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은 칼보다 강하다.’ 이 말은 문필의 힘이 무력보다 강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펜이 칼보다 강한 상황은 저절로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원래 펜은 칼보다 약하다. 이 일상적 상식을 뛰어 넘으려면, 펜에 비상한 의지와 용기가 요구된다. 곡필(曲筆)이 아닌 정론(正論)을 쓸 때 펜이 강한 것이지 그렇지 못할 때 칼은 쉽게 펜을 부러뜨릴 수 있다.
현대 생활에서 신문과 방송은 사회의 구성원 전체가 이용하는 도구이다. 그래서 사회의 공기(公器)라고 한다. 또한 세상 사람을 깨우쳐 바르게 인도할 사명을 가지고 있다 해서 민중의 목탁(木鐸)이라고 한다. 이것이 언론의 기능이요 역할이다.
방송과 신문은 좋은 사회를 이룩하는 기초가 된다. 건전한 민주사회의 건설에는 좋은 방송과 신문이 불가결의 요소다. 좋은 언론 환경이 되려면 기자의 양심이 살아 있어야 하고 진실과 공정의 바탕위에서 건전한 비판이 있어야 한다. 주관과 편견에 사로잡히지 않는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정신을 가져야 한다. 어떤 문제나 사건에 대해 편견이나 이해관계를 갖게 되면 그 문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 정확한 판단을 못하거나 고의적으로 진실을 왜곡하면 피해를 입은 사람이 생기고 피해를 입은 집단이 생긴다. 그러므로 언론은 불편부당의 공정한 비판정신을 가져야 한다.
언론의, 기자의 생명은 무엇일까? 역시 그것은 ‘양심’이고 그 양심에 따른 ‘정론직필(正論直筆)’이다. 퓰리처 상을 제정한 조셉 퓰리처가 말한 것처럼 기자는 ‘기사를 꾸며 내서는 절대 안 된다.’ 기자의 생명은 신속, 정확, 공정보도에 있다. 진실만을 보도하는 것이 기자의 책무이다. 퓰리처는 기사의 정확성을 따지느라 밤을 세우기 일쑤였다고 한다. 기자는 그에게서 정확하고 제대로 된 언론인 상을 배워야 한다. 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사회를 점검하고 공익을 위한 여론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기자의 임무이다. 우리는 양심에 따라 정론을 직필하는 기자에게 신뢰를 보낸다. 기자는 부당한 권력을 감시하고, 부도덕한 정치인이 바른 길로 가도록 채찍질해야 한다. 그것이 양심이며, 정론직필이며 그것이 또한 언론의 사명이요 기자의 존재 이유다.
언론의 덕목은 공정성에 있다. 사람들마다 편이 갈리고 있고 모든 게 쟁점화 하는 상황에서 공정성을 유지하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공정성을 생명처럼 생각하고 진실과 사실의 편에 바로 서 있어야 하는 것이 언론인의 사명이요 언론의 책무다.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을 편들기 위한 언론은 도덕성에 결함이 많은 사람이나 집단에게 면죄부를 주어 국민의 마음을 헷갈리게 하거나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사람이나 집단이 마녀 사냥식 여론몰이에 희생당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에게 바란다. 기자는 사실을 왜곡하여 국민을 잘못된 길로 이끄는 언론의 횡포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자의 의도가 호의냐 악의냐에 따라 결과는 엄청난 차이가 되고 만다. 사실이냐 부분적 사실이냐, 허위이냐에 따라 한 사람이나 기관이나 사회가 당하는 피해는 또 얼마인가? 그러므로 언론은 투철한 자각과 사회적 책임과 윤리를 지녀야 한다. 우리가 기자에게 바라는 것은 선입관과 편견이 아니다. 양심과 정론직필의 집필 태도이다. 여러 번 반복해서 말하지만 이것이 언론의 사명이고 기자의 자세이다. 그리하여 ‘무관의 제왕’이라는 명예와 권위를 다시 찾아야 한다. 편파적인 보도로 선량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죄악이다.
끝으로 우리 지역의 언론에게 바란다. 우리 지역의 언론은 우리 지역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는 언론이어야 한다.
첫째, 대중 매체는 우리 사회에 대한 정보를 수집·정리하여 제공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사회 구성원은 사회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 대학 입시 제도 변경과 관련된 뉴스를 듣고, 입시 전략을 수정한다면 이는 대중 매체의 정보 제공 기능을 활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 제공은 자칫 사회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긴장감이나 공포를 유발할 수도 있다.
둘째, 대중 매체는 사실 보도를 넘어 중요한 사건에 대해 해석하고 평가하기도 한다. 대중 매체는 사건에 대한 해석과 처방을 제시함으로써 여론을 형성한다. 대중 매체를 통하여 특정한 정부 정책에 관하여 비판적인 기사가 제공될 경우, 대중들은 정부 정책에 비판적 견해를 가질 수 있다. 특히, 대중 매체가 지배 집단의 영향으로 왜곡된 보도를 하면 기존 질서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
셋째, 대중 매체는 중요한 사회화 기관으로, 대중은 다양한 대중 매체를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행동 방식과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다. 대중 매체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사회의 가치와 규범을 내면화하여 사회 통합에 이바지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범죄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사회적 일탈 행위를 공개함으로써 기존 규범을 강화하고, 사회적 가치를 재정립하는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지배적인 규범이나 가치가 주입되면 사회 구성원의 가치와 사고방식이 획일화될 수 있고,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위축될 수도 있다. 더불어 대중 매체에 노출된 사회적 일탈 행동을 배워서 모방하는 등의 사회화 역기능이 나타나기도 한다.
넷째, 사회 구성원들에게 삶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오락 기능은 오늘날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중 매체의 오락 기능은 시청각 메시지의 전달이 가능한 텔레비전이 등장하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상업주의가 심화됨에 따라 더욱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 경쟁에 따라 선정적이고 폭력적,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대중이 오락 기능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사회·정치적 무관심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