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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수수료율 인하, 가맹점 반발, 정치권 압박에 '속..
경제

카드사 수수료율 인하, 가맹점 반발, 정치권 압박에 '속앓이'

김종태 기자 입력 2016/01/29 08:09
[카드사 수수료율 인하] 카드 수수료 인상 철회..가맹점 반발, 정치권 압박에 '속앓이'

신용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 방침이 철회되고 인상을 보류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맹점들의 거센 반발과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압력에 밀린 것으로 보인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신용카드사들이 서로 의견을 모은 것은 아니지만 카드업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인상을 보류하는 쪽으로 유도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여당 뿐만 아니라 야당까지 나서 한 목소리로 가맹점 수수료 인상이 잘못됐다고 얘기하는데 카드업계가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선거때만 되면 영세중소가맹점 혜택 확대…여전법 근간 '흔들'

그래픽=유정수 디자이너"4월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습니다."(카드업계 관계자)

카드업계가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잔혹한 새해'를 맞았다.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다. 지난해 초부터 예상했던 일이지만 수위가 '메가톤급' 이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수수료율 인하 대상이 아닌 가맹점들마저 수수료율을 내려 달라고 실력행사에 나서며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버티자니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눈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울며 수수료율 깎기' 일반가맹점도 인상폭 조정=정부와 여당은 오는 31일부터 카드 수수료율을 연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1.5%에서 0.8%로, 연매출 2억~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각각 0.7%포인트씩 인하하기로 했다. 영세가맹점 178만개, 중소가맹점 17만6000개 등 총 196만 가맹점이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다.

반면 연 매출액이 늘어나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를 벗어난 곳(전체 가맹점의 약 6%)과 원가 상승으로 수수료율이 상승한 곳(전체 가맹점의 약 4%) 등 일부 가맹점은 수수료율이 인상된다. 하지만 가맹점 수수료율 인상은 쉽지 않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매출이 증가해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를 벗어난 곳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원가 상승으로 수수료율이 오른 가맹점은 카드사들이 개별 사안별로 살펴보고 수수료율을 가급적 조정해 주라는 (금융당국의) 암묵적 지시가 있었다"며 "정확한 규모를 산출해보진 않았지만 원가가 오른 가맹점의 수수료율을 당초 계획대로 올리지 못한다면 추가 손실이 상당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부터 조정된 카드 수수료율이 적용되면 다음 달 곧바로 8개 카드사에 대한 현장 점검에 착수해 적격비용에 따라 수수료율을 제대로 산정했는지, 가맹점 전체 수수료율이 평균 3%포인트 인하되도록 조정했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 결과 문제가 발견되는 카드사에 대해서는 영업정지 및 임직원 징계 등으로 일벌백계하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영세·중소가맹점 외에 일반가맹점에 대해선 직접 수수료율을 정해주진 않지만 사실상 우회적으로 수수료율 조정에 관여해 알아서 인상폭을 낮추라는 의미다.

◇반복되는 '표퓰리즘', '네버엔딩' 수수료 전쟁=카드업계는 수수료율을 둘러싼 갈등의 원흉으로 '표(票)퓰리즘'을 꼽는다. 영세·중소가맹점은 정치권의 대표적인 시장상권 '표밭'이다. 정부가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산정에 개입할 근거를 마련한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이 2012년 총선 두달 전인 2월이었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국회에 출석해 "영세가맹점에 정부가 정한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시장원리에 배치된다"며 반대의사를 밝혔지만 두 달 뒤 있을 총선과 맞물리며 여전법이 통과됐다. 정부가 시장가격에 개입하는 초유의 일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2014년에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가 종전 연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확대됐다.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을 연매출 2억원 이하의 영세가맹점과 연매출 2억~3억원의 중소가맹점으로 구분하면서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연매출 2억~3억원 구간의 중소가맹점이 새로 혜택을 받게 된 것이다. 영세·중소가맹점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은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격적으로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지난해 초부터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를 주장했다. 일부 의원들은 우대수수료율 적용 대상인 영세가맹점과 중소가맹점의 기준을 각각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2억~3억원에서 3억~5억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에는 관철하지 못했지만 국회에서 다음에 또다시 영세·중소가맹점 기준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며 "우대수수료율 적용 범위가 확대되면 혜택을 받는 가맹점이 늘어나지만 이후 인상해야 할 때 이번처럼 반발이 심해질 것"이라며 "카드사로선 날이 갈수록 수익성이 위축돼 생존을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순익 '6700억+α' 사라지는 카드사 '암울한 새해'=이번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하 조치로 카드사들의 연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6700억원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1~6월) 8개 전업 카드사의 당기순이익(1조877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규모다.

가맹점 수수료는 카드사 전체 수익의 40%를 차지한다. 이번 영세·중소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시장점유율 1위 신한카드의 수익은 연간 15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카드는 약 1000억원, 삼성·현대카드는 약 800억원씩, 우리·하나카드는 약 600억원씩 수익 손실을 입을 것으로 추산된다. 금융당국의 요구대로 일부 일반가맹점에 대한 수수료율 인상폭을 조정해주면 각 카드사별로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가량 추가 손실이 발생할 전망이다.

카드사들은 매년 줄어드는 수익을 만회하기 위해 카드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에 의존하는 추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카드론(장기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 대출)에 대한 수수료 인하 요구도 줄기차게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KB국민·롯데·신한카드 등을 시작으로 거의 전 카드사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을 낮췄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어떻게든 버텨나가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솟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며 "간편결제 서비스 등이 등장하며 날로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수익성이 줄며 투자할 여력조차 없어 업계에서는 누구 하나 죽어야 정치권의 압박과 개입이 끝날 것이라는 자조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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