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정부가 다른 점을 설명하는 건 어렵지 않다. 국정감사에서 한심한 국민혈세의 낭비사례로 당초 예측했던 것에 이용률이 반도 안 되는 고속도로실태를 지적한 적이 있다. 정부산하 공공기업인 한국도로공사가 8조원을 들여 2007년 이후 개통한 8개 고속도로의 실제 교통량이 당초 예측치의 41퍼센트에 불과해 과도한 투자로 막대한 혈세를 낭비했다는 것이다. 사업투자의 기본이 된 사업타당성검토가 얼마나 엉터리였던지 고속도로 예상이용률을 그 반도 맞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기업에서 저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기업에서는 사업성검토를 저토록 허술하게 할 수도 없거니와 하지도 않는다. 사업타당성 검토라는 게 수익을 낼 수 있느냐 여부와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느냐를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기업이 그렇게 실현할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를 세밀하게 짚어보는 사업전략평가이므로 주먹구구식으로라니 말도 안 되는 것이다. 기업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면 아예 그런 허술한 사업계획이란 불가능하며 따라서 그런 엉터리 사업성 평가란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공기업에서는 그런 경영이 예사로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참으로 그 이유가 해연하기 짝이 없다. 인재가 없어서일까. 그럴 리가 만무하다. 아니면 저런 사업타당성검토에 익숙하지 못해서일까. 벌이는 대규모 투자 사업이 얼마나 많은데 그 평가방법을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하면, 대체 무엇 때문일까. 그 이유란 형편없는 도덕성 때문이라고 밖에는 짐작하지 않을 수 없다. 책임정신이 박약하고 책임을 묻는 경영풍토가 전혀 조성돼 있지 않은 것이다. 기업에서라면 설사 저런 사업성검토와 평가가 통과돼 실행했다 해도 결과적으로 저렇게 엄청난 투자손실을 초래한다면 담당 임원을 위시해 관련자들이 절대로 책임지지 않고 배겨낼 수가 없다.
경영성과를 따져 보수도 올려주고 성과급도 지급하도록 경영한다는 공기업에서 저런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고도 무사하다는 건 기업에서 봐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미스터리이고 한심한 도덕적 해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서 저런 공복들더러 ‘철가방’이니 ‘신이 내린 직장’이니 비아냥대는지 모른다.
한데, 더욱 놀랍고 개탄스러운 것은 저런 말도 안 되는 부실경영이 엄청난 손실을 초래했을 경우 어떻게 조치하느냐의 문제다. 기업이 저런 실책으로 경영부실이 심각해지면 그 기업에만 폭풍이 몰아닥치지만 기업과 달리 정부 공공기업이 혈세를 작살내면 그 공공기업의 부실로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다. 국민혈세의 손실이나 낭비는 엄격히 따지고 보면 심각한 범죄다. 절대로 가볍게 다뤄서는 안 되는 직무유기인 것이다.
그런데 기업에선 저런 일이 벌어지면 어김없이 난리가 나는데 개탄스럽게도 정부나 그 산하 공공기업들에서는 사후약방문을 짓자 요란법석을 떨 뿐 도무지 제대로 책임을 지는 경우가 드물다. 납세자인 국민들이 저런 후안무치한 무책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 것인가.
지방자치단체 산하 131개 공기업들의 부채규모가 무려 42조원에 달하고 한 해에 무려 4천500억의 적자를 내고 있단다. 그런데도 매년 임직원에게는 매년 성과급을 올려 지급하고 있다. 만일 기업이 저런 엄청난 규모의 빚을 지고 있다면 이자감당을 할 수가 없어 도산하고 말 것이며, 저런 식으로 적자를 내고 쌓인다면 성과급을 올려주기는커녕 그 지급자체가 불가능하다.
한데 저들은 무슨 뒷배가 철옹성이라고 빚더미에 올라앉아 매년 빚내다 연명하면서 적자 낸 주제에 성과급을 그것도 올려서 준다니 대체 정부는 무능한 핫바지도 유분수지 감독을 어떻게 하고 있다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다.
지금 주식시장을 들여다보면 상장사의 3분의1이나 영업이익 가지고 금융비용(부채이자)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상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저런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벌이는 사투는 얼마나 처절하고 눈물겨운지 모른다. 적자에 허덕이면서도 빚내다 떵떵거리며 잔치 벌이는 공기업의 한심한 작태 같은 짓거리를 기업에서는 절대로 못하는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저렇게 다른 것이다. 정부가 입만 열면 기업 같은 경영을 하겠다고 공언을 일삼는데 실제 어느 한 가지도 기업을 벤치마킹해서 본뜨는 데 저토록 굼뜨고 무성의할 수가 없다. 정부와 그 산하 공기업들의 경영혁신이 얼마나 절실한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