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가 세계 400대 부호 랭킹을 발표한 가운데, 한국의 ‘톱 5’ 부자의 재산이 40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7일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집계(3일 기준)에 따르면 한국에서 세계 400위 부자에 포함된 사람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81위)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룹 회장(139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79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309위), 최태원 SK그룹 회장(367위) 등 5명이다.
이들의 주식, 현금 등 각종 재산을 합치면 모두 364억 달러(40조1706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청 자료에 나온 지난해 북한의 명목 GDP(33조 9494억원)보다 18.3% 많다. 이들 5명의 자산은 한국 GDP 대비로는 2.7%였다.
국내 최고 부자인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119억 달러(13조8천억원)로, 대당 가격 4억5천만원이 넘는 페라리의 스포츠카 458 스파이더를 3만대 살 수 있는 돈이며, 한국인 5천만명에게 맥도날드 빅맥(미국 기준)을 50개씩 사줄 수 있는 금액이다.
이 회장의 재산은 삼성 계열사들의 주가 하락으로 올들어 9.6%(13억달러·1조5천억원) 줄었으며, 그의 재산의 절반 이상은 삼성전자 지분(4.1%)으로 66억 달러 규모다. 이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1%(38억 달러)도 보유하고 있다.
국내 2위 부자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재산은 85억달러(9조9천억원)로, 올 들어 지금까지 55.7%(30억달러·3조5천억원) 늘었다.
이건희 회장의 아들인 3위 이재용 부회장의 재산은 70억달러(8조1천억원)로 11.7%(9억4천만달러) 감소했으며, 그는 삼성물산 지분 16.5%(39억 달러)와 지난해 상장된 삼성SDS 지분 11%(20억 달러) 등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 보유 지분은 1%에 못 미친다.
4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자산이 17.0%(9억8천만 달러)나 줄어 48억달러(5조6천억원)에 그쳤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 그가 지분을 가진 주요 4개 기업의 주가가 많이 내려갔기 때문이다.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한때 400위 랭킹 안에 들어있었지만 현재는 순위권에서 벗어났다.
반면 31개월의 수감 생활 끝에 지난 8월 사면 복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400위 안에 이름을 다시 올렸다. 그의 재산은 42억 달러(4조9000억원)로 올 초보다 4.2%(1억7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건희 회장부터 최태원 회장까지 국내 부호 5명의 합계 재산은 올 들어 0.5% 줄었다.
한편 세계 최고 부자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로 그의 재산은 834억 달러(약 97조원)로 집계됐다. 패션 브랜드 '자라'로 잘 알려진 인디텍스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762억달러로 2위,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623억달러)이 3위, 아마존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가 587억달러로 4위, 멕시코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559억달러)이 5위였다.
재산 증가량으로 보면 올해 전 세계에서 재산을 가장 많이 늘린 사람은 제프 베조스다. 그의 현재 재산은 587억달러(68조 원)로 올 들어 301억달러(약 35조 원·105%) 증가했다. 제프 베조스의 재산 증가액은 부자 랭킹 400위에 포함된 한국인 5명 중 이건희 회장, 서경배 회장, 이재용 부회장, 정몽구 회장 등 상위 4명의 재산을 합친 금액(322억 달러)과 비슷한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