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취미로 영화, 특히 전쟁영화 관람을 즐긴다. 워게임 또는 정치게임은 그만큼 인간의 심리를 읽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 민주당 주류가 같은 민주당이면서 촛불동지라고 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당내 경쟁자가 아닌 섬멸해야 할 적군 쯤으로 보고 벌이는 전쟁을 치르고 있어 영화보다 더 관심있게 관전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로만 보면 이 게임의 승자는 이재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국가를 대리한 소추권을 가진 경찰과 검찰의 압박을 받으며 검찰 조사를 앞두고 있던 때 이재명 지사가 문 대통령 아들 문준용 취업문제를 들고 나온 순간 내 생각은 확실해졌다. 이 지사가 이 문제를 들고 나오는 순간 문재인 정권 주력이나 문 대통령 본인도 수습의 때를 놓친 것으로 보인 때문이다.
만약 이런 공세적 문제제기를 한 이재명 지사를 지금 이대로 둔다면 이제 나 같은 관전자는 문 대통령 측이나 그 주류가 스스로 문준용 건이 채용비리 관련 수사로 이어질 수 있어 덮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할 수 있다. 따라서 검찰은 이제 어떤 식으로든 문준용 문제를 종결 지어야 한다. 호랑이 등에 탄 격이다.
왜 이런 형국을 만들었을까? 이는 결국 문재인 정권 주력들이 검찰이나 경찰의 속성을 너무 몰랐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지사는 이들 검경의 속성을 너무 잘 알고...
사냥꾼이 사냥개를 제대로 다루려면 수많은 사냥감 중 잡아올 것과 쫓기만 할 것을 구별할 줄 알게 해야 한다. 그 명확한 한계선을 사냥개는 지킨다. 그런데 이 정권 핵심들은 이 문제를 간과했다. 그런 차이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거다. 그래서 수사라는 칼을 쥔 검경에게 한계선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권력과 자리에 민감한 검찰과 경찰의 일부 출세주의자들에게 적폐수사라는 명분을 줘버렸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국가를 운영하는 권력자가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관료들로 구성된 국가기관들의 조직보호 본능(쉽게 말해 부처 이기주의)를 제어하는 것이다.
이는 이들이 국가적 문제나 자신들 조직에 위기가 발동했을 때 국익을 우선하기보다 조직의 보호와 자신들 개인의 이익을 위한 선택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공직자이기 전에 자연인이므로 국익이나 공공의 이익을 쫓다가 자신들 지위나 자리가 떨어진다면 누가 보상해주는 것도 아니므로 공직자들의 기본 생리는 일단 조직보호와 자기보호 본능이 우선한다. 그래서 이 당연한 것을 권력은 유효적절히 제어해야 한다.
이런 개념으로 보면 지금 검경에게는 노다지판이 열린 셈이다.
솔직히 정부수립 70년이 지나면서 정치, 경제, 사법, 문화 모든 영역에서 대한민국 사회는 살짝만 털어도 먼지 안 나는 곳이 없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권력자가 검경에게 권력 핵심을 빼고 누구든 털어도 좋다는 일종의 면허를 줬다면 검경에게는 노다지판이 열린 셈이란 말이다. 그래서 예전 정권에서는 그냥 덮고 넘어갈 문제들이 지금의 검경에겐 매우 좋은 건수가 되어버린 것 같다.
물론 그래서 지난 70년 간 쌓인 온갖 적폐가 일소되고 정의사회가 건설된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다. 그러나 그렇지도 않다는 것은 강원랜드 특혜취업에 얽힌 권성동 의원 건만 해도 드러난다.
자신은 부인하지만 권 의원과 관련한 수사를 막은 것이 현 검찰 최고 수장인 문무일 총장이란 보도가 작금 이어야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검찰은 자신들, 그리고 자기 조직, 또 자신들이 자켜야 할 조직 밖이라도 특정인을 건드리는 문제는 당연히 패스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결국 그렇다면 현 권력과 가까운 측은 이 서슬퍼런 정국에서도 열외니까 당연히 정의사회 건설과는 거리가 먼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이재명 건 또한 답을 그려본다면 어렴풋이 보인다.
잡아들이는 게 본능인 검경이 이재명이란 사냥감도 명령권자의 눈에 들 것인가로 알고 이재명까지 잡아들이는 것으로 나가다가 ‘선수’를 만나버린 셈인데, 이재명이란 ‘선수’가 자신을 보호할 핵심이 무엇인지 확연하게 알고 대응한다는 것이다.
즉 이재명은 자신을 보호할 '건수'가 권력자의 아킬레스건 문준용이란 것을 알고 그걸 물어버렸다. 이에 이를 예측하지 못한 공격 측은 당황하고 있다. 당장 검경을 앞세워 이재명을 잡으려던 이들이 1인통치 시대의 황제 또는 제왕도 아닌데 '역린'이란 말까지 내놓으며 흥분한다.
'역린' 그들이 말하는 역린(逆鱗)이란 용의 목에 거꾸로 난 비늘을 의미하는데 이는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인 한비자의 저서 '세난' 편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한비자는 세난 편에서 “용은 잘 길들이면 등 위에 탈 수 있을 정도로 사람과 가깝지만 절대로 손대면 안 되는 부분이 한군데, 바로 목 아래에 거꾸로 난 1개의 비늘인 '역린'이다”라며 “이 부분을 건드린 사람은 누구도 화를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비자는 '역린'의 예를 통해 왕과 신하의 관계를 서술, 용의 몸에도 건드리면 안 되는 부분이 있듯이 군주에게도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할 '역린'이 존재한다고 가르친다. 이후 '역린'은 원래 뜻보다는 '임금의 노여움'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널리 전해졌다.
그런데 문재인 충성파들은 이재명의 문준용 거론을 역린에 비유한다. 결국 목숨을 빼앗겠다는 엄포까지 곁들인 셈이다.하지만 거꾸로 이 게임은 검경이 역린을 건드려야 하는 진퇴양난이다. 그렇지 않고 이재명을 잡기는 어렵게 되었다. 이에 이 게임의 승기를 이재명이 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래선지 이재명 측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금까지의 수세에서 벗어나 김영환 공지영 김부선 등 지난 지방선거 때 이재명 후보를 공격하던 이들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고발한다는 시민고발단을 조직하는 등 공세적이 되었다. 또 미래를 도모하는 것으로도 보일 수 있는 세력확장에도 나섰다. 지금은 '지지연대'지만 언제라도 독자세력으로 변할 세력구축이다. 그래서다. 관전자는 흥미진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