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핵화, 즉 북핵 폐기를 위한 남북한 정상회담이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 북한은 수소폭탄을 포함해 수십 개의 핵무기를 개발했고, 미국 본토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에도 근접한 상황이어서 이번 회담은 평화적 북핵 폐기냐, 군사적 옵션 사용이냐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선의와 배려로 북한을 대해 왔고, 이를 통해 남북 간 신뢰를 구축해 북한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해왔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6·15 선언’과 2007년 노무현 대통령의 ‘10·4 선언’이 그러했고, 현 문재인 대통령도 동일한 자세다. 그러나 그동안의 선의는 북한의 핵무장을 막지 못했다. 반면에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거래의 기술(The Art of Deal)》이라는 서적을 출간했을 정도로 선의보다는 협상을 중시한다.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을 가한 후 타협에 이른다. 정부는 이런 협상전략에 입각해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협상이론에서는 연성(軟性)과 강성(强性) 전략을 배합하고, 결렬됐을 때를 대비한 ‘차선책(BATNA: best alternative to a negotiated agreement)’을 준비하며, 양보 불가능한 ‘하한선(bottom line)’을 분명하게 제시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의 협상목표부터 분명하게 설정해야 할 것이다. 북핵 폐기를 위한 대체적인 방향과 로드맵에 합의함으로써 국민을 핵전쟁의 공포에서 해방시킬 것인지, 남북한 교류와 협력을 진전시켜 장기적인 신뢰구축과 평화정착의 기초를 구축할 것인지, 아니면 두 정상 간 인간적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후속회담을 기약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북핵 위협이 고도화된 상태고, 미국의 군사적 옵션이 임박한 상황이어서 두 번째나 세 번째 목표를 선택할 여유를 갖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는 선의와 배려를 중시하는 연성 협상에서 벗어나 압박과 힘에 의존하는 강성 협상의 방식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회담의 실패를 선언하겠다든가, 미국의 군사적 옵션 사용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든가, 북한에 대한 공세적 심리전을 재개하겠다는 등으로 다양하면서도 실질적인 ‘차선책’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대 압박 전술’처럼 회담 전에 이런 단호한 입장을 북한에 전달함으로써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위한 그 나름대로의 로드맵을 준비해 회담에 나오도록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 폐기(CVID)’가 아니면 수용할 수 없다는 하한선을 북한에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북핵을 현재의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소수라도 허용해서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의 달성 방법으로 정부는 ‘포괄적, 단계적 접근’을 주장하는데 이것은 화려하게 들리지만 이행은 쉽지 않고, 과거의 사례처럼 북한에 기만당할 우려가 적지 않다. 이란 핵합의의 경우 15년을 기간으로 단계적으로 접근함에 따라 이행 여부가 불안해져서 미국은 파기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의 경우처럼 핵물질이나 시설의 폐기는 점진적으로 추진하되 핵탄두는 제3국으로 신속하게 이전시키는 방안이어야 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남북한이 주도적으로 우리 민족의 공존과 번영을 보장하는 역사적 회담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 정상 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공감대를 확대해 나가는 과정만으로는 부족하고 ‘북핵 폐기’라는 확실한 결과를 달성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주변 강대국이 결정하는 최악의 상황에 몰릴 수 있다. 북한의 진정한 비핵화 없이 우리 민족의 새로운 역사를 열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