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3차 남북정상회담 첫날인 18일 평양에서 전해진 말들은 남북관계의 새로운 미래를 투영하면서도 뗄레야 뗄 수 없는 한겨레라는 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역사적인 조미대화 상봉의 불씨를 문 대통령께서 찾아줬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가진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 위원장은 " 문 대통령님을 세 차례 만났는데, 제 감정을 말씀드리면 '우리가 정말 가까워졌구나' 하는 것"이라며 "또 큰 성과가 있었는데, 문 대통령의 지칠 줄 모르는 노력 때문이다. 북남 관계, 조미 관계가 좋아졌다"고 상반기 1,2차 정상회담에서 북미정상회담으로 이어진 대화 분위기에 대해 만족스러움을 전했다.
"판문점의 봄이 평양의 가을이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만나 결실을 강조했다.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군사적 긴장완화라는 3대 의제를 떠안고 평양행 비행기에 오른 심적 부담이 엿보였다. 문 대통령은 "다섯 달 만에 세 번을 만났는데 돌이켜보면 평창 동계올림픽, 또 그 이전에 김 위원장의 신년사가 있었고, 그 신년사에는 김 위원장의 대담한 결정이 있었다"면서 "이 과정은 김 위원장의 결단에 의한 것이었고,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결단에 사의를 표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또 평양국제비행장(순안공항)에 도착한 뒤 "비행기에서 육지가 보일 때부터 내릴 때까지 북한 산천과 평양 시내를 죽 봤다. 보기에는 갈라진 땅이라고 전혀 느낄 수 없었다"고 북한을 방문한 소감을 전했다.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
인민문화궁전 111호. 리용남 내각부총리와 남측 경제인과 면담 자리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북측 인사들로부터 주목을 끌었다. 리 부총리는 이 부회장의 인사말에 "우리 이재용 선생은 보니까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아주 유명한 인물이던데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해서도 유명한 인물이 되시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냈다.
이에 이 부회장은 "평양은 처음 와봤다. 마음에 벽이 있었는데 이렇게 와서 직접 보고 경험하고 여러분을 뵙고 하며 ‘이게 한민족이구나’라고 느꼈다"며 "호텔 건너편에도 한글이 쓰여 있고, 우연히 보니 평양역 건너편에 새로 지은 건물에 ‘과학중심 인재중심’이라고 쓰여 있었다. 삼성의 기본경영 철학이 ‘기술중심 인재중심’이다"라며 "세계 어디를 다녀 봐도 한글로 그렇게 쓰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한글로 된 것을 처음 경험했다"고 말했다.
또 리 부총리는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이 IT분야에서 근무한다고 설명하자 "새시대 사람이구만"이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한평생 북남 화해와 통일을 위해 애쓰신 김일성 주석님과 김정일 장군님에 대한 그리움이 커져갑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단을 만난 자리에서 과거를 떠올렸다. 그는 "김일성 주석님께서는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을 제시하셨고, 김정일 장군님께서는 7.4성명을 통해 대단결을 제시하셨다"며 "북남 수뇌부의 역사적인 평양 상봉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고 3차 정상회담의 소감을 전했다.
"제가 없어지나요?"
남북 퍼스트레이디의 만남으로 관심을 모았던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의 옥류아동병원, 평양음악종합대학 방문은 편안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리 여사는 우리측 특별수행원을 소개받으며 가수 알리에게 "전에 한 번 오셨셨죠"라고 묻기도 했으며 현정화 전 탁구선수에게는 손 좀 한번 잡아보자며 "온 겨레에 큰 감동을 선사했다. 여성들이 남북관계에 앞장서고 있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또 마술사 최현우 씨가 자신을 ‘요술사’라고 소개하자 "제가 없어지나요?"라고 말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