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오전 6시, 시계 알람이 울리기 전이지만 조동수(72)씨는 여느 때처럼 눈을 떴다.
[뉴스프리존=김기용 기자]전날 옛 동료를 만나 오랜만에 과음을 한 탓일까, 평소보다 몸이 무거웠지만 그는 졸린 눈을 비비며 욕실로 향했다.아내는 아직 시간이 있다며 좀 더 눈을 붙이라고 했지만, 그는 조금도 지체하지 않았다.
지난 2007년 정년퇴직과 함께 정든 학교를 떠나고 나서 하루도 빠짐없이 하던 일을 피곤하다고 건너뛸 수는 없기 때문이다.간단히 씻고 나오자 식탁에는 아침이 차려져 있었다.아침을 거르면 더 춥다며 조씨가 씻는 동안 아내가 아침상을 차린 것이다.
조씨가 매일 아침 향하는 곳은 자신이 교장으로 근무하던 공주시 신관동 신월초등학교 인근 교차로다. 이곳에서 그는 퇴직 후 10년째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교통안전 지도를 하고 있다. 교장으로 재직할 당시 교통지도한 기간까지 합하면 14년이 넘는다.
조씨가 학교 앞에 도착하는 시간은 언제나 오전 7시 전후다.3월 하순임에도 쌀쌀한 아침 공기 탓에 조씨는 패딩과 장갑으로 중무장했다.학생들이 등교하기에는 턱없이 이른 시간이지만, 그는 지나가는 차들을 향해 인사를 하며 일과를 시작했다.언뜻 보면 선거철을 맞아 아침 인사에 나선 총선 후보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조씨는 "운전자들이 교통법규를 잘 지켜야 아이들이 안전하다"며 "운전자들에게 교통법규를 잘 지켜 달라는 뜻에서 인사를 한다"고 말했다. 지나가는 차들을 향한 그의 인사는 결국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다.
학생들의 등교가 시작되자 조씨는 더 분주해졌다.신호등에 녹색 불이 켜지자 조씨는 노란색 깃발을 들고 차들의 정차를 유도했다.그리고는 횡단보도를 걷는 아이들을 향해 환한 웃음으로 인사했다. "예뻐요", "착해요", "사랑해요", "귀여워요", "좋아요"
학생들도 조씨에게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밝은 미소와 인사로 학생들의 안전한 등교를 돕는 조씨의 등굣길 봉사는 모든 학생이 등교를 마치는 오전 9시까지 계속됐다.
조씨가 등굣길 교통지도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부터다.신월초에 교장으로 부임한 직후 빠르게 달리는 차량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건너는 학생들의 모습을 마음 졸이며 지켜본 것이 계기가 됐다.그후 매일 등굣길 교통지도를 했고, 지난 2007년 정년을 맞아 교직을 떠난 뒤에도 조씨의 봉사는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조씨는 "나이를 먹으니, 쉬고 싶은 마음도 있다"면서도 "아이들이 정이 들어서 이제는 아이들이 나를 기다린다.힘닿는 데까지 아이들을 위해 열심히 교통지도를 할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