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10년 넘게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소비자원이 잦은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는 자살보험금 관련해 주요 생명보험 약관 특약에서 보험금 지급여부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통신넷=정은미 기자]소비자원은 최근 4년간 자살보험금 관련 소비자 상담사례 중 보험금 지급 관련 불만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보험사들은 약관에 명시돼 있는 ‘정신질환 자살’이나 ‘2년 후 자살’에 대해서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소비자원이 247건을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 보험금 지급거절 또는 과소지급 등 '보험금 지급' 관련 상담이 72.9%(180건)로 가장 많았고, 그 외 '보험모집 설명의무 미흡'과 '계약성립 및 효력 관련'이 각각 5.3%(13건), '고지의무 관련' 1.6%(4건) 등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피해구제를 신청한 43건을 분석한 결과, '정신질환 자살'*로 재해사망보험금 지급을 주장하는 경우는 79.1%로 높게 나타난 반면, 보험사의 소비자 요구 수용률(합의율)은 18.2%로 매우 낮은 편이었다.
일부생명보험 약관에는 정신질환 등으로 자살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한 경우를 말하는 '정신질환 자살' 등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 없이 보험금의 지급을 거절해 분쟁이 되고 있다. 따라서 보험사의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제도개선 및 감독강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아울러, 과거 일부 생명보험사 약관에서 '2년 후 자살'에 대해 보험금을 지급하겠다는 주계약의 규정을 재해사망특약(재해보장특약)에 그대로 기재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보험사들은 재해사망특약의 2년 후 자살 시 보험금 지급 조항이 잘못 기재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고 있다.이에 따라 '2년 후 자살'에 관해서도 재해사망특약에서 보험금 지급여부를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소비자원의 판단이다.
소비자원은 금융당국에 ‘정신질환 자살’ 보험금 미지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고 생명보험 약관의 재해사망특약에 ‘2년 후 자살’ 관련 내용을 보충할 것을 건의할 예정이다.
한편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정신질환을 앓아온 피보험자의 자살을 재해로 인정해 재해사망보험금 3500만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는 고의에 의한 자살행위는 원칙적으로 우발성이 없어 재해보장특약에서 정한 재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으나 예외적으로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의 결과를 발생하게 하였다면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봤다.
약 1년 4개월 간 우울증세로 치료를 받아왔고 사망 당시 위 증세가 악화됐을 가능성이 높은 만 23세의 피보험자가 자택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목을 매어 자살하면서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면 재해를 직접적인 원인으로 사망한 경우에 해당된다며 보험사는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한다고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