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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단위(單位)를 아십니까?..
오피니언

[기고] 단위(單位)를 아십니까?

이승식 기자 onlinenews@nate.com 입력 2018/02/20 11:06 수정 2018.02.20 11:07

단위(單位)를 아십니까?

전 세계가 공통으로 쓰고 있다고 해야 할 표준 단위 킬로그램에 대한 정의는 1889년 백금과 이리듐을 합금으로 만든 ‘국제 킬로그램 원기(原器)’를 1kg 표준으로 설정한 후 1901년부터 지금까지 그 기준만을 따라왔습니다. 당시 표준으로 삼았던 원기는 직경과 높이가 각각 39㎜인 원통 모양으로 이 원기 자체가 kg입니다. 이 원기 원통은 현재 프랑스 파리 부근 세브르 국제도량형국(BIPM) 금고에 보관 중이랍니다.

그러나 금년 11월에 개최될 관련 국제기구 회의에서 지금까지 사용해오던 킬로그램의 정의가 수정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시간, 길이, 전류, 온도, 물질량, 광도 등 6개 단위는 모두 ‘물리적 원리’를 바탕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다만 질량 단위인 kg만 유일하게 인공적인 ‘물리적 실체’를 기준으로 삼았던 까닭에 문제가 생기도 말았습니다. 다름 아닌 원기 원통 표면에 때가 끼면서 미세한 질량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랍니다.

글로벌 시대에 조금씩 다른 기준으로의 불편함 보다는 공통된 표준을 사용함으로 더욱 편리함은 따르겠지만 민족마다 전해지고 있는 독특한 관습이나 전통 또한 지켜져야 할 것입니다.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사용해오던 우리만의 독특한 단위가 세계 표준화 바람과 불편하다는 이유로 점점 잊혀 가고 있습니다. 또한 단위를 나타내는 아름다운 우리말이 외래어와 외국어에 밀려나 사라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순식간이라는 말 가운데 순식을 수의 크기로 나타내면 0.1을 16번 곱한 값이라고 합니다. 또한 요즘에 잘 쓰지 않는 말이지만 찰나는 아주 가는 비단실에 날카롭게 날선 칼날을 대어 끊어지는 데 필요한 시간을 말합니다. 찰나 수의 크기는 0.1을 18번 곱한 값이며 시간적으로는 75분의 1초에 해당된답니다. 극히 미세한 짧은 시간을 나타낼 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정확하게 무엇을 나타내는지 알기 어렵다는 뜻으로 애매모호하다고 합니다. 여기서 모호의 크기는 0.1을 13변 곱한 값이 나옵니다. 어느 인기가수가 불렀던 유행가 가사로 잘 알려진 허공은 글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을 나타내는 말이지만 수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허공의 크기는 0.1을 20번 곱하는 값으로 불교에서는 빛과 모양조차도 없는 상태를 가리켜 허공이라 표현합니다.

허공보다도 더 작은 수도 있답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상태를 청정하다고 표현합니다. 이 청정은 0.1을 21번 곱한 값이라니 아무것도 없이 깨끗한 정도의 작은 수라는 뜻입니다. 작근 수의 반대는 큰 수입니다. 다시 오기 힘든 좋은 기회를 일컫는 말로 천재일우(千載一遇)라는 말을 씁니다. 1000년에 한 번 만난다는 뜻으로 ‘재’는 바로 큰 수의 단위 중 하나를 나타내며 10의 44제곱이나 되는 큰 수입니다.

주로 불교에서 사용하는 겁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1유순(由旬,약 8㎞)인 네모가 반듯한 성 안에 가득 찬 겨자씨를 100년에 한 알씩 집어내 그 씨가 다 없어진다 해도 1겁이 되지 않는다 합니다. 둘레가 12km 되는 큰 바위를 잠자리 날개보다 더 얇은 깃털로 3년마다 한 번씩 스쳐 그 돌이 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가 1겁입니다. 대게 영원한 시간을 비유하는 영겁은 헤아릴 수조차도 없는 시간을 표현한 것입니다.

길이의 단위로 쓰이는 1리는 1푼의 10분의 1로 0.3mm에 해당하지만 주로 귀금속의 중량을 계산할 때 이용하며 이때 1리는 1푼의 10분의 1로 0.0375그램입니다. 토지 등의 단위 1 평(坪)을 ‘보’라고도 합니다. 즉 1보는 1평, 1무보 30평, 1단보 300평, 1정보 3,000평. 곡식을 헤아릴 때는 홉, 되, 말, 가마, 섬, 100섬은 담불, 타작하지 않은 곡식은 가리, 과일과 채소 등은 50개는 거리, 100개 접, 김은 10장 첩, 100장 톳, 100톳을 동이라 합니다.

동은 대게 묶음 단위로서 붓 10자루, 생강 10접, 백지 100권, 볏짚 100단, 무명 50필, 먹 10장, 곶감 100접, 한지 10권(2,000장), 청어 2,000마리 등을 셀 때도 씁니다. 일반적으로 원고지나 서류는 매로 표현하고 종이는 장으로 세며 100장을 권, 500장을 1연, 동으로 표현합니다. 달걀 10개를 짚으로 길게 묶어서 꾸러미, 두부나 묵은 모, 판, 소나 말이 가득 실은 짐은 바리, 쪼갠 장작 100개비는 강다리, 담배는 갑, 보루라고 합니다.

건조된 오징어, 문어는 20마리를 축, 생선과 나물을 짚으로 열 마리씩 두 줄로 엮으면 두름. 조기 등 생선 10마리가 한 뭇, 낙지 20마리는 코, 한 발은 두 팔을 펴 벌린 길이, 냉면이나 국수는 사리, 바늘 24개가 쌈, 바느질할 때 바늘로 한 번 뜬 길이 땀, 쇠붙이로 만든 얇은 물건을 셀 때 닢, 동전은 푼, 냥, 10냥은 구러미, 10꾸러미는 쾌, 북어 20마리도 쾌, 기와 2,000장은 우리, 집, 이불, 가마는 채, 명주 40자는 필, 광목 60자가 1통이랍니다.

웅담 단위는 보, 녹용은 푼, 돈, 냥, 인삼은 채, 떡판에 얹어 놓고 한 번에 쳐낼 수 있는 분량의 떡이 모태, 신발, 버선, 양말 방망이 따위 두 짝은 컬레, 소주 10사발 고리, 한약은 첩, 20첩이 제, 그릇 10개 죽, 건미역은 가닥, 10가닥 한짐, 광석 무게 37.5kg 수동이, 세우 젓 한 독 3분의1 세뚜리, 양념이나 나물을 손가락 끝으로 집을 만한 양 자밤, 물건이 차지한 둘레 버렁, 무더기로 쌓아 놓은 물건부피를 부룻, 중량을 달아보는 것을 마까질이라고 한답니다.

한 홉의 1/10은 되드리, 한 되의 반(半)은 되가웃, 한 말 남짓한 곡식 양은 말소수. 곡식을 말질한 후 한 말이 차지 못하고 남은 것은 말밑, 씨앗 한 되를 뿌릴 만한 논밭의 넓이 대략 2~30평을 되지기. 십 리나 오 리가 못 되는 거리로 대략 1km를 마장, 한 가마니를 채 채우지 못하면 마투리, 실 뭉치를 셀 때는 토리, 묶음으로 된 물건의 수효를 늘리려고 더 작게 나눠 묶는 일은 뭇가름, 식사 때마다 사용하는 젓가락은 쌍, 수저는 매라고 한답니다.
이 밖에도 순수한 우리말로 된 표현들이 많이 있으나 지면관계로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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