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프리존=심종완기자] 가정폭력을 당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가정 내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는 한편 경제력을 잃은 남성들이 자신감을 잃으면서 가정폭력 피해자가 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성인의 데이트폭력 가해 연구’에 따르면 19세 이상∼64세 미만 남성 2000명 중 1593명(79.7%)이 연인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폭력, 성추행 등을 최소 1번이라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 피해자가 늘고 있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담 시설이 태부족이라는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남성 피해자들을 위한 상담시설은 별도로 관리하거나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 않다”며 “기존의 상담시설에서 남성들에 대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마가 짧다’며 옷차림을 제한하고 특정 모임에 나가지 못하게 하는 ‘통제 행동’을 한 경험이 71.7%로 가장 높았다. 대다수 남성들은 이러한 행동을 폭력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성추행(37.9%), 폭언이나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심리·정서적 폭력(36.6%), 신체적 폭력(22.4%), 성폭력(17.5%)이 그 뒤를 이었다.
한편, 가정 내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남성 피해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실제로 남성 피해자를 위한 상담센터는 서울에 단 1곳뿐이다. 그나마 정부에서 세운 것이 아닌 무료 봉사단체다. 서울 양천구 ‘남성의전화 상담센터’ 이옥이 센터장은 “남성 피해자들은 수개월에서 수년간 참다가 상담받는 경우가 많아 이들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여성에 의한 남성 가정폭력이 2015년 5228명에서 지난해 6440명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30대 이상이 4081명으로 전체의 63%를 차지해 ‘매맞는 남편’이 늘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남성을 위한 지원체계는 턱없이 부족하다. 남성 피해자를 위한 상담센터는 민간에서 운영하는 서울 양천구의 ‘남성의 전화 상담센터’ 한 곳뿐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이미정 박사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여성 중심으로 돼 있어 남성 피해자들이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이 센터장은 “특히 가정폭력을 장기간 참아온 남성이 폭발해 아내를 폭행하는 등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면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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