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임새벽 기자] 헌법재판소는 28일 송경동 시인 등 5명이 통신비밀보호법 2조와 13조가 통신비밀자유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 대 3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수사기관이 법원의 허가를 받아 휴대전화 발신위치를 추적하는 '실시간 위치추적'과 특정 기지국을 거쳐 이뤄진 통신자료를 수집해 수사에 활용하는 '기지국 수사'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사기관 이 법에 근거해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시행하고 기소 또는 불기소 처분을 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위치정보 추적자료를 받은 사실 등을 사후통지 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통신비밀보호법 조항들은 2020년 3월 31일까지 법의 효력을 유지하며 국회는 이 기간 안에 해당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 2조는 수사기관이 받을 수 있는 통신사실 확인자료에 정보통신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발신기지국의 위치추적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헌재는 "위치정보 추적자료는 충분한 보호가 필요한 민감한 정보"라며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위치정보 추적 자료 제공 요청을 허용함으로써 정보 주체의 기본권이 과도하게 제한된다"고 지적하면서 "이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개인 정보 자기 결정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송경동 시인 등은 2011년 한진중공업 파업 희망 버스, 2013년 철도파업 등 관련해 실시간 위치추적 수사를 받아 기본권을 침해당했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기자회견문
“국회는 통신비밀과 위치정보를 보호하는 통비법 개선에 임해야”
헌법재판소는 오늘(6/28) 실시간위치추적과 기지국수사에 대해 헌법불합치로 결정하였다. 무려 6년 만에 이루어진 헌재의 이번 결정에 대하여 우리는 환영을 표하는 바이다.
이번 헌법불합치 결정은 2011년 희망버스 활동가들에 대한 실시간 위치추적(2건), 2012년 인터넷언론 참세상 기자에 대한 기지국 수사(1건), 2013년 철도노조 집행부에 대한 실시간 위치추적(1건) 사건 등 무려 4건에 대해 함께 이루어진 것으로, 모두 진작에 헌법에 위배된다고 선언되어야 마땅한 사건들이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요지는,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상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조항에 의해 이루어지는 휴대전화 실시간 위치추적과 기지국수사가 수사기관에 의하여 남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시간 위치추적의 경우, ‘수사의 필요성’만을 그 요건으로 하여 절차적 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이다. 정보주체에게 위치정보 추적자료 제공사실이 부실하게 통지되는 것 또한 헌법에 불합치한다고 인정되었다.
기지국수사의 경우, 수사편의 및 효율성만을 도모하면서 수사기관의 제공 요청 남용에 대한 통제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것이다. 범죄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들의 정보를 대량으로 제공받는 것은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며, 수사기관의 남용을 방지할 수 있는 여러 조치들을 마련하여 정보주체의 기본권 보장과 조화를 꾀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동전화를 이용한 통신과 관련하여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통신사실 확인자료는 비내용적 정보이기는 하나, 여러 정보의 결합과 분석을 통하여 정보주체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유추해내는 것이 가능하므로 통신내용과 거의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인정된 것은 중대한 의미가 있다. 과거 통화내역이나 위치정보와 같은 통신사실확인자료의 경우 통신내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보호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간주되었으나,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휴대전화를 모든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사용하는 만큼 통신사실확인자료 및 위치정보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다.
무엇보다 이것은 수사기관의 통신수사 남용에 대한 경고이다. 그간 수사기관은 기술발달에 따른 통신수사기법을 재량껏 사용하면서 국민의 통신비밀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를 무색케 해 왔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처럼 집회시위 참여자, 취재 중인 기자, 파업 중인 노동자에 대한 감시는 집회시위의 권리, 언론의 자유, 노동권 등 다른 기본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모바일 환경의 확산과 더불어 통신비밀보호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사회적 논의가 많아지면서 그간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도 여럿 발의되어 왔다. 국회는 즉시 헌재 결정에 따라 국민의 통신비밀과 위치정보를 제대로 보호할 수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선에 임해야 할 것이다.
2018년 6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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