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거창=정병기 기자]경남 거창군은 제2회 거창사건 청소년 문예공모전에 응모한 작품을 심사해, 24일 수상자를 선정·발표했다고 밝혔다.
거창사건의 진실을 바로 알려 역사적 상처를 치유하고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일깨우고자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개최한 이번 공모전에는, 지난 3월 19일부터 4월 30까지 전국에서 200여 편의 작품이 접수됐고 심사를 통해 총 24개 작품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수상자는 중·고등부로 구분해 시·산문·만화 부문별 최우수 6명, 우수 6명, 장려 12명이다. 고등부 시 부문 최우수는 서울여고 3학년 김현주, 산문 부문에는 경산여고 1학년 진민진, 만화 부문에는 목포 정명여고 3학년 최지은 학생이 차지했다.
수상자 상장과 상금은 소속 학교를 통해 전수된다. 공모전 심사에 참여한 시인이자 소설가인 표성흠 작가는 작품 수준에 만족하며, 특히 시 부문 최우수 작품인 ‘곰보바위’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우수 작품인 ‘곰보바위’
서울여자고등학교 3학년 4반 김현주
곰 보 바 위
경상남도 거창군 신원면
박석 골짜기 저 굳센 바위는
사람도 아닌데 호환마마에 걸렸는지
얼굴 곳곳에 구멍이 뻥뻥하다
짐승에게도 함부로 하지 않는 총질을
죄 없는 바위에 무수히 박아놓고
골짜기 속으로 꽁꽁 숨어 버린
그날의 유령들은 안녕 하신지
67년 전, 총성이 고막을 울리던 그날
바위는 골짜기 한 옆 숨죽이며
안타깝게 죄 없는 영혼들을 지켜보았다
처절히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비명 소리
귀가 없는 걸 얼마나 다행으로 여겼나
눈이 없는 걸 얼마나 다행으로 여겼나
그러나 그 한 몸 숨길 수는 없어서
무거운 몸으로 막아서고 또 막아서고
부서지고 부서지며 곰보로만 남았다
두 발에 힘 잔뜩 주고 온갖 풍파에 몸을 지탱해오면서도
곰보 가득한 얼굴, 피하지 않고
저 골짜기에 아직도 누워 있는 영혼들
손잡아 일으켜 보자고 저렇게 홀로 앉아 있는 것이다.
표 작가는 “거창사건의 유일한 현장 증거물은 박산 골짜기에 남은 총탄의 흔적에 있다. 지금까지 그 어떠한 시인, 작가도 이 탄흔을 보고 ‘곰보바위’라 이름 붙인 이가 없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이 역사적 흔적을 ‘곰보바위’라 이름붙인 것은 기발한 착상이었고, 시 전개 방식 또한 놀라운 솜씨였다”라고 극찬했다.
특히 “거창사건은 일종의 홍역이며 홍역은 누구나 치룰 수 있는 역병이다. 그러므로 거창사건의 이 마마자국은 치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런 역사적 전설의 창조가 좋은 글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만화부문에서 한 학교 한 학급에서 입상작이 쏟아져 나오는 현상을 보면서 지도교사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느꼈다. 앞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더 좋은 작품과 지도 교사들이 나오기를 기대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거창군 관계자는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공모전에 참가한 모든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의식을 확립하고 평화와 인권을 되새기는 기회가 됐길 바란다. 수상작품을 모아 책으로 만들어 많은 사람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뜻을 밝혔다.
한편 자세한 수상내역은 거창사건추모공원 홈페이지(www.geochang.go.kr)를 참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