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레킷벤키저는 가습기 살균제 수사가 시작된 지난해 말 검찰에 70여 페이지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옥시는 먼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폐질환은 '비특이성', 즉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질환이라고 규정했다.
여러 선천적, 후천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 질병이기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를 폐질환의 원인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옥시는 폐손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봄철 황사와 꽃가루를 지목했다. 옥시는 이런 내용의 의견서를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의 자문을 받아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미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과 관련이 깊다는 결론을 내린 만큼 의견서에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오히려 옥시가 서울대와 호서대에 실험을 의뢰한 뒤 그 결과 중 일부 유리한 대목만 발췌했거나 내용을 왜곡한 부분이 있는지를 수사 대상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옥시 측의 전현직 고위 임원을 불러 조사한 뒤 업무상 과실치사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가해기업을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내기로 하고 국회에 청문회 개최와 특별법 제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한편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쓰고 법정 진술을 한 혐의로 서울대 조모 교수(56)와 호서대 유모 교수(61)를 지난 22일 검찰에 고발했다. 대책위는 “조 교수는 옥시가 왜곡된 자료를 검찰에 제출한 사실을 알면서도 책임을 회피했고, 유 교수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낸 민사소송에서 옥시 측 의뢰를 받고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