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피의자를 조사실로 강제로 데려가 경찰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했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55살 주모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13일 밝혔다.
주 씨는 2012년 5월 호남고속도로의 한 휴게소에서 여성 A씨와 다툼을 벌이다 A씨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따라 경찰서로 이동한 뒤 음주측정 요구를 받았으나 술을 마시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경찰관들은 이에 주 씨의 팔을 잡아당기며 강제로 교통조사계 사무실로 옮겨가 음주측정을 거듭 요구했고, 세 차례에 걸친 요구를 모두 거부한 주 씨는 이후 음주측정 거부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주씨가 위법하게 체포됐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동행을 거절하는 피고인의 팔을 잡아끌고 교통조사계로 데리고 간 것은 위법한 강제연행"이라며 "위법한 체포 상태에서 음주측정 요구 역시 위법하기 때문에 불응했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주씨가 임의동행에 동의한 파출소에서의 음주측정 불응 역시 죄가 안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소극적 거부행위가 일정 시간 반복돼 측정불응의사가 객관적으로 명백하거나 운전자가 명시적이고 적극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라면 즉시 음주측정불응죄가 성립한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이 한 차례 측정을 요구한 뒤 중단했고 측정불응에 대한 서류를 작성하지도 않은 점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앞서 1심은 주 씨가 정당한 사유없이 경찰관의 음주측정 요구를 거부했다며 벌금 5백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주 씨를 교통조사계 사무실로 끌고 간 것은 적법한 임의동행으로 보기 어려운 만큼 음주측정 요구 역시 위법한 수사에 해당한다며 주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