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김기용 기자]강제추행을 저지르면 신상정보를 등록하게 하고 유전자(DNA) 시료도 채취하는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이런 내용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2조 1항과 43조 1.3항, 45조 4항,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5조 1항을 모두 합헌 결정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 조항은 강제추행으로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30일 내에 신상정보를 경찰에 등록하고 법무부가 20년간 보존.관리토록 했다. 범죄 수사.예방을 위해 DNA 감식시료도 채취할 수 있다.
A씨는 2012년 나이트클럽에서 강제추행한 혐의로 벌금 300만원이 확정돼 신상정보 등록과 DNA 시료채취 대상이 되자 “거주이전과 사생활의 자유,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았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신상정보 등록 조항과 관련해 “재범을 억제하고 효율적인 수사를 위해 적합한 수단”이라고 판단했다. 실제 거주지와 직장.키.몸무게 등의 정보를 제출하고 경찰이 1년에 두 차례 대면해 등록정보가 맞는지 확인토록 한 규정도 같은 이유로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봤다.
법무부가 등록정보를 수사기관에 배포할 수 있게 한 조항은 “활용 목적이 범죄 예방과 수사로 한정되고 검찰과 경찰이 비밀준수 의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받게 돼있다”며 범죄예방에 적절한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강제추행은 지속적 감시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DNA 채취 역시 합헌이라고 했다. 헌재는 “강제추행 등 성범죄는 습벽에 의해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고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DNA 채취로 제한되는 신체의 자유가 미약하고 외상이나 생리적 기능 저하를 가져오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이수.이진성.강일원 재판관은 신상정보 제출과 대면확인 조항에 위헌 의견을 냈다. 경미한 성범죄를 저지르고 재범 위험성이 인정되지 않는 대상자에게는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고 비대면 방식으로도 신상정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서기석 재판관을 포함한 4명은 DNA 채취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재판관은 “재범 위험성을 규정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DNA 시료를 채취할 수 있게 해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