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헌혈하는 사람이 줄면서 수혈용 혈액 재고가 2.1일분까지 급락해 비상이 걸려 말라리아 유행지역에서도 한시적으로 헌혈을 허용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2016년 제1차 혈액관리위원회 서면 심의'를 통해 말라리아 유행지역에서도 헌혈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고 8일 밝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말라리아 유행지역으로 헌혈이 금지돼 있던 경기 파주·김포, 인천 강화·옹진·영종·용유도·무의도, 강원 철원, 북한 전지역(백두산 제외) 등에 1일 이상 체류한 경우에도 헌혈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조치는 3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된다. 단, 이후에도 혈액 재고량이 정상 수준을 되찾지 못하면 기간을 더 늘릴 수 있다. 말라리아 지역 헌혈이 허용된 것은 2007년 이후 9년 만이다.
추운 날씨와 방학, 연말연시 각종 행사로 이즈음은 헌혈이 주는 시기이지만 올해는 더 헌혈이 줄었다. 특히 전체 헌혈에서 절반 이상을 담당했던 10대와 20대 헌혈이 눈에 띄게 줄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숫자가 헌혈이 끝난 혈액이라는 거고 검사를 마쳐 수혈할 수 있는 혈액은 적십자, 한마음혈액원, 중앙대혈액원 등 '공급혈액원'의 혈액 재고량이 2.1일분(7일 기준)에 그칠 정도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적정혈액보유량인 '5일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복지부와 적십자는 혈액 재고량이 5일치 미만으로 떨어지면 '혈액수급위기단계'를 '주의'로 격상하고, 재고량이 2일치 아래가 되면 위기단계를 '경계'로 올린다. 재고량이 1일치 밑으로 떨어지면 위기단계를 '심각'으로 올려 즉각 대응태세에 돌입한다. 현재 혈액 재고량은 '주의' 수준을 지나 '경계' 단계에 이르기 직전이다.
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신종플루가 유행한 2009년 당시 혈액 보유량이 1.8일분 정도로 떨어진 적이 있었다"며 "현재 혈액 재고량은 당시와 비견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말라리아 유행지역에서 오는 3월까지 헌혈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장에서는 정부의 이런 대응이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군부대 등의 도움이 없었으면 이미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연말연시에 불우 이웃 돕기 모금 운동을 하는 것처럼 국가적 차원의 헌혈 운동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