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 임새벽 기자] 최근 재건축 시공사 선정전에서 수주에 집착한 일부 건설사들이 이른 바 ‘아무 말 대잔치’를 벌이며 시장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조합원의 표심 잡기에 급급해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으로 검증되지 않은 불확실한 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시공사 선정을 앞둔 조합원들이 건설사들의 제안 내용을 살필 때 ‘실현 가능성’을 꼼꼼히 살펴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앞둔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에서도 일부 컨소시엄이 제안한 조건의 ‘실현 가능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 수주전은 GS건설•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사업단)과 대우건설의 ‘2파전’으로 압축된 상태이다. 컨소시엄 사업단은 정비계획변경을 통한 층수 상향과 브랜드를, 대우건설은 합리적 공사비와 경쟁사 대비 짧은 공사기간, 그리고 강남급 혁신설계와 상품 홍보를 강조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총회를 불과 사흘 앞둔 상황에서 논란이 불거진 것은 바로 컨소시엄사업단의 제안 내용이다. 한 조합원은 이와 관련해 “조합원들도 지금 시점에서는 각 사의 제안 내용을 무조건 믿지 않고 정말 실현 가능한 조건인지를 살피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특히 컨소시엄 사업단이 강조하는 층수 상향은 조합장의 공식 발표를 비롯해 성남시 지침과도 차이를 보여 일각에서는 ‘수주에 급급해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은 지난해 성남시 경관심의에서 최고 30층 이하로 정비계획이 고시된 바있다. 이에 컨소시엄 사업단은 조합원들에게 정비계획변경을 통해 층수를 상향하겠다며 어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성남시는 조합에 정비계획 임의변경 불가를 통보했고, 조합장도 지난 22일 합동설명회에서 “정비계획변경을 위해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 어느 시공사가 선정되더라도 기존 최고 층수인 30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소시엄 사업단은 여전히 35층 층수 상향에 집착하고 있다. 시공사 선정 총회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핵심 제안이었던 층수 상향을 차마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재건축 사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불린다. 사업이 지연될수록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증가하는 구조이다. 짧아도 수년이 소요될 수 있는 정비계획변경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금융이자가 발생하고 그만큼 재건축의 수익성도 떨어질 수 있다. 조합원들 사이에서 사업지연에 따른 투자수요 이탈과 집값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 ‘하락장’에는 브랜드 효과 없어...‘래미안’도 계약률 10%에 그쳐
브랜드에 대한 맹신도 재건축 조합원들에게는 금물이다.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의 가장 큰 수익은 일반분양에 따른 이익이다. 아파트를 높은 가격에 제 때 팔아야 분양수익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조합원들은 시공사 선정 시 단순히 브랜드를 저울질하며 향후 프리미엄(웃돈)을 기대하는 경우가 많다.
아파트 브랜드는 분명 집값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요즘처럼 주택시장이 하향 국면에 들어 선 상황에서는 브랜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로 국내 주택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국내 주택 브랜드 1위 삼성물산의 ‘래미안’도 체면을 구긴 바 있다. 지난 2012년 상수동, 용강동, 아현동 등에서 잇달아 선보인 래미안은 정당 계약 기간 동안 계약률이 10%대에 머물렀고, 2014년에는 현대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고덕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도 10%대의 계약률을 기록한 뒤 할인분양을 통해서야 겨우 미분양을 해소할 수 있었다. 자체사업 성격을 띈 ‘래미안 강동 팰리스’도 최고급 상품 수준을 갖췄음에도 불구, 수차례 할인분양을 통해 간신히 떨어 냈다.
◇ 고분양가 관리지역 추가 지정 확대 .. 성남시 전 지역 포함 수도권 인기 지역 추가 지정 초읽기
재건축 수주전에서 브랜드를 앞세우는 시공사들은 향후 일반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겠다는 지키지 못할 약속도 난발하고 있다.
현 정부는 집값이 급등한 지역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고분양가 관리지역에서 분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HUG는 고분양가 관리지역 내 신규 아파트 분양가를 인근 지역에서 1년 전 분양된 아파트의 분양가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1년 전 분양된 아파트가 없을 경우에는 직전 분양가의 최대 110%를 초과할 수 없다.
A건설사 한 관계자는 “분양가 관리 강화에 대한 정부 의지가 강한 만큼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분양가를 올리는 것이 쉽지 않고 후분양 같은 대안도 분양 수요가 몰리는 강남권 재건축에서 노려볼 수 있겠지만 비강남권에서는 부메랑이 될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일반분양이 늦춰져 자금 상환이 지연되는 만큼 천문학적 이자가 추가되고 분양 경기가 뒷받침 되지 않을 경우 큰 낭패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HUG는 분양가 관리지역을 수시로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에는 경기 광명 및 하남을 고분양가 관리지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이로써 현재 고분양가 관리지역은 △서울 전 자치구 △경기 과천•광명•하남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세종시 △대구 수성구 △부산 해운대•수영•연제•동래•남구 등이다.
아직 고분양가 관리지역에 포함되지 않은 지역들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 HUG가 지속적으로 투기 의심 지역들의 집값 상승률 등을 살피면서 고분양가 관리지역 추가 지정을 검토해 나갈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년 봄 시공사 선정이 있었던 흑석9구역 재개발의 한 조합원은 “시공사 선정 당시 ‘일반분양가를 조합원 분양가의 두 배로 받아주겠다’고 호언장담한 건설사가 있었지만 시공사로 선정되지는 못했다”며 “조합원들이 불확실한 제안보다 확실한 조건을 제안한 시공사를 믿고 뽑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