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진주=정병기 기자]국립 경남과학기술대학교은 김상표 작가(경영학과 교수)의 개인전이 서울 인사동 윤갤러리에서 9월 15일~10월 20일까지 열린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첫 개인전 ‘Amor Fati’를 시작으로 연이어 6월과 7월에는 ‘존재론적 물음으로서 얼굴성’이라는 주제로 2, 3회 개인전을 열어 지금까지 총 168점의 그림을 선보였다.
두 번째 개인전 작가노트에서 여러 가지 다른 방식으로 수많은 얼굴들을 그리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나는 그림을 모른다. 그림은 규정지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얼굴은 더욱 그렇다. 내가 나의 얼굴을 그리는 순간 그것은 나의 얼굴이 아니다. 왜냐하면 규정되는 순간 얼굴에 대한 수많은 다른 규정성들이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얼굴이란 얼굴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불과하다. 물음 그 자체로서 얼굴성에 대해서 사유하고 명상한 단상들이 그림으로 형상화된 것이다. 그래서 나의 그림은 연구노트이다" 인물화 작가라면 누구나 마땅히 가졌어야 할 의문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그 누구도 갖지 않았던 의문을 철학적으로 던지고 그것을 회화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셈이다.
1회부터 3회까지의 개인전이 단독자로서의 자아를 다루었다면, 이번 4회 개인전은 세계와의 만남을 피할 수 없었던 자아가 자신의 삶을 형성해갔던 과정을 NIRVANA의 공연모습을 빌려 표현한 것이다.
사회에 대한 저항에 바탕에 두고 반미학의 미학을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김작가와 NIRVANAR가 닮았다고 여기면서,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떠오르는 느낌을 열손가락을 사용하여 온몸으로 그려냈다고 작가노트에서 고백한다.
“어느 날은 커트 코베인(기타, 보컬)이 되어 울부짖고 절규하며, 또 어느 날은 드러머가 되어 광란과 착란 속에서 그림을 그렸다. 다른 날은 치어걸이 되어 세속화된 몸짓으로 춤을 추면서, 또 다른 날은 그녀의 숨겨진 욕망을 폭발시키며 그림을 그렸다. 뒤이어 내게 폭력을 가했던 이들에 대한 분노 속에서 청소부를 그렸고, 마지막으로 위선으로 가득 찼던 기성세대들에 대한 희롱으로 교장을 그렸다” 이렇게 첫 전시 ‘Amor Fati’에서부터 네 번째 전시 ‘NIRVANA’까지 한 화가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확립해가는 과정은 지켜보는 모든 사람을 당혹스럽게 할 만큼 빠르고 급격한 변화의 연속이었다. 비록 그 기간은 일 년이 채 안되지만 화가가 일생동안 거쳐가야 할 전 과정을 압축적으로 밟아간 듯하다.
경남과기대의 경영학과 교수로서 누구보다도 연구와 강의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전업작가도 쉽사리 달성하기 힘든 이러한 성취를 해냈다는 것은 경이롭다 할 만하다. 아마도 그것은 김작가가 경영학자로 활동해왔음을 물론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철학자로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물음을 지속적으로 던져왔기 때문인 것 같다.
또한 서예와 검도 그리고 태극권을 연마하면서 자신의 몸과 우주와의 합일을 체험하고자 노력해왔던 것도 뛰어난 회화적 성취를 가능하게 한 다른 이유로 들 수 있다. 김 작가는 인터뷰를 끝내면서 그룹 너바나가 모든 사회경제적 조건을 박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좌절하지 않고 예술적 성취를 통해 그들의 욕망과 사회에 대한 저항을 표현했듯이, 너바나를 회화적으로 형상화해낸 이번 4회 개인전이 지금 여기에서 헬조선을 외치며 힘겹게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예술로서 시대에 저항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으면 한다고 희망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는 25점이 선보인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무료이다.
김 작가는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남 진주시 국립 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경영과 예술 그리고 철학을 융합하여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다. 한편 ‘NIRVANA’는 미국의 록 그룹으로 1990년대 초반 주류 음악시장 규칙과 관습적 사운드를 거부하는 얼터너티브 록 음악의 대중화에 기여했고, X세대를 대표하는 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 팀 이름은 커트 코베인이 '열반'을 뜻하는 불교 용어에서 가져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