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에 복당하는 조건으로 전주덕진 전략공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나 서울에서 새로 생기는 지역구에 출마할 것을 제안했지만 정 전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고 더민주 관계자들이 전했다.
◇ 김종인의 복당 요청…정동영 '조건' 걸어
30일 더민주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지난 27일 정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복당을 요청하며 비례대표나 서울 분구지역 출마를 제안했다. 하지만 정 전 의원은 이에 대해 답변을 하지 않았다.
정 전 의원이 원하는 것은 처음 정계에 입문했던 전주덕진에 대한 전략공천이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도 지난해 12월 이후 같은 제안을 했지만 정 전 의원은 복당의 급부로 전주덕진 전략 공천을 요구했다고 한다.
만약 정 전 의원이 전주덕진에 출마하게 되면 3번째다. 그에게 전주는 지난 15, 16대에서 두번이나 전국최다 득표로 당선된 '정치적 고향'과 다름없다. 현재는 서울대 국사학과 후배인 김성주 의원이 현역으로 있다.
정 전 의원은 더민주가 전략공천 요구를 거부함에 따라 다음주 중으로 전주덕진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관계자는 "정 전 의원에게는 지금 배지를 다는 게 가장 시급한 문제로 보인다"고 말했다.
◇ 탈당 4번에 지역구 5번째 이동…위기 때마다 전주덕진 찾아
정 전 의원의 이런 행보에 대해 야권의 시각은 곱지 않다. 그는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 관악을에 출마하면서 27년 전통 야당 텃밭을 여당에게 넘겨줬다는 책임론을 아직 떨치지도 못한 상황이다. 당시 그는 탈당을 감행하며 정치적 모험을 했지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었다.
정 전 의원의 지역구 옮기기는 철새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그의 이미지에 점철돼 있다. 4.29재보선 과정에서 철새라는 비판에 대해 그는 "이동한 걸 철새라고 하면 얼마든지 말해도 된다. 하지만 나는 정확한 노선으로 날아가고 있는 정치인"이라고 했다.
앞서 18대 총선에서는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면서 "이 곳에서 뼈를 묻겠다"고까지 했었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09년 4월에는 당 지도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탈당하면서까지 전주덕진 재선거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듬해 복당한 그는 19대 총선에선 야당 불모지인 서울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때는 당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번에 전주덕진에서 다시 출마하면 정치적 위기 때마다 호남을 찾는 그의 과거 행보가 되풀이 되는 셈이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정 전 의원은 조급증 때문에 많은 것을 잃었다"며 "가까운 이익에 매몰되다보니 정치적 자산을 조금 쌓았다가도 한번에 다 날리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