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드맥스:분노의 도로'의 샤를리즈 테론이야 두 말 하면 입이 아프다. 황폐한 미래세계, 독재자에 맞서는 사령관 퓨리오사 역을 맡은 그녀는 트레이드 마크인 눈부신 금발을 완전히 밀고서 전투트럭으로 사막을 가로지르는 외팔이 전사가 됐다. 숨이 턱 막힐 듯한 광기와 야성으로 질주하는 액션에서 그런 당당한 여인을 만나는 것 자체가 진기한 일인데, 샤를리즈 테론은 타이틀롤 맥스 역의 톰 하디보다 더 묵직한 존재감을 풍기기까지 한다. 그녀를 위시한 강인한 여전사들, 정조대를 끊어낸 독재자의 아내 등 유례없는 여인들의 활약에 페미니즘 영화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7월 초 돌아오는 '터미네이터 제네시스' 또한 강렬한 여전사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돌아온 '터미네이터'는 인간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를 제거하기 위해 시간을 넘나드는 로봇 군단과 어느덧 인류의 편에 선 터미네이터의 이야기를 담는다. 존 코너의 어머니 사라 코너 역은 앞서 린다 해밀턴이 맡아 총을 들고 기계인간에 맞서는 강인한 모성을 그린 바 있다. 새 시리즈의 사라 코너 역을 맡은 에밀리아 클라크가 당당히 어머니 여전사의 계보를 잇는다. 키 157cm의 아담한 체격이지만 강단과 전투력은 선대 사라 코너에 못지않은 모습이다.
7월 말 북미 개봉을 앞둔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은 국제적 테러 조직 신디케이트와 맞서는 IMF 요원들의 활약을 담았다. 주인공은 물론 불세출의 특수요원 이단 헌트 그 자체인 톰 크루즈다. 그러나 공개된 예고편에는 여주인공을 꿰찬 스웨덴 출신 레베카 퍼거슨의 액션이 상당하다. 톰 크루즈 못잖은 실력으로 바이크를 몰거나, 우아한 드레스 차림으로 거침없는 액션을 선보이며 시선을 붙든다. 새로운 액션 여전사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관습적 여성 캐릭터를 거부한 여배우들의 활약은 한국영화라고 예외가 아니다. 잔혹한 뒷골목의 지배자로 분한 '차이나타운'의 김혜수와 김고은이 대표적이다. 특히 올 여름 한국영화 최고 기대작으로 꼽히는 '암살'의 전지현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여전사 캐릭터를 예고하고 있다. 독립군 명사수 안윤옥 역을 맡아 당당히 극의 중심에 섰다. 섹시한 줄타기 전문가가 된 '도둑들'과 북한 특수요원의 아내가 됐던 '베를린'에서 비주얼 담당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그녀이기에 총 든 액션 여전사로 크레디트 첫 머리에 이름을 올린 새 작품이 더욱 남다르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