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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교육감 "후보 누구죠?"…60조원 예산 집행하..
사회

[지방선거] 교육감 "후보 누구죠?"…60조원 예산 집행하는 전국 시·도 교육감 선거

뉴스이슈팀 기자 onlinenews@nate.com 입력 2018/06/05 09:47 수정 2018.06.05 09:52

약 60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할 전국 17명 시·도 교육감 선거가 오는 13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다. 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법에 의해 예산 편성, 학교 설립·폐지, 인사 등 17가지 권한을 갖는다. 이런 이유로 '소통령'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막상 선거에 대한 관심은 적다. 정책은 물론 후보의 이름 마저 모르는 시민이 적잖다. '깜깜이 선거'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K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교육감 지지율은 조희연 후보(현 서울교육감)가 35.3%, 박선영 후보와 조영달 후보는 각각 6%, 5.1%씩이다. 지지율 5% 이상인 후보만 초청되는 선관위 주최 교육감 후보 TV 토론회에 자칫 조 후보만 출연하게 될 뻔 했다. 세 후보의 지지율을 합해도 50% 이하다.

경기도의 경우도 비슷하다. 지난달 27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자체 조사한 경기도교육감 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율은 이재정 후보(현 경기교육감)는 30.4%, 송주명 후보 7.4%, 배종수 후보 5.3%, 임해규 후보 3.5%, 김현복 후보 1.0% 순이었다.

문제는 유권자의 관심이 너무 없단 점이다. 서울시 교육감의 경우 KBS 여론조사에서 '없다·모르겠다' 응답이 전체 응답의 38.4%나 됐다. 경기도 교육감도 '없다·모르겠다' 응답이 52.6%로 응답자의 절반을 넘었다. 다른 시·도의 경우도 큰 차이가 없다.

인천에서는 지난달 15일 박융수 후보가 선거를 약 한 달 앞두고 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는 사퇴 이유 중 하나로 '깜깜이 교육감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들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치러진 KBS 여론조사에서 박융수 후보의 지지율은 9.1%에 불과했다.

왜 이리 무관심할까. 교육감 선거 제도가 '깜깜이 선거'를 낳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당 개입 규제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현장이 기성 정치권에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 선거 과정에서의 정당 개입을 규제한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46조에 따르면 교육감 후보자는 특정정당을 지지·반대하거나 특정 정당으로부터 지지·추천받고 있음을 표방(당원경력의 표시를 포함)해서는 안된다.

정당이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 아니어서 투표용지에 기호나 정당명도 없다. 하지만 첫번째에 이름을 올리면 특정 정당의 후보로 오해해 당선되는 등 '로또 선거'의 부작용이 표출되면서 2014년 지방선거부터 '교호(交互)순번제'(순환배열방식)가 도입됐다. 교호순번제는 투표용지에 후보자의 이름을 세로가 아닌 가로로 나열하는 방식이다. 또 각 기초의원 선거구마다 후보자 이름을 배열하는 순서가 다른 투표용지가 배부된다. 교호순번제에 따라 후보자들은 번호 대신 본인 이름을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시민들 사이에선 이 같은 방식이 무관심을 부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유권자 신모씨(52)는 "교육이 정치적 논리에 휘둘려서는 안된다는 큰 논리에는 공감한다"면서도 "하지만 사람의 경향에 따라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으면 진보적 성향의 교육감을, 보수적 성향을 갖고 있으면 보수적 정책을 펼치는 교육감을 지지하기 마련이다. 모든 후보의 공약을 훑어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텐데 그럴 경우 성향에도 맞지 않은 인물을 무작위로 뽑게 되는 상황이 올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성향에 맞는 교육감 후보의 이름을 외우자'며 게시물을 공유하고 있다./사진=트위터 캡쳐

교호순번제는 정책이 아닌, 유명한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일종의 부작용이다. 유권자들이 이름을 한번이라도 들어본 현직 후보를 찍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일부 유권자들은 SNS(사회연결망서비스) 트위터 등에서 '진보교육감 리스트' 등을 만들어 '후보자 이름을 외우자'고 독려하고 있다.

그렇다고 교육감 선거에서의 정치 중립이 완벽히 지켜지는 것도 아니다. 정당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예컨대, 대다수 후보들은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성향과 맞는 정당의 색을 사용해 홍보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진보성향의 조희연 서울교육감 후보는 더불어민주당의 색깔인 푸른색을, 보수성향의 박선영 서울교육감 후보는 자유한국당의 붉은색을 활용하고 있다.

함께 유세에 나서기도 한다. 조희연 후보는 지난 2일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 차 없는 거리에서 인사했다. 박선영 후보의 러닝메이트로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조영달 후보의 러닝메이트로는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꼽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색깔론 등 정치공방에 따라 다툼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조영달 서울교육감 후보는 박선영 서울교육감 후보를 검찰에 고소했다. 박선영 후보가 지난달 31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조영달 후보를 '우리 교육에 이념을 가져오신 분' '당신이 합법화시켰던 전교조' '친전교조' '전교조의 원천' 으로 표현하며 색깔 공세를 펼쳤다는 이유다. 그는 고소장에서 "교육이 정치에 이용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신념을 갖고 교육의 중립을 위해 출마한 조영달의 명예와 선거활동에 심대한 타격을 가한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인터뷰"라고 주장했다.[=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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