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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일본음식을 먹다] 쿡방보다 맛있는 일본 음식영화 5..
문화

주말의 일본음식을 먹다] 쿡방보다 맛있는 일본 음식영화 5

정은미 기자 입력 2015/06/28 13:52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

일본은 음식 영화의 강국이다. 영화뿐만이 아니다. 음식을 소재로 한 만화와 드라마가 넘쳐난다. ‘쿡방’(요리하는 방송), ‘먹방’(먹는 방송)에 있어선 일본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아베 야로의 만화 ‘심야식당’은 드라마로 제작됐고 영화로도 만들어져 현재 국내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심야식당’을 보고 나서도 ‘나는 아직 배고프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추천할 만한 일본의 대표적인 음식 영화 다섯 편을 골랐다.

 

담뽀뽀(1985) | 라면 영화의 최고봉

 

영화 '담뽀뽀'
 

 

일본의 수많은 음식영화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영화 중 한 편이다. 일본식 라면인 라멘을 좋아하지 않더라도 영화광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고전이다. 전세계에 ‘담뽀뽀’(민들레라는 뜻)라는 라멘 가게가 수없이 생길 만큼 라멘 관련 영화 하면 첫 번째로 꼽힌다. 9일 개막하는 제1회 서울국제음식영화제에서도 상영한다. 별볼일 없는 라면 가게를 운영하는 여인 담뽀뽀가 카우보이 모자를 쓴 중년남자와 일행들의 도움으로 각고의 노력 끝에 라면의 달인이 된다는 내용을 그린다. 음식영화에 서부극의 형식을 차용한 것이 흥미롭다. 중심 플롯과 무관하게 곳곳에 삽입된 음식 관련 에피소드도 재미를 더한다. 특히 식욕과 성욕을 결합시킨 장면은 ‘나인 하프 위크’보다 한 수 위다. 말러의 교향곡 5번 ‘아다지오’를 이렇게 탐미적으로 쓴 영화도 흔치 않다. 야쿠쇼 코지와 와타나베 켄의 30년 전 젊은 모습도 볼 수 있다.

 

카모메 식당(2006) | 일본 음식영화의 신 고전

 

영화 '카모메 식당'

 

21세기 일본 음식영화 명예의 전당이 있다면 첫 번째로 들어가야 할 영화가 아닐까 싶다. 이 영화 때문에 핀란드 헬싱키로 여행을 떠났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블로그 검색만 해도 이 영화의 배경이 된 장소를 찍은 인증사진이 수없이 이어진다. ‘카모메 식당’은 헬싱키에서 오니기리(주먹밥) 식당을 연 일본인 여성 사치에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적인 기승전결 구조를 따르지 않고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차분하게 그린 이 영화는 지루할 만큼 천천히 이야기를 끌고 가지만 관객을 붙들어 매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차갑게 식은 외로운 이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보온병 같은 영화랄까. 잔잔하고 차분한 영화답게 요리도 소박하고 따뜻한 일본 가정식 요리를 선보인다. 그 중 관객의 침샘을 가장 자극하는 건 쇼가야키다. 얇게 썬 돼지고기를 생각 양념에 구워 야채와 함께 먹는 음식으로 누구나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다.

 

남극의 셰프(2009) | 오로라보다 라멘이 좋아

영화 '남극의 셰프'

 

‘딱따구리와 비’, ‘요노스케 이야기’ 등으로 최근 일본 영화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오키타 슈이치 감독의 데뷔작이다. 실제 남극관측 대원으로서 조리를 담당했던 니시무라 준의 에세이 ‘재미있는 남극요리인’을 영화로 옮겼다. 해발 3,810m, 평균기온 섭씨 영하 54도의 남극 돔 후지 기지에서 1년 반 동안 함께 살아가는 8명의 대원들의 이야기가 유쾌하게 펼쳐진다. 주인공이 셰프이니 당연히 요리하고 먹는 장면이 많다. 고급 레스토랑 못지않은 코스 요리부터 거대한 왕새우튀김까지 다양한 요리가 나오지만 영화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것은 라멘이다. 재료가 떨어져 라멘을 더 이상 만들 수 없다는 주인공 니시무라의 말에 히로시 대장은 중병에 걸린 것처럼 드러눕는다. “내 몸은 완전히 라면으로 이뤄져 있어서 라면을 먹지 못한다면 앞으로 무슨 재미로 살아야 좋을지 모르겠다”면서 “면이랑 스프만 있으면 차슈(삶은 돼지고기 고명)는 필요 없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영화가 끝나고도 잊히지 않는다. 음식 스타일링은 ‘심야식당’, ‘카모메 식당’ 등에 참여한 이이지마 나미가 맡았다.

 

스시 장인: 지로의 꿈(2011) | 스시로 예술을 하는 남자

 

영화 '스시 장인: 지로의 꿈'
 

 

스시는 미니멀리즘의 미학을 품은 음식이다. 이 영화 속 대사처럼 최고의 스시는 “짧은 순간의 기적”을 느끼게 해준다. 여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레스토랑 평론지인 미슐랭가이드로부터 별 3개를 받은 스시가 있다. 일본 도쿄의 스키야바시지로. 메뉴는 초밥 세트 단일 품목으로 1인분 가격이 3만엔(약 27만원)이다. 미슐랭가이드 별 3개 받은 식당 중 다른 식당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쓰는 곳은 여기뿐이라고 한다. 좌석이 10개뿐이어서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 잡기도 어렵다. 일본은 물론 세계에서도 최고의 스시 장인으로 꼽히는 오노 지로가 이 영화의 주인공이다. 올해로 90세가 된 오노는 늘 더 맛있는 스시를 만들기 위해 최상의 재료를 구입하고 자기 관리에도 최선을 다한다. 스시 마니아에게 이 영화를 보는 건 기쁨이자 고역이다. “이 곳의 스시는 협주곡 같아서 먹다 보면 음악이 듣고 싶어진다”는 평론가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머리 속이 온통 스시로 가득 차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이 영화의 국적은 미국이다.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2014) | 원조 ‘삼시세끼’


영화 '리틀 포레스트'

 

농촌만화의 걸작으로 불리는 ‘리틀 포레스트’를 영화화한 작품. 계절별로 한 편씩 두 편을 묶어 2부작으로 제작됐다. 직접 농사를 지어 수확해 요리까지 하는 자급자족 음식 생활을 보여주는 영화로 ‘삼시세끼’의 오리지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호쿠의 시골 마을 고모리를 배경으로 도시에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온 이치코의 (음식이 전부인) 일상을 메뉴별로 구분해 담았다. 식혜나 밤조림처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요리가 있는가 하면 토마토처럼 가볍게 데친 뒤 병에 담아 보관해서 먹는 간단한 음식도 있다. 요리 자체에 초점을 맞춘 영화이기 때문에 ‘쿡방’ 영화로는 따라올 작품이 없을 만큼 레시피 소개가 자세하다. 식욕을 자극하는 수준이 거의 포르노그래피를 방불케 하니 배고플 때 보면 그 고통을 참기 어려울 것이다. 1, 2부 모두 올해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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