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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3사, ‘양승태 구속 달랑 5분 방송’ 손혜원 의혹’..
기획

종편 3사, ‘양승태 구속 달랑 5분 방송’ 손혜원 의혹’보도 1208분

온라인뉴스 기자 onlinenews@nate.com 입력 2019/02/04 06:58 수정 2019.02.04 07:22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8일간 74% ‘손혜원’…양승태 보도는 0%

지난 15일부터 SBS가 보도한 손혜원 의원의 목포 구도심 부동산 매입 논란은 여타 모든 이슈를 잠식할 정도로 파급력이 컸습니다. 최초 보도를 한 SBS도 15일부터 23일까지 총 32건, 하루 평균 4건에 최대 7건이나 쏟아부으며 집중도를 키우려 했습니다. 문제는 이 이슈가 ‘정치인의 비위 행위 폭로’라는 SBS의 의도와는 다르게 정쟁 및 언론과 손 의원 간의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됐다는 겁니다.

SBS가 17일부터 본질로 내세운 ‘이해충돌 행위’의 경우 손 의원의 가족 및 지인을 동원한 무더기 부동산 매입이 매우 이례적이고 소속 상임위 소관 문화재 사업 지역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보도가치가 있습니다. 문제는 SBS가 16일까지는 ‘부동산 투기 의혹’을 보도했고 여타 매체에서 모조리 ‘투기 의혹’으로 보도를 냈으며 이후에는 손 의원의 가족사를 들추고 나전칠기 장인의 인터뷰를 악용하는 등 논란의 여지가 큰 보도가 이어졌다는 겁니다. 특히 TV조선‧채널A‧MBN 종편 3사는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손혜원 의원에 쏟아부으면서 의혹을 확대하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방송의 절반이 ‘손혜원’, 종편 특유의 ‘몰아치기’

▲ 종편 3사 주요 보도&#8231;시사프로그램 ‘손혜원 부동산 매입 논란’ 관련 방송 및 여타 이슈 비중 비교(1/16~23) ⓒ민주언론시민연합

SBS 첫 보도 직후인 16일부터 손 의원의 목포 기자회견이 있었던 23일까지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 정치다>, 채널A <정치 데스크>,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등 종편 3사의 대표적 보도‧시사 프로그램은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손혜원 의원 의혹을 다뤘으며 그 비중은 방송의 절반을 상회했습니다. 그나마 MBN <아침&매일경제>가 28%로 합리적 수준을 보였습니다. 특히 TV조선 2개 프로그램은 타사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를 보였고 <이것이 정치다>의 경우 8일 간 방송의 73.7%를 손혜원 의원에게 집중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의 날짜별 비중을 살펴보면 더 놀라운 수치가 나타납니다. 총 6일의 방송일 중 무려 5일 간 손 의원 의혹 비중이 50%를 넘겼고 3일은 80%를 넘겨버렸습니다. 방송 전부를 손혜원 의원에 할애한 겁니다.

▲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손혜원 의원 관련 방송 분량 (2019/1/16~23) ⓒ민주언론시민연합

보도‧시사 프로그램이 방송 전체를 단일 이슈에 할애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입니다. 아무리 손 의원 행위에 ‘이해충돌 금지’의 여지가 크다고 해도 이렇게 매일 방송 전체를 할애할 새로운 소식이 있을 수는 없습니다. 또한 <조카 바보와 투기꾼 사이>, <“배신의 아이콘”→“투기의 아이콘”>, <손혜원과 빈집 싹쓸이 큰손> 등 TV조선이 뽑은 대담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이미 많은 반박이 제기된 ‘투기’를 사살로 묘사하면서 의혹을 부풀렸습니다.

‘손혜원 의혹’ 1208분 VS ‘양승태 구속’ 5분, 종편 3사의 현주소

그렇다면 이 기간 다른 중요한 이슈들이 없었을까요? 있었습니다. 무려 ‘사법 농단’과 관련된 이슈였습니다. 1월 15일,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추가 공소장을 법원에 제출하며 서영교‧홍일표 의원을 비롯한 전현직 국회의원의 재판 청탁 의혹이 알려졌습니다. 사법농단 혐의를 받는 양승태 대법원장은 11일부터 검찰조사를 받았고 18일엔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며 23일 영장실질심사가 있었죠. 손 의원 개인의 비위 의혹에 비춰볼 때 오히려 더 엄중한 이슈들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 종편 3사 주요 보도&#8231;시사프로그램 ‘손혜원 부동산 매입 논란’ 관련 방송 분량 및 비중(1/16~23)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러나 종편 3사의 보도‧시사프로그램은 이 두 사안을 사실상 외면했습니다. 재판 청탁 국회의원을 그나마 전달하기는 했으나 그 비중은 6.7%에 그쳤고 TV조선은 2.3%에 불과합니다. 놀랍게도 양승태 전 대법원장 수사는 3사 모두 거의 다루지를 않았고 MBN <아침&매일경제>만 고작 5분을 방송해 구색을 맞췄습니다. 채널A의 경우 헤드라인을 통해 구속영장 청구 및 실질심사 진행을 간단히 언급했으나 따로 대담이나 보도를 내놓지는 않았습니다. 심각한 이슈 편중입니다.

채널A의 ‘유체이탈 화법’

물론 이러한 이슈 편중은 타 매체에서도 엿보였고 종편 3사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지나쳤던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채널A의 경우 이러한 이슈 편중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정치권만 탓할 뿐 자신의 보도 행태가 문제라는 점은 모른 척 외면했습니다.

채널A <정치 데스크>(1/21)에서 진행자 이용환 앵커가 “주말 지나면서 서영교 의원 이건 좀 진짜 잠잠해진 것 같네요. 왜 그럴까요?”라고 묻자 조수진 동아일보 부장은 작정한 듯 정치권을 비판했습니다.

조수진 : 국회의원들이 의혹이나 비리사건에 여야가 함께 걸리면 쟁점화를 하지 않습니다. 서영교 의원 같은 경우에는 재판 거래 의혹에 같이 한국당의 전직 의원이 걸려 있거든요. 그러니까 서영교 의원 건을 한국당에서 얘기하면 자신들의 얘기도 해야 되는데 그게 싫은 겁니다. (중략)언론이 오늘 석간 보도에서 지적하니까 그제야 내놨습니다. 이건 마지못해 내놓는 거고요. 그래서 우리 국회가 욕먹는 거예요. 여야 할 것 없이 같이 걸리면 한 편이 되는 겁니다. 원팀이 되는 거예요.
이때 채널A는 자막으로 <손혜원 논란으로, 서영교 청탁 의혹 덮였다?>라는 자막까지 깔았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몸을 사리려 재판 청탁 문제를 쉬쉬한 점은 질타해야 합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재판 청탁 의혹이 묻히고 있는 현상을 오로지 정치권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요? 정치권이 이렇게 ‘원팀’이 되어 쉬쉬하고 있을 때 나서야 하는 것이 바로 언론입니다. 채널A 자막처럼 ‘손혜원 논란으로 재판 청탁 의혹을 덮은 주체’는 바로 TV조선‧채널A‧MBN입니다. 종편 3사가 조금이라도 국회의원 재판 청탁과 사법 농단에 초점을 맞췄어야 채널A의 이런 비판도 납득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치권처럼 채널A 역시 언론으로서의 역할 외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 자기 반성 없이 정치권 비판하는 채널A <정치 데스크> (1/21)

1. 투기를 기정사실화하는 방송

‘손혜원 타운’? ‘투기’ 사실로 못박는 ‘왜곡 프레임’

이렇게 과도하게 손혜원 의혹에 집착하다보니 방송 내용에서도 문제점이 속출했습니다. 매일 방송의 절반 이상을 특정 이슈에 할애하면서 뭔가 새롭고 유의미한 정보를 담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종편 3사가 노출한 문제점은 △부동산 투기를 사실로 규정 △의혹 부풀리기 △청와대 끌어들이기 등 크게 3가지입니다.

먼저 살펴볼 사례는 이미 많은 반박이 제기된 부동산 투기 의혹을 사실처럼 묘사한 방송입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1/18)은 목포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고 사실관계도 크게 왜곡한 ‘손혜원 타운’이라는 명칭을 사용해 제목으로 크게 뽑았습니다.

‘손혜원 타운’이라는 규정은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타 보수매체와 자유한국당이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프레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목포 원도심 재생사업 자체를 비하하고 투기를 사실로 못 박은 왜곡입니다. 목포MBC(1/21)는 문화재로 지정된 목포 원도심 재생사업 부지 중 “손 의원 측 소유 건물이 0.24% 수준”에 불과하며 “손 의원 측이 소유한 토지 대부분은 국가 사적인 옛 일본 영사관과 도지정 문화재인 목포 진지 등 문화재 보호 구역에 편입돼 재산권 행사도 제약을 받고 있다”고 ‘팩트체크’한 바 있습니다. 이를 두고 ‘손혜원 타운’으로 부르는 것은 매우 부적절합니다.

▲ 채널A <정치 데스크> (1/18) 화면 갈무리

‘손혜원은 복부인’? 너무 나간 채널A

채널A <정치데스크>(1/22)에서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손 의원을 복부인이라는 부적절한 용어로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김근식 : 70년대 말에 이른바 복부인. 복부인이 뭐였습니까? 강남에 일단 사놓기만 하면 땅값이 오르고 집값이 오른다고 해서 돈가방을 들고 다니면서 복부인들이 여기저기 사놓는 거거든요. 지금 얘기한 것처럼 A씨 부부가 2017년 상반기부터 손혜원 의원과 같이 돌아다니면서 이 문화재 거리로 그때는 지정이 되지 않은 거죠. 문화재 거리로 지정될 법한 그 지역의 여기저기를 십몇 채씩 사놓은 모습이 지금 그려지는 거잖아요.

일단 70년대 일었던 강남땅 투기 현상을 손혜원 의원 의혹과 단선적으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70년대 강남은 문화재 지정과 관련 없이 건설붐으로 일었던 투기였고 특정 개인만 얽힌 현상도 아니었죠. 또한, 굳이 ‘복부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점도 부적절합니다. ‘복부인’이 세간에 많이 알려진 단어이기는 하나 이 단어는 부동산 투기꾼 중 여성만을 콕 집어 비하하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손 의원의 경우 투기 의혹에는 이미 많은 반론이 제기된만큼 ‘투기꾼’을 뜻하는 용어로 비유하기 어렵기도 합니다. 채널A가 사실관계보다는 손 의원을 비하하는 데 치중했음을 알 수 있는 사례입니다.

‘범죄영화’ 시나리오로 투기 단정지은 MBN

MBN <뉴스와이드>(1/16)에서는 손 의원을 아예 ‘범죄자’로 묘사한 발언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MBN은 이날 방송에서 전반적으로 문화재 지정 경위를 따져봐야 한다거나 손 의원의 행위가 최소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오가며 합리적으로 흘러갔습니다. 문제는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발언이었습니다.
 MBN <뉴스와이드>(1/16)에서 손혜원 씨의 얼굴을 한 경찰이 ‘제비 뜬다’고 누군가에게 무전을 보내는 그림을 보여주며 발언하는 차명진 씨

차명진 : “손혜원 의원과 자기 보좌관의, 그 다음에 무슨 조카, 이렇게 투자를 했는데, 거기 값이 네 배로 떴어요. 자, 이 부분을 그러면 우리가 상식적으로 보면 어떻게 해석할 건가. 그래서 저는, (자신의 그림을 가리키며) 이 행위는 이거예요.”

백운기 앵커 : “일단 네 배가 뛰었는지는 확인을 해 봐야겠지만.”

차명진 : “언론에는 그렇게 나오죠. 그런데 지금 저 이게, 저는 이걸 보면서, 우리 영화 같은 데 소위 저기 범죄영화에 많이 보잖아요. 딱 일단은 ‘단속 떴다’, 떴는데, 단속 가면서 전화 해 주는 거예요. (중략) 이런 경우들이 꼭 나오죠, 범죄영화에. 그렇죠? 이것도 이런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는 사안의 본질을 흐림과 동시에 ‘손 의원 건물 집값 4배 상승’이라는 허위 사실을 담고 있습니다. 목포 MBC는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부동산 거래 봤더니>(1/17)에서 논란이 된 ‘1897 개항 문화거리’ 일대의 부동산 평균 가격이 2016년 1월~2017년 12월 14일 2,021,000원에서 2017년 12월 15일~2018년 8월 2,655,000원으로 뛰어 ‘4배 상승’이라는 애초 SBS 보도가 과장됐음을 드러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명진 씨는 손 의원을 범죄영화에 비유했고 선정적인 삽화도 직접 그렸습니다. 차 씨는 진행자 백운기 앵커가 “확인을 해봐야한다”고 제지했음에도 불구하고 ‘단속을 미리 알려주는 식의 범죄’로 연결했는데 이는 보도된 바도 없는 내용입니다. 손 의원이 측근에게 미리 단속을 알려줬다는 묘사인데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손 의원에게 ‘범죄자’ 낙인을 찍은 겁니다.

2. 부실한 근거로 의혹 부풀리는 방송

왜곡 논란 인터뷰를 ‘손혜원 장인 착취 의혹’에 악용

종편 3사의 손혜원 의원 의혹 관련 왜곡 방송의 두 번째 갈래는 확실한 근거 없이 의혹을 무차별적으로 부풀리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왜곡 논란 인터뷰를 의혹 확대에 이용한 방송입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이것이정치다> 1월 21일, 22일 방송, 채널A <정치데스크> 23일 방송은 이미 왜곡 논란이 크게 일었던 TV조선의 ‘나전칠기 장인 인터뷰’를 무분별하게 인용했습니다. 조선일보 <나전칠기 살린다더니…장인들 작품판권 쥐고 있다>(1/19 송혜진 기자)를 시작으로 조선일보 <기자의 시각/나전칠기 장인 황삼용의 눈물>(1/21 송혜진 기자), TV조선 <목포행 거절 뒤 일감 끊겨…“은혜 안 잊어”>(1/20 김미선 기자) 등의 보도는 손 의원과 함께 일했다는 나전칠기 장인 황삼용 씨 인터뷰를 빌미로 ‘손혜원 의원의 장인 착취 의혹’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요컨대 장인 황 씨의 “토사구팽당한 거죠. '목포에 들어오라'는 손 대표님 말을 제가 안 들었으니까”라는 발언을 빌미로 손 의원이 장인들의 작품 판권을 독점한 채 “월급 2, 300만원”만 주면서 착취하고 사적 이득을 취했다고 주장한 겁니다. 그러나 손 의원이 공개한 황 씨와의 통화에 따르면 황 씨는 “내가 그 분한테 은혜 입은 것에 비하면 그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조선일보가 악의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손 의원과 황 씨 측뿐 아니라 이칠용 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 호림박물관 이장훈 큐레이터 등 미술계 관계자들 역시 20일과 21일에 걸쳐 SNS를 통해 ‘손혜원 의원 덕분에 국제적으로 명성을 알리고 생계를 유지한 장인들의 현실과 미술계 급여 체계를 전혀 모르고 낸 오보’라고 비판했죠.
자사 인터뷰 확대재생산, 제기된 비판은 무시한 TV조선

▲ 논란의 인터뷰를 이틀 연속 활용하는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21)

그러나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21, 22)은 이미 반론이 제기된 이후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솔직한 말로 손 대표님에게 4년 8개월 동안 일해주고 토사구팽당한 꼴이잖아요 그죠? 그렇지만 손 대표님이 나에게 베풀어주신 은혜를 잊지 않겠다”, “2014년부터 손 대표님과 일했고 적게는 200여만원, 많게는 300여만원 월급을 받고 일했어요. 내 작품 판권은 모두 손 대표님께 있습니다. 계약서 같은 것도 없었고 그냥 주시는 대로 받았습니다” 등 자사의 인터뷰 내용을 반복해서 보여줬습니다.

<나전칠기 장인 황 씨 “손혜원에게 토사구팽 당해”>, <손혜원과 함께 일했던 나전칠기 장인 ‘작심토로’> 등의 자막은 해당 인터뷰

3. 청와대를 연결해 청지적으로 왜곡하는 방송

연결고리는 ‘편집’으로 창조한다? TV조선의 우격다짐

종편 3사의 손혜원 의원 의혹 관련 왜곡의 3번째 경향은 이 사안에 청와대까지 연결하여 ‘초권력형 비리’로 과장하는 겁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22)는 김정숙 여사와 손 의원이 숙명여고 동창이라는 점을 제작 영상을 통해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앵커는 “국회에서 손혜원 의원의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을 두고 엉뚱한 영화, 타짜라는 영화가 거론이 되고 있습니다. 준비한 영상 한번 먼저 보실까요?”라고 영상을 소개했고 영화 <타짜>의 등장인물이 “나 ○대 나온 여자야”라고 외치는 모습, 자유한국당 저용익 의원이 “내가 대통령 만든 사람이야. 나 대통령 부인과 친구 사이야”라고 말하는 장면, 손 의원이 “제 인생을 걸고”라고 말하는 장면, 다시 영화 <타짜>의 주인공이 “내 손모가지 건다”고 위협하는 장면을 연결한 영상이 나왔습니다. 

▲ 영화 <타짜>와 자유한국당 주장 엮어 영상 자료 만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22)

이는 손 의원이 김정숙 여사와 동창이라는 이유만으로 목포 의혹을 청와대와 연결하는 매우 부실한 주장을 사실처럼 담고 있습니다. 심지어 느닷없이 영화 <타짜>까지 맥락없이 이어 붙였습니다. 자유한국당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청소년관람불가’ 영화를 청소년 시청 보호시간대(13시부터 22시까지)에 보여준 겁니다. 패널 중 강선우 전 민주당 대변인이 이러한 주장에 “도대체 무슨 근거로 자꾸 청와대와 연결을 시키는지 알 수 없습니다”라고 비판했으나 이에 이경환 자유한국당 부대변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경환: 지금 근거가 차고 넘치는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같은 숙명여고 나왔고 한 분이 갑자기 국회의원 초선으로 됐지만 제가 보기에는 초선 의원이 할 수 없는 많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반론이 무의미한 수준의 막무가내 발언입니다. ‘근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으나 제시한 근거는 이미 TV조선이 영상까지 만들어 보여준 ‘같은 숙명여고 나왔다’는 단편적 사실, ‘초선의원이 할 수 없는 많은 일을 했다’는 추정뿐입니다. 이 두 가지 사이에는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으며 김정숙 여사가 연루됐을 인과관계는 아예 존재하지를 않습니다.

청와대에 나전칠기 있으니 이것도 ‘손혜원 의혹’?

채널A <정치 데스크>(1/23)는 더 황당한 발언을 노출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에 청와대 물품 중 나전 관련 물건들이 많고 이것이 손 의원 의혹과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김민지 기자가 ‘이니 시계’, ‘지휘봉’ 등 청와대 관련 물품에 유독 나전칠기 작품이 많다고 설명하자 조수진 기자는 시청자 제보라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 보신 CBS 인터뷰 방영 때도 이렇게 보면 뒤에 자개장이 보이는데 이것이 예전부터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에 새로 구입한 것 아니냐. 이것이 혹시 손혜원 의원의 최근 의혹과 관련된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런 얘기”라고 전했습니다. 언론은 제보가 오면 검증한 후 보도한다는 것이 상식입니다. 채널A는 검증 대신 무작정 의혹을 청와대와 연결짓는 데 악용한 겁니다. 화면에는 <문 대통령, 청 상춘재서 인터뷰...배경엔 나전칠기?> 등 청와대 나전칠기에 마치 대단한 의혹이라도 있는 것처럼 묘사한 자막이 반복됐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외신 인터뷰 뒷배경의 나전칠기까지 문제 삼은 채널A <정치 데스크>(1/23)

이에 진행자 이용환 씨는 “물론 지금 청와대에 자개가 많이 등장했습니다마는 저게 손혜원 의원과 직접적으로 뭔가 연관이 되어 있다 이걸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 채널A 모두, 진행자의 말 한 마디로 이미 나온 허위 사실을 주워담을 수는 없습니다.

TV조선 <이것이정치다>(1/22) 역시 <문 취임 이후…자개 활용한 청 기념품 다수제작>이라는 자막과 함께 김정숙 여사가 자개 장식 손가방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경환 씨가 “청와대가 저렇게 자개를 사랑하는지 잘 몰랐는데 왜 하필이면 손혜원 의원이 좋아하는 자개를 청와대에서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하며 똑같은 행태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청와대에 나전칠기 작품이 많다는 사실만으로 청와대의 연루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언론으로서는 무책임한 태도이며, 연합뉴스 <[팩트체크청와대의 `나전칠기 사랑현 정부 뿐일까>(1/24 김수진 기자)  여타 매체에서 과거 정부들도 모두 나전칠기를 애용했다고 ‘팩트체크’한 바 있습니다.

참고: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이것이정치다>, 채널A <정치 데스크>,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1/16~1/23) [ 출처: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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