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한국 국민들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북한의 핵무기 개발 동기가 “체제안전보장” 또는 “체제보장”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워낙 많이 사용되었고, 현 정부도 그것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말은 북한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 사용하는 말이다. 북한도 이것이 유용하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가끔 이 말을 언급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핵무기 개발목적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이고, 그것이 철회되어야 핵무기 폐기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북한의 핵무기 폐기를 위한 조건으로 체제안전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기에 이 말의 오류를 설명해보고자 한다.
우선, 체제안전보장이나 체제보장이라는 말은 뜻부터 불명확하다. 여기서 말하는 “체제”가 북한이라는 국가를 말하는가, 아니면 김씨 지배체제를 말하는가? 국민들은 후자를 생각하면서 김씨 지배체제가 불안하여 그것을 지속하는 데 북한 정권의 최우선적인 관심이 있다고 유추하지만, 사실 북한의 핵무기는 6.25직후부터 개발되었고, 북한의 체제가 불안하다는 것은 우리의 희망일 뿐이지 북한의 김씨 지배체제는 다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는 증거가 더욱 많다.
둘째, 북한이 체제안전보장을 위하여 핵무기를 개발하였다는 것은 북한의 핵무기 개발 의도를 정당화해주려는 저의가 포함되어 있다. 자신을 지키려는 방어목적이라는 해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북한은 6.25에 재래식 전력으로 달성하지 못한 대남정복을 핵무기까지 가미하여 완료하겠다고 핵무기를 개발하였지, 그들 내부가 불안해져서 핵무기를 개발한 것이 아니다. 또한 핵무기를 가지면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는 말은 논리적이지 않고, 그러한 사례도 없다.
셋째, 체제안전보장을 말하는 배경에는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는 세력이 있다는 뜻인데, 그게 누구인가? 한국인가, 미국인가? 한국이 북한을 공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가? 현 세계에서 어느 국가도 북한을 공격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하고 공격하고자 하기 때문에 그것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다면 군사작전을 수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을 뿐이다. 북한 김씨 정권의 안전은 북한 주민에 의하여 위협되거나 위협될 수 있을 뿐이고, 이것은 리비아 가다피의 사례를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 실증되고 있다. 북한이 진정 체제안전이 불안하다면 핵무기를 당장 포기한 후 주민들을 먹여살리기 위한 경제발전에 총력을 경주해야할 것이다.
최근 북핵 폐기를 위한 미북대화가 진행되면서 체제안전보장이라는 말의 허구성이 드러나고 있다. 협상과정에서 정작 북한은 체제안전보장을 위한 조치를 요구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수뇌부는 한국이나 미국이 그들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체제가 불안하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은 공격용 군사력 증강에만 집중하고 있고, 모든 부대를 전진배치시켜 두고 있으며, 연합훈련도 필요시에는 시비를 걸었다가 걸지 않았다가 반복하는 것이다.
특이하게도 한국에서 북한을 대신하여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로 주한미군 감축, 연합훈련 축소 등을 거론하고 있다. 정말 한국 정부와 일부 인사들은 북한의 체제만 보장해주면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것으로 믿고 있다는 것인가, 아니면 미군을 철수시키고 한미동맹을 폐기시키기 위한 구실로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을 자꾸 말하는가? 이성적으로 보면, 북한의 체제를 위협하는 것은 남한의 존재 자체이다. 그래서 결국 북한의 체제안전도 확대하면 그들이 추구하는 전 한반도 공산화, 즉 우리식으로 말하면 적화통일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의 체제안전보장을 위하여 남한이라도 내주겠다는 것인가? 북한의 체제안전을 걱정하는 우리들의 논조를 알게 되면 김정은은 어떤 생각을 할까? 북한 걱정하지 말고 남한 자신들의 안전이나 신경쓰라고 비웃지 않을까(2018/5/29, 박휘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