 규정상 이 병원은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대부분인 환자 분포를 볼 때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불이 난 세종병원은 뇌혈관 질환과 중풍 등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병원다. 소방당국과 밀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목숨을 잃은 사람은 80대가 17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90대 9명, 60대와 70대가가 각각 4명이었다. 성별로는 남자는 3명, 여자는 34명으로 90% 이상 사망자가 여성이었다. 입원 환자 80여 명 중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고령자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여서 스스로 대응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사고 당시 근무하고 있던 당직 의료진도 9명에 불과해 환자들을 대피시키기에 역부족이었다. 이렇게 호흡 곤란을 겪던 상당수 환자들은 유독가스까지 마신 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숨지거나 병원에 도착해 치료 중 숨을 거뒀다. 특히 사망자는 1층 응급실과 병상이 35개인 바로 위 2층 입원실에서 대부분 나왔다. 불이 나자 1,2층 복도가 순식간에 검은 연기로 가득 찼는데 병실 안에 매트리스나 담요 등 불에 타기 쉬운 물질이 많다 보니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화재진압팀이 도착했을 때 이미 1,2층은 강한 화염과 농염이 휩싸여 있어 진입이 늦어지면서 피해가 집중된 걸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위독한 상태의 환자들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어 사망자 수는 더 늘어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소방 관계자는 "자력대피를 할 수 없는 환자들이 대다수였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화재 현장에서 쓰러진 사람이 보이면 생사를 확인할 겨를도 없이 우선 업고 나와 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