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임새벽 기자] 수도권 재건축 최대어인 성남 은행주공 시공사 선정을 불과 이틀 앞두고 GS건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조합원을 상대로 ‘가짜 홍보’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시가 30층 이상 재건축을 금하고 있는 가운데 상업용지 35층 재개발 사례를 마치 일반주거 주택 정비 사례인 양 속여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가 재건축 조합을 통해 시공사에 사실상 행정경고를 했음에도, 해당 컨소시엄은 조합원을 상대로 35층 특화설계에 대한 가짜 홍보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35층 특화설계 내세우며 홍보전…성남시, 정비계획 변경 명분 없어 35층 불허 고수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은행주공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오는 12월2일 조합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한다.
이달 5일 마감된 조합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 GS건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과 대우건설 두 곳이 참여했다.
은행주공은 성남시 중원구 은행동 550 일대 15만1803㎡에 들어선 단지다. 23개동 1900가구 1차, 3개동 110가구 규모 2차 등 총 2010가구 규모다. 조합은 재건축을 통해 지하 3~지상 최고 30층, 39개동, 3327가구 규모 새 단지와 커뮤니티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35층 특화설계를 내세우고 있다. 최고 35층으로 재건축을 하고 최고층에 스카이 커뮤니티 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컨소시엄은 재건축 최고 층수를 30층으로 제한하는 시와 갈등을 빚고 있다. 시는 인근 성남공항을 고려한 고도제한과 검단산 조망을 해치지 않도록 경관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가이드라인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 은행주공 재건축도 지난해 성남시 경관심의에 의해 최고층수 30층 이하로 정비계획이 고시된 바 있다. 시에서는 계획을 수립한 지 1년 밖에 안되었는데 뚜렷한 이유 없이 계획변경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 중1구역 38층 사례로 35층 인허가 가능하다고 홍보..해당 사례는 주상복합 구역으로 “은행 주공 35층 재건축은 불가능”
GS건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35층 재건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은행주공은 제한구역 밖에 위치해 있어 고도제한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최고 35층으로 층수를 올려도 검단산 경관을 해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지 레벨을 조합안보다 18m 낮춤으로써 층수를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컨소시엄은 특히 성남시가 중1구역 재개발시 최고 38층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홍보물을 배포, 조합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성남시가 38층 건축을 허용한 구역은 중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1구역 재개발’과 ‘중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엄연히 다른 사업으로 전자는 주거지역, 후자는 상업지역이다. 상업지역의 경우 용적률 최고 800%를 적용, 38층 주상복합 건립이 가능하다.
GS건설, 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 상업지역 주상복합 건립사업을 마치 일반주거지역 아파트 재개발 사업인 것처럼 사실을 호도한 것이다. 중1구역 재개발 사업은 은행주공과 마찬가지로 층수 제한 가이드라인을 적용 받아 최고 27층으로 지어졌다.
한 대형 로펌의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시공사가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의도적으로 거짓 홍보를 한 것이라면 조합원을 기망한 것으로 엄연한 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대형건설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재건축 수주전에서 상업지역과 주거지역을 실수로 혼동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시가 조합을 통해 컨소시엄측에 시정을 요구하는 사실상 행정경고를 했음에도, 조합원을 상대로한 특화설계 홍보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은행주공 재건축 이승곤 조합장도 지난 22일 있었던 시공자 합동 설명회에서 “정비계획변경 추진에 시간을 소비할 수 없어 어느 시공사가 선정되든 30층을 넘는 설계를 적용할 수 없다”며 최고 층수 35층을 수용할 수 없음을 밝혔다.
정비계획변경을 위해서는 조합 결의, 용역사 선정, 용역수행, 시 해당 부서 협의, 도시계획위원회 승인 등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수년간 사업이 정체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이 지연되는 동안 ‘투자냉각 → 재산가치 하락 → 투자냉각’의 악순환 반복도 피할 수 없어 조합원들의 시름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