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차치하고, 26일 오전 8시경 제천시 봉양읍 지정폐기물 공장 허가관련 반대시위를 하기위해 왕미초등학생 약 40명과 학부모, 주민대책위원회에서 대형버스로 원주지방환경청에 도착, 시위를 했다.
푹푹 찌는 폭염 속에 어린학생들은 연신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며 구호를 외쳤다. 학교 옆에 지정폐기물 공장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학부모들이 선창하자 학생들도 따라했다.
방학기간이라 즐겁게 놀고 수영장을 찾거나 해수욕장에서 끼를 발산할 나이에 왕미초등학교 일부 학생들은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시위에 동참해야 하는 아픈 모습을 취재해야만 했다.
산업문명이 가져다준 폐해랄까? 현실은 녹록하지만은 않았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이 순간 주마등처럼 떠올랐다.
그때는 까만 고무신속에 붕어나 미꾸라지 몇 마리가 담겨 있었고 수양버들 아래 찔레꽃 순을 꺾어 먹으면서 동심을 키웠다.
강가에 흰 모래 속을 파고드는 ‘모래무지’를 잡느라 흰 모래로 뒤덮힌 강가를 종횡무진 뛰놀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세월이 이렇게 많이 흘러 ‘격세지감’을 느끼게 했다.
이제는 어린 학생들 손에 붕어나 미꾸라지가 담긴 까만 고무신이 아닌 지정 폐기물이 싫다는 피켓이 들려 있으니 말이다.
기성세대는 어린동심에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그때 뒤를 돌아볼 수 있는 희망을 듬뿍 심어줄 의무를 간직하고 있어야 한다.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처자식 부양 하면서 내 자식 귀여우면 남의 자식도 귀여워 해야하는 것이 ‘인지상정’ 아닐까?
이날 필자는 경직 돼 있는 환경부 산하 원주지방환경청을 유심히 봤다. 어린 학생들이 폭염 속에 시위에 동참하고 있는데, 원주지방환경청 측에서 시원한 생수 한 병씩이라도 학생들에게 건낼 수 있는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안타까움도 있었다.
원주지방환경청장이기 앞서 한 가정의 어머니일 텐데, 직원들을 시키던지 아니면 손수 현관으로 내려와 자식 같은 초등학생 마음을 보듬어 줬으면 하는 낮설은 아쉬움이 있었다.
예컨대 목적은 다르지만 어른들이 하는 일이라 좀 더 심사숙고해서 여러분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더운 날씨에 고생 많아요. 조속히 해결책을 강구 할테니 부모님과 같이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라는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을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웠다.
원주지방환경청 직원들 역시 문을 걸어 잠근다거나 경계만 할 것이 아니라 더 가깝게 다가서면서 빠른 시간 내 시위를 종료할 수 있도록 안내 및 지도에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불친절, 안하무인격, 무작위 취재통제, 시민알권리 방해, 환경청장에 대한 지나친 과잉충성은 지금 국내외 정세에 부합되지 않는 권위주의 시대적 발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원주지방환경청에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아 문마다 카드를 이용해야 하고 직원들 방에는 민원인이 얼씬도 못하게 잠가 놓았나? 원주지방환경법 요새인가?
우리는 다함께 가야하고 다함께 고민해야 하는 숙명을 지니고 태어났다. 어느 일방이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위에 사람이 군림했던 시절을 한시바삐 잊어야 한다.
어떤 국가기관이든 국민을 두려워 할 줄 알아야 하고 그 다음이 절차고 법이 돼야 하는 과정을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원주지방환경청의 경직된 조직문화를 내려놓아야 한다.
넓은 청장 방에는 가습기가 2대씩 돌아가는 반면, 어린학생들 손에는 지정폐기물 반대 피켓이 들려 있으면서 땀을 흘리며 목말라 하고 있었다. 40여명 밖에 안 되는 어린 학생들에게 생수 한 병씩 나눠줄 예산이 없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