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안강민 기자]교육부 공무원이 사학 비리 제보자의 인적 사항 등을 해당 대학 측에 유출한 정황이 드러나 중징계를 받을 전망이다. 법조계에선 지난해 비리 제보자의 보호 범위를 사립대학 문제로 확대한 부패방지법 개정 이후 첫 ‘사학 제보자 유출’ 사례라는 점에서 향후 교육부 등의 대응을 주목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제기된 비리 제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이 모 서기관을 직위 해제하고 인사혁신처에 중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이 서기관과 대학 관계자 2명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다고 7일 밝혔다. 실제 비리 사학이 학내 제보자를 손쉽게 색출해 ‘보복성 징계’를 해온 것은 교육계의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수원대 장아무개 교수 등 6명이 지난 2013년 학교 비리 문제를 제기했다가 신분이 드러나면서 파면·해임 등 중징계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교육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서기관은 충청권 A대학 총장의 비리 제보가 들어온 이후 A대학 교수에게 제보자 인적 사항과 교육부 조치 계획 등이 포함된 교육부 내부 자료를 휴대전화로 전송했다. 또, 충청권 소재 B대학 관계자에게는 2019학년도 전문대학 학생 정원 배정 원칙 등이 담긴 교육부의 내부 자료 일부를 휴대전화로 보냈다. 대학 뿐 아니라 지난 2012년 동구마케팅고교를 운영하는 동구학원의 비위를 교육부에 제보했던 안아무개 교사처럼 내부 고발 뒤 곧바로 ‘배신자’로 낙인찍혀 두차례 파면과 직위해제 등 혹독한 보복을 당한 경우도 있다. 이번에 적발된 교육부 이아무개 서기관은 충청권 한 대학 총장 비위를 교육부 누리집에 제보한 인물의 신원과 교육부 대처 방침까지 빼낸 뒤, 해당 대학 쪽 교수의 휴대전화를 통해 건넸다. 이번 제보자 역시 대학 쪽의 ‘보복성 징계’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셈이다.
이와 별도로 이 서기관은 교육부에 C대학 비리 신고가 접수된 점을 알면서도 C대학과 같은 학교법인 소속의 D대학 교직원(대학 선배)과 수차례 만났고, C대학 실태조사 결과 발표 이틀 후에는 저녁 식사를 했다. 식비 4만 3천 원(1인당 2만 천500원)은 해당 교직원이 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 교육단체들은 일부 교육 관료들의 ‘정보 뒷거래’ 배경에 불법의 위험을 무릅쓸 만한 ‘보상‘이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익제보자 지원 시민단체인 ‘내부제보실천운동’은 최근 성명을 통해 “교육부와 사학의 유착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며 “공무원이 사학에 혜택을 주고 퇴직 이후 사학에 재취업하는 등 ‘검은 커넥션’을 차단할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퇴직 관료들이 사학에 재취업해 ‘지원금 로비 창구’ 구실을 하는 것은 그나마 감시가 가능하지만, 이 서기관처럼 ‘정보 뒷거래’를 하는 경우는 추적조차 어려운 게 현실이다. 국회가 지난 2014년 이른바 ‘교피아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퇴직 관료들이 대학 교원 등으로 취업이 가능한 점도 문제로 꼽힌다. 김삼호 대학교육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실질적인 ‘교피아’ 척결을 위해 퇴직관료 취업 제한 대상에 대학 교원을 포함시키고, 공직자윤리위원회의 퇴직 관료 취업심사도 강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이 서기관에 대해 국가공무원법과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공무원 행동강령 위반으로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에 중징계 의결을 요청했다. 또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서는 인사혁신처에 과태료 부과를 요청하고, D대학에도 교직원에 대한 문책(경징계)과 과태료 부과도 요구하기로 했다.
다만, 이 서기관은 C대 실태 조사와 관련된 정보 유출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진상 규명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이번 사건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교육부가 내부고발자 보호 강화와 제 3자 정보유출 금지를 포함한 ‘교육부 공무원 행동강령’ 강화 등을 대책으로 내놓은 것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공익 제보자 보호 대상으로 ‘사학의 횡령·금품수수·성적 조작 등 제보자’를 포함시킨 부패방지법(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적용해 익명, 실명을 따지지 말고 ‘공익 제보자’의 불이익을 원천차단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번 ‘사학비리 제보자 유출’ 건에 대한 징계 처분 과정에서 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무원 행동강령을 개정해 인사·감사·민원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직무 수행 이외 목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금지하고 사학비리 제보자를 보호하는 조항을 만들 계획이다. 또 대학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은 사립대 관계자와 업무 협의가 필요한 경우 사무실에서 하도록 하고 불가피하게 외부에서 협의하는 경우 의무적으로 신고하게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