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사법농단’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는 헌정사상 최초로 사법부의 수장이었던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이 직무와 관련된 범죄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국민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양 전 대법원장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무유기·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위계공무처리방해·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구속 수감됐다.
이날 오후 2시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밝히고 "이미 구속기소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법관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로 추가기소했다"고 전했다. 다만, 검찰은 임 전 차장에 대해 지난 두 번의 기소에 포함되지 않은 ‘법관 블랙리스트’ 혐의를 이번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만료일인 12일 전에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설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6일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양 전 대법원장을 마지막으로 소환조사해 기소함에 따라 7개월간 이어져 온 ‘사법농단’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하지만 양 전 대법원장은 앞선 검찰 조사와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때와 마찬가지로 이날 자신의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 ‘상고법원’ 추진을 위해 사법행정권을 불법적으로 남용한 혐의 등 4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있는 가운데, 특히 일제 전범기업 강제노역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을 ‘박근혜 청와대’의 요청에 따라 지연시키고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전범기업 쪽의 편의를 봐줬다는 정황을 핵심으로 꼽고있다.
검찰이 당시 법원에 제출한 양 전 대법원장의 구체적 범죄사실 적시 내용에는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개입, 통합진보당 소송 개입,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및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헌법재판소 내부 기밀 유출, 법원 예산 유용 등을 최종 승인하거나 지시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더불어 임 전 차장 등에게 재판청탁을 한 의혹을 받는 더불어민주당 서영교·유동수 의원과 전 더불어민주당 전병헌 의원,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 전 새누리당 노철래·이군현 의원 등에 대한 법리검토에 착수하기로 했다.
앞서 검찰은 이같은 내용을 지난 7일 정례 수사 보고를 통해 문 총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