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임새벽 기자] 2일 바른미래당 신임 당 대표로 손학규 상임고문이 선출됐다. 전대 레이스 초반부터 형성된 '손학규 대세론'에 끝내 이변은 없었다.
하태경, 이준석, 권은희 후보가 최고위원으로 선출됐고, 청년위원장에는 김수민 의원이 당선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다만 당원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국민의당 출신들이 전멸한 반면, 바른정당 출신들이 선출직 최고위원을 싹쓸이하며 약진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손 대표는 6·13 지방선거 때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정치권에 '컴백'했을 때부터 차기 당권 도전설이 제기돼 왔으며, 전대에 직접 출마해 후배들과의 경선을 거쳐 당권을 거머쥐었다.
당원 투표(권리당원 50%, 일반당원 25%)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25%)의 합산으로 지도부를 선출한 이번 전대에서 손 대표가 27.02%의 최종 득표율을 얻어 당선된 것을 볼 때, 국민의당의 조직력과 높은 인지도가 승부를 결정지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손 대표는 안철수 전 의원 측근들의 지원은 물론, 바른미래당 현역 의원들의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71세의 나이로 '올드보이'라는 비판이 집중됐음에도 손 대표가 당선된 것은 당의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당원들이 세대교체보다 안정되고 검증된 리더십을 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전대 결과 당 대표로는 국민의당 출신 손 대표가 선출됐지만, 나머지 선출직 최고위원 3자리는 모두 바른정당 출신에게 돌아간 점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여성몫 최고위원 한자리는 일찌감치 권은희 후보가 확보해뒀고, 나머지 두 자리도 바른정당 출신 하태경·이준석 후보가 차지했다.
총 6명의 본선 후보 중 손 대표 외에 유일한 국민의당 출신이던 김영환 후보가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6명 중 5위를 차지하며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이런 결과가 '옛 바른정당 세력의 부활'이라고는 볼 수 없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바른정당 출신들이 바른미래당 출범 후 당내에서 비주류로 밀려난 상황에서, 일부는 국민의당 출신들과 가까운 주류로 편입되고 일부는 아예 당과 거리를 두는 등 여러 갈래로 세력이 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손 대표가 곧 인선을 통해 지명직 최고위원 2명과 새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등을 임명하면 지도부 내에서 다시 국민의당 출신과 바른정당 출신 간 균형이 맞춰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관영 원내대표와 이날 청년위원장에 선출돼 당연직 최고위원이 된 김수민 의원도 국민의당 출신이다.
한편, 당 안팎에서는 바른미래당 창당 후 처음 치른 이번 전대가 국민적 관심을 끌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뿐만 아니라 당원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투표도 8.34%의 최종 투표율로 마감돼 저조했다.
이번 전대는 선거전 초반부터 손 대표 대세론이 형성되면서 '손학규 대 반(反)손학규' 구도로 치러졌다. 이 때문에 '올드보이'와 '안심'(安心·안철수 전 대표의 의중) 논란 말고는 큰 이슈가 없었다.
그렇다보니 전국을 돌며 실시된 TV토론도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고 정책선거도 실종되면서 전당대회를 거치며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도 누리지 못했다는 평가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당대표 수락문]
당원 동지 여러분, 오늘 저 손학규는 바른미래당의 앞날은 물론 대한민국 정치의 운명을 바꿀 막중한 사명을 당원 여러분들로부터 부여받았습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가 우리 자신이 절체절명의 위기 앞에 서 있다는 것을 잘 압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천길 낭떠러지 앞에서 우리는 이제 한 발을 앞으로 내디뎌야 합니다.
문재인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촛불정신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촛불정신은 패권정치의 부정이고 국민 주권의 시련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패권정치의 유령이 나라를 뒤덮고 있습니다.
경제가 파탄이고 실업자를 길거리를 메우는데 대통령은 올바른 경제정책이라고 강변하고 있습니다. 여당 대표는 20년 장기집권을 공언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촛불혁명은 정권의 교체만 가져왔지 제왕적 대통령제는 그대로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능과 독선의 제왕적 대통령제야말로 촛불혁명 이전의 수구정치 체제인 것입니다. 언로가 막히고 쇼가 소통으로 둔갑하고 있습니다. 자유로운 기업활동이 제약받고 반기업 정서가 판치고 있습니다. 민주화에 앞장섰던 여당 국회의원들은 입에 재갈이 물려져 있고 친문 행세에 목이 매여 있습니다.
협치의 제도화가 필요합니다. 다당제가 현실이 된 지금 여소야대의 난국을 극복하고 국민을 통합하기 위해서는 유럽식의 합의적 민주주의가 필요한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2016년 8월 15일 춘천을 떠나며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복지의 소득분배뿐만 아니라 제조업을 중심으로 하는 성장도 함께 이루어 대기업, 중소기업, 소상공인, 노동자, 농어민이 함께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보와 보수, 좌와 우를 아우르는 중도개혁의 길입니다. 바른미래당의 소중한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2012년에 제시한 저녁이 있는 삶은 단지 노동시간을 단축해서 노는 시간을 늘리고 일자리 나누기나 하자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생산을 늘리고 성장과 분배를 같이 이룩해서 여야가 있는 삶을 통해 행복을 찾자는 것이었습니다.
노동을 존중하고 분배 정의를 실현하되 경제는 시장에서 이루어지고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는 말입니다. 특히 대통령에게 필요한 국정철학입니다. 제왕적 대통령의 억지가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통합되는 새로운 정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독일식의 연합정치로 복지국가와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 시장경제를 함께 이루어야 합니다.
당원 동지 여러분! 촛불혁명 이전의 구체제는 민의를 왜곡하고 국민 다수의 참여를 가로막는 양극단의 수구적 거대양당 체제입니다.
지금 한국 정치에는 여의도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큰 곰 두 마리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인기에 영합해 눈치만 보고 거수기와 앵무새 노릇에 앞장서는 민주당. 아직도 반성은커녕 틈만 나면 막말과 시비만 하는 자유한국당. 바로 이 두 수구적 거대 양당이 한국의 의회정치를 망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한국정치를 어지럽히는 이 두 정당과 온 힘을 다해 맞서 싸워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